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싱가포르
때는 3월 28일. 차이나 머니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알리에서 이리저리 물건 좀 샀어. 정체불명 레이저 포인터, 이불 고정기?, 그리고 정자 관찰용 18중 코팅 돋보기까지. 정말 생활필수품이지 않아? (찰싹!) ...지르고서야 후회하는 것들. 택배비 포함 단돈 1달러에 파는데 어떻게 안사고 배겨. 크흠. 중국산 싸게 사면 애국한 거야.
문제는 배송이지. 코로나 때문에 안 그래도 국제운송 마비된 시국에, 무료배송을 한다? 2년 뒤에나 받을 거야. 이럴 순 없어. 그래서 정자 돋보기는 큰 맘 먹고 0.43달러 추가해서 등기를 택했단 말씀! 딴 건 몰라도 이 제품은 하루라도 빨리 받고 싶었어. 추적 되고, 배송예정시간도 4월 24일로 괜찮았지. 바로 주문!
...은... 하아. 등기는 개뿔! 올 생각을 안 해! 심지어 공짜 우편 배송은 다 왔는데 등기가 안 오다니! 이때부터 조사 들어갔지. 대체 이 사단이 난 택배회사는 어딘가! 범인은요! 싱가포르 포스트! ..맞아, 여러분이 알고 있는 그 싱가포르. 국민소득 5만 달러, 리콴유에 이어 그 아들 리센룽이 60년간 지배하고 있는 독재 아닌 독재인 듯 독재인 도시국가.
사실 소문만 들었지 잘 몰랐어. 여기서 문제! 다음 중 싱가포르의 정확한 위치는 어디일까요? ...... 봐. 북한이 어딘지도 모르는 무식한 양키 욕할 거만 아니라니까. 우리도 똑같잖아. 아항? 정답은요! 여기! 코호호. 홍콩을 지나, 마카오를 지나, 베트남을 거쳐, 태국 찍고, 말레이시아에 당도한 다음, 인도네시아랑 맞짱 뜨고 있는 이곳이었어. 맙소사. 완전 적도 한복판이잖아!
아니,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출발한 택배가, 왜 싱가포르까지 가서, 다시 우리나라로 오는 거지? 내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안 가. 선전에서 싱가포르 가는 길이랑 부산으로 오는 거리랑 그게 그거야. 흐음. 여기에 대해 아시는 분? 왜 이런 기름 낭비를 하는 거야? ...미스테리.
아무튼. 멀리 돌아가서 늦어지는 거야 이해한다 쳐. 어차피 우리나라도 그러니까. 아항? 옆 동네에 보낼 택배도 옥천허브 찍고 내려오는 위엄. 그런데 한 달은 너무하잖아? 그래서 싱가포르 우체국 홈페이지 들어가며 직접 찾아봤어.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코로나 때문. 크흑. 대한민국으로 보낼 비행기 없어요! 영업 안 해요! 호우!
지금 싱가포르 사정이 그럴 수밖에 없더라고. 코로나 초기에는 독재자 버프 받고 방역통제 잘 했다 소문났지. 3월만 하더라도 끽해야 확진자가 하루 50명 늘까 했거든. 그러다 4월부터 헬게이트 오픈됐으니, 오늘 5월 5일 시점으로 확진자 19410명 찍었어. 인구 500만 따리 서울보다 초큼 더 큰 국가가. ...우리? 10804명. 차오르는 국뽕!
감염 폭발한 이유가 쎄해. 크게 두 가지 원인인데, 첫째가 개학! 자신만만 애들 풀었다가 2주 만에 도로쇠했지. 이거, 우리도 위험한 거 아냐? 13일부터 맞지? 흐음. 학교만 문제됐건 아냐. 정부가 등교해도 된다니까 다른 곳에서도 오케이 신호로 받아들인 거지. 아, 이제 밖에 싸돌아 다녀도 되는구나 하고 말야.
둘째! 감염체 폭발에 진짜 이유! 이주노동자. ..동남아 각국에서 꿈을 품고 도시로 온 사람들. 그들에게 허용된 공간은 집단기숙사 정도가 전부야. 더 큰 문제는 설사 감염됐다 해도 치료받을 여건이 안 돼. 병원비에, 그 동안 일도 못하고... 꿈이 깨져버려. 고향에 가족도...
그러니까 우린 외쿡인 노동자 다 잡아서 감방에 처넣자! 는 아니고! ..신경써주면 좋겠어. 외국인이든 국내산이든 상관있나! 사람이면 행복하게 살아야지. 그럼! 여기서 잠깐, 코로나 시대에 4계급이라고 들어봤어? 1계급이 재택근무 가능한 사람, 2계급이 그래도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 3계급은 실직 또는 무급휴가 떠나는 사람, 그리고 밑바닥 4계급이 독거노인, 백수, 노숙인, 이주민 노동자야. ..가난한 것도 서러운 데 아프기까지 할 순 없잖아. ..난 믿어! 우리나란 그러지 않을 거라고! 현대판 카스트제도는 갓물주 계급 하나만으로 충분해.
아무튼. 오늘까지 연휴라면 연휴였지. 핫,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싱가포르? 아니면 주모 한 사발.
결과는 일주일 후에 공개합니다.
연휴 후 아프다면? :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94339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