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링을 받을 이유
아아, 하필 이 시국에 통풍약이 다 떨어질게 뭐람. 병원에 가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는 나님에겐 선택권이 없고요. 후우. 몸 관리 잘못한 놈이 무슨 변명을 할 수 있겠어. 갈 수 밖에! 간호사, 의사쌤 보러 고고씽!
그런데 입구부터 막혔네? 마스크 없는 분은 입장 불가입니다. 예? 저기요. 미리 말해주던가! 병원 코앞 와서 거르는 게 어디 있소, 문지기 양반!(찰싹!) ..그래, 이 시국에 마스크도 없이 병원 출입하려 했던 내가 상식 없는 놈이지..는 개뿔! 어차피 난 손 씻기 파였어! 코로나 그까짓 것 걸릴 테면 걸리라지! 우린 아직 젊기에! 생존확률 높기에! 하하하! 어르신들, 꼬우신가요? 어쩌라고요! (찰싹!)
...라고 양키 고 홈 어린놈의 자식들이 말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일부 청소년기 과격파는 이 사태를 반긴대. 베이비부머 삭제기! 죽어라! ..와우. 난 고작 망상 속에서 하던 말을, 얘들은 대놓고 하네? ...응? (찰싹!) 이에 대해 트럼프가 오랜만에 바른 말 했어. 어린 것들이 해변가에서 광란의 파티를 열죠? 자기들은 천하무적이라며. 그래놓고 집에 기어 들어가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한테 다 옮기겠죠. 무식한 것들. 호메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래서 못 들어갔냐? 에이, 이 몸이 누굽니까. 바로 약국 달려가서 마스크 질렀지. 아쉽게 내 요일이 아니라서 KF94 마스크는 못 샀지만 말야. 근데 웃긴 게 뭔지 알아? KF94 마스크가 1500원인데, 일반 면 마스크가 3천원이야. ...이게 나라냐!(찰싹!)
아무튼 스펙 딸리는 면 마스크였지만 보여주기 용으로는 아무 부족함이 없지. 캬하하. 통과! 진정한 전시행정! ...응? 갑자기 왜 그렇게 봐? 내가 뭐 잘못했어? ...(철썩!) 끼요옷!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아잇! 스토리 각색한 거죠! 과장과 이프! 여러분에게 교훈 주기 위해서! 이 시국에 병원 갈 땐 마스크 꼭 쓰라고!
진짜야. 요즘 같은 때 마스크 없이 병원 들어갔다간 대역죄인 된다고. 빗발치는 민원에 너님 심장에 구멍 날 걸? 어쨌든, 통풍약 받는 거야 1분이면 충분! 마스크를 썼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간호사 누나랑 인사 하고, 쌤하고도 인사하는데...의사쌤은 마스크 안 썼던데? ...아니, 그렇다고. 크흠.
위험한 시기에 온 김에 아싸리 다른 병원일도 다 받았어. 일단 무료 A형간염 예방접종 맞으러 소화기내과로! 그게...내가 B형간염보균자걸랑. 일반인은 자기 돈 내고 맞아야 하니 참고하고.,.응? 야! 옮기는 거 아냐! 에이즈처럼 피 섞지 않는 이상! ..어쨌든 담당쌤을 보는데, 이야, 들어가자마자 나한테 90도 인사를 해 주시네? 이렇게 황송할 때가. 난 100도 인사 했지.
이 분 이 분, 친절함은 인사뿐만 아니었어. 모니터 자체를 나를 향해 비춰주시더라고. 항목이 뭐고, 검사 결과가 어떻고, 다 보이게. 이것이 진정한 투명성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간 초음파 검사에 관해선 내 주머니사정까지 고려해 주는 센스까지! ..초음파 검사는 1년에 2번 받는 게 권고사항이야. 그러나 쌤은 내 지갑 고려해서 1번으로 오케이! 올 9월 달에 하는 걸로 합시다! ..키야. 남자지만 반하겠어! 부산 메** 소화기내과 심** 과장님 사랑합니다.
