복지후대천명
강원도 감자 10kg에 5천원? 게다가 무료배송? 어머, 이건 사야 해! 했지만, 응 다 품절. 하루 8천 상자라 방심했건만, 생각보다 빨리 나가. 요즘 코로나 때문에 방구석에서 못 나가는 중생들이여, 이거라도 주문해서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자. 아, 물론 한 박스나 되는 걸 어떻게 처리할진 너님의 선택. 한 달 내내 식탁 위 감자밭 펼쳐지겠구만 그래. 아주 좋소.
감자하니 그 사람이 생각나. 누구? ..바로 스롱 피아비! 캄보디아서 감자 캐던 내가 당구신? 코호호. 이 분 이 분, 정말 불가사의야. 아니, 재능을 발견하기까지 과정 보면 이건 뭐 로또 1등 할아버지에 증조할아버지에 고조할아버지가 나타난 정도라니까. 캄보디아 처자가, 한국에 결혼 와서, 당구 좋아하는 남편 따라 동네 당구장에 가서, 한번 쳐보니 잘 해서, 남편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서, 세계대회를 씹어 먹고 다닌다. 맙소사. 역시 현실은 소설을 뛰어넘어.
여기서 우린 뭘 느낄 수 있을까? ..기회의 소중함? 누구나 재능은 있다? ..글쎄..난 왜 이렇게 절망적이지! 앙? 성공하고 싶다고요? 재능과 운만 있으면 됩니다! 자길 알아봐 줄 사람! 그 외에요? 노오력? 에이, 노력도 재능입니다.(찰싹!) ..이런 나약한 자식!
언제부터였을까, 나도 몰래 운명론자가 됐어. ..인생 뭐 있냐! 다 운명이지! 에라 모르겠다! 그냥 가보자! 이 마인드. 노력 해 봤자 안 되니까, 너무 아프니까! 아프니까 청춘이다? 젊어서부터 아프면 그건 비참이라고! 아오, 확!
그런데 이런 생각에 땡그랑 한 푼 경각을 올려준 노래가 있으니, 신승훈 형님의 운명이었어. ..몰라? 우리 쑈에서도 한번 틀어줬는데. 모르는 분들은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보시고. 가사가 예술이야. ..운명을 택한 것이 나를 포기했었다는 의미가 될 줄은~ 케헥. 저고음불가. ..운명을 택한 것이 나를 포기한 것이라...어떻게 생각해?
흐음. 얼마나 현실에 치였으면, 어쩔 때는 운명에 거스르는 것 마저 운명 속에 운명이 아닌가 하는 운명적인 느낌이 들어.(찰싹!) 발버둥 쳐봤자 지쟈스 손바닥 안에서 노는 꼴이랄까. 끄응. 어려워. 그런데 나 같은 고민을 옛날 사람들도 했더라? 고대 그리스부터.
운명과 그에 저항하려 했던 싸움은 오이디푸스 이야기에 잘 나와 있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오이디...응? 이 정적은 뭐야? 설마 나만 오이디푸스 아는 거야? 그런 거야? 개꿀! 히힛! 이렇게 무식한 여러분들이 사랑스러워. 맘 놓고 멍멍이 소리해도 이제 안심이야. 그럼 지금부터 제가 각색한 오이디푸스 이야기 들어갑니다. 예아.
옛날 옛적, 신탁에 목숨 거는 왕이 있었어요. 어느 날 왕에게 점쟁이가 말하길, 당신 아들이 너님 죽이고, 니 마누라랑 떡친다. 이러는 거예요. 점이라면 일단 믿고 보는 왕은 그날로 자기 자식들을 다 죽여 버렸죠. 그러나 두둥탁. 언제나 꼭 살아남는 아이가 나오는 법. 맘씨 좋은 살인청부업자가 차마 아이를 죽이지 못하고 다른 나라로 보내버렸죠. 다리에 대못으로 구멍 뚫은 상태로. 호우!