이제 주사 맞을 생각에 엉덩이 씰룩 거렸지만, 주사는 주사실이 따로 있다네? 호오. 주사실 갔더니 포스 있는 간호사 누님이 한 마디 해. 맞은 팔은 뭉칠 수 있습니다. 어느 쪽 팔에 맞을래요? 당연히 왼!..아니, 나 왼팔로 하는데.(찰싹!) 결국 왼팔에 맞았어. 한 동안 오른손 양과 해피타임 보내야겠다. 핫. 중요한 건 A형간염 예방접종 가격! 그 쪼그만 주사 한방에 얼말까요? ..52390원. 호우! 이 비싼 걸 1년에 2번이나 나라에서 공짜로 해준다니! 하악하악.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최고야!
여기서 끝나면 서운하잖아. 온 김에 일반건강검진까지 가즈아! 근데...일반검진이라 해봤자 키, 몸무게, 시력, 청력, 피검사, 소변검사, 가슴 X레이? 핫. 이거 급식 때 학교에서 받던 거랑 똑같은데? 이렇게 사소한 검사받으려 내가 집구석에서 출타한 줄 알아!(찰싹!)
특히 구강검사는 압권이야. 슥 한번 살펴보더니 됐습니다. 예? 이게 다라고요? 선생님? ..이게 진료냐! 이러고도 당신이 의사입니까! 아, 치과는 원래 닥터 아니지. 덴티스트! 그냥 이렇게 가기엔 허전할 정도였어. 그래서 접수해봤습니다. 뭐를? 스케일링! 1년에 한번 건강보험 되니 안 할 이유 없잖아? 온 김에 해본 거지 뭐.
치과 수술대 위에 올라앉는데, 어라? 이 목소리는! 낭랑한 여자쌤! 끼요옷! 합격! 아니, 합격. 무려 내 입술에 손가락을 집어넣어줬어! 이런 경험 처음이야! 센세, 당신이야 말로 제 진정한 의사십니다. ...왜? 치과는 의사 아니라고? ..아니지! 모쏠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분인데! 당연히 의사선생님! 사랑스러운!(찰싹!)
여하튼, 쌓이고 쌓인 치석 제거 작전이 시작됐어. 맙소사. 수술대 위에 이렇게 오래 있었던 적이 있었나? 무려 24분 걸렸다고! 이건 뭐 고래 잡을 때보다 더 오래있었잖아! 치과 특유의 위잉 소리가 고막을 파고드는 가운데! ..그러나 괜찮아. 당신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하악하악.(찰싹!) ..이건 내 감인데, 나 스케일링 해 준 쌤이 막내인가 봐. 오래 걸리고, 냄새나는 일이니 막둥이 시킨 거지. 앙? 너무 사회 비관적으로 바라봤나? 아무렴 어때. 난 좋아. 1년마다 꼭 올 거야. 이 쌤이 해준다면!
점심시간 한참 초과해서 끝난 시술. 끝난 후에도 칫솔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치간, 치실 사용법도 가르쳐 주시고. 아잇! 볼수록 내 스타일! ...알았어. 깨어나세요 진따여. ..아차, 일반건강검진 받을 때 나처럼 검사나 치료 끼워 넣기 하잖아? 그럼 진찰료 할인 받을 수 있어. 반값으로! 개꿀팁! 원래 진료비로 6975원 나와야 할 것이 3645원이 되는 마법! 일반건강검진 받을만 하네! ....응? 스케일링 비? 후우. 만 팔천 원! ..누구야? 만 원이면 된다고 한 인간? 어! 아참 나지.(찰싹!) ..병원마다 초큼 다르데. 뭐, 난 불만 없어. 여신님이 입술 만져줬으니!
여신강림! 이것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다! 암, 치매, 희귀병마저 박살낼 때까지 파이팅! ...(깨어나).닥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