그 아이는 거짓말처럼 다이아수저에 입양돼서 무럭무럭 자랐답니다. 그런데 부전자전이라 했던가, 이 자식도 아빠처럼 신탁에 미쳐 있었죠. 점을 본 순간! 응, 넌 앞으로 지 아비 죽이고, 니 엄마랑 할 베이비야. 이 말을 들은 오이디푸스는 집을 나와 멀리 멀리 떠납니다. 자기 운명을 거슬러 오르기 위해!
그렇게 모험을 떠난 아이는 가는 곳 마다 영웅적 모습을 보여줬어요. 스핑크스를 때려잡고, 길빵한 자기 친아빠도 저세상으로 보내버렸죠. 자고로 왕을 죽인 자, 그 뒤를 이을지니, 오이디푸스는 그 나라 왕이 되고, 자기 엄마뻘 왕비도 차지하고, 붕가도 하고, 애도 4명이나 가졌어요. 오우야. 취향이 연상이었구나.(찰싹!)
그런데 나라에 코로나가 퍼지는 거예요. 오이디푸스는 당장 점쟁이를 찾아갔죠. 왜 이런 거죠? 응, 이 나라에 아빠 죽이고, 엄마랑 애 4명 낳은 호루라기가 있어서 그래. 그 날로 오이디푸스는 이 싸가지 없는 놈을 찾으러 다녔어요. 그러던 중 범인을 알고 있다는 노인을 만나는데, 이 인간이 불질 않는 거예요. ..어르신, 입 안 열면 고자 됩니다. ..너만 손해인데, 그래도 말해? ..오이디푸스는 굴하지 않았어요. 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응, 니가 범인이야. 니가 아버지 죽이고, 니가 엄마랑 해서 애 4명 놓은 장본인. 눈치 없는 녀석. ..어르신은 대체 누군가요? ..너 꼬꼬마 때 불쌍해서 살려준 인간이다! 니 다리에 구멍 뚫은 장본인! ..그렇게 자신이 강아지아기임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자기 눈깔을 스스로 뽑아버려요. 웟더. 엄마는 자살하죠...그렇게 막장은 끝나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아잇, 웃자고 전래동화 꺼냈는데, 분위기 싸하네. 어쨌든, 기구한 운명, 그러나 끝까지 극복하려했던 한 인간의 삶! 진실을 향한 용기! 박수 한번 주세요! 비극이지만 멋있어. 그런데 그...아잇! 자기는 눈알 푹찍해, 엄마는 자결해, 이런 고통과 맞바꿀만한 가치가 있나? 그렇게 노오력! 했는데도 결국 운명의 쳇바퀴에 왕복 16차선 하이패스 해버렸잖아. 끄응.
...응? 노력이 부족했다고? ...인정! 오이디푸스 아빠부터 게을렀어. 아니, 그런 신탁 들었으면 묶었어야지! 아니면 자르던가! 아니다. 이러면 또 양자, 서자 출연할지도 모르니, 그냥 그 날로 지중해 바닷물에 콱 뛰어들었어야 했어. 내 운명은 내 것이다! 내 아들이 죽이기 전에 내 손으로 죽는다! 아항? 오이디푸스도 점 보자마자 자기 눈깔 팍 뽑고, 팔다리 다 뭉갰으면 이런 일 없잖아? ....어? 이런 식으로 결론 나면 안 되는데. 이 모든 게 노력 때문이다? 호메시!
어우. 난 못 해. 아니, 안 해! 한번 밖에 없는 인생, 얼마나 보고, 듣고, 즐기고, 할 게 많은데, 운명에만 거스르며 살고 있겠어? 그냥 운명의 여신과 타협하며 살아가지 뭐. 적당히, 적당히. 적인사대천명! 적당히 한 후에 천명을 기다린다. ...뭐? 그래서 백수라고? 야! 팩폭도 적당히!
각자 원하는 대로 살아. 운명과 사투를 벌이는 분도 좋고, 적당히도 좋고, 인생이 로또 그 자체인 분도 좋고. 다만, 어느 선택을 하든 행복할 수 있도록 서로 도와주면 좋겠어. 오이디푸스마저 행복할 수 있도록. 운명의 여신에게 패대기 당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그래서 오늘 결론은요! 당신의 운명, 대한민국 복지가 책임집니다!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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