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설은 이제 그만
재용이 형님이 장문에 사과문을 쓰셨더군. 어... 본인이 직접 쓰진 않았겠지? ...그래. 자소서 3만장으로 단련된 삼성 브레인들이 써준 최고의 명문! 근데 이번엔 살짝 부족하던데!
일단 왜 사과하는지 조차 모르겠어. 앙? 삼바해서? 국민 돈으로 왕위를 계승해서? 백혈병으로 돌아가신 반도체 노동자를 위해? 혹은 조직적으로 파괴된 노동조합 때문에? ..흐음. 대기업 회장님 법원 끌려가는 꼴은 많이 봤어도, 사과문은 처음이라 적응이 안 돼.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어. 너무 맞는 말만 하니. 이 정도면 나도 쓸 수 있을 거 같단 말야. 아항? ...미안. 크흠. 아니! 나만 쓰나? 너님들도 쓸 수 있지. 판에 박히고, 그럴 듯 하고, 옳은 말만 줄줄 늘어놓는 대명사가 뭐야? 바로 입사지원서! ..제가 입사한다면 훌륭한 인재로서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갖고 치열하게 일하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을 것입니다. ..키야. 과연 삼성 인사부에서 이 글을 서류통과 시킬지 궁금하네.
전체적 평가는 여기까지로 하고, 작은 디테일에서 놀란 점이 있어. 이를테면 회장님. 아무리 공식적인 발표문이라 하더라도 보통 이럴 때 아버지라 하지 않나? 아빠, 아버지.. 회장은 너무 딱딱해. 정은이가 김정일보고 우리 위대하신 수령 동무라 하는 것 같잖아.
준법을 강조한 것도 아쉬웠어. 딱딱한 글에 법 법 따지니 완전 하드알갱이가 된 기분이야. 뭐, 재판부에 잘 보여야 하니까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재용이 형 정도면 한 차원 높은 경지를 바랬어. 도덕, 사랑! 사람을 사람답게 해 주는 기업.
부회장님 사과문은 여기까지. 후우, 아쉽다. 에잇! 이렇게 된 거 솔직한 글로 귀정화 하자고. 김훈 선생님! 칼의 노래로 유명하지? 이 분이 한 모 신문사에서.. 한겨레에서, 크흥. 칼럼을 쓰시는데, 이야, 소설가 아니랄까봐 사설인데도 표현이 죽여줘.
헌법 1조의 국민은 피플이라는 군집명사일 테지만, 헌법 36조의 국민은 군집명사가 아니라 모든 한 사람 한 사람 이라야 마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피플? 피플즈 엘보우? (찰싹!) 크흠. 뜻은 밤길 속 1와트 형광등 같지만, 그게 대순가! 있어 보이잖아! 크흑. 국민을 뭐라고 생각하세요? 국민 이즈 에브리 프라이베이트 퍼슨.
다만 진정성 측면에선 의심이 가는 문구가 있긴 해. ..바이러스의 기세가 꺾였다. 애인들이 마스크를 벗고, 키스하고, 다시 마스크를 쓰고 건너가는 걸 나는 보았다. ..이거 어떻게 생각해? 전지적 모쏠 관점에선 말도 안 되는 소리! 어디 더러운 인플루엔자를 쪽쪽 빨고 있어! 죽창 가져와! ..슬프다. 끼요옷!
뭐 이렇게 쭉쭉 해서 전체적으론 노동, 하청에 하청으로 희생되는 고통. 양극화, 세습 빈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 결정적으론 배분에 대해서 거론하고. ..이 분, 쎄. 부자님들 자선심에 호소해선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하셔. 호오. 이렇게 된 이상 혁명이다? 그건 아닌 거 같고, 공동체 주의? 맞나? 서로 좋은 게 좋은 거다. 생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함께 잘 살자. 대충 이런 뜻 같아. 원따봉 드립니다.
확실히 삼성한 글 보다 심장에 와 닿지? 그러나 독한 맛이 떨어져. 다행히 이 부족함을 채워주는 글이 있네? 진중권의 트루스 오디세이! 코호호. 시작부터 불길하군. 트루스 오디세이가 대체 뭐야? 지금 영어 쓴다고 자랑하는 거야? 어! 예전에도 그랬어. 진중권의 엑스 리브리스! ..엑스? 엑스맨? 말콤 엑스? 섹, 섹스? (찰싹!)
공교롭게 방금 만난 김훈 센세에 대해 글을 쓰셨어. 소제목, 지식인의 죽음! 워워, 김훈 선생님 까는 글은 아냐, 오히려 빠는 글. 어용 문빠 조국옹호 지식인들이 판치는 가운데, 유일하게 김훈 선생님만이 노동자를 위한 글을 쓰고 계시다! 이 협잡 황석영아! 진보의 무덤에 침을 뱉으마!
어려워서 그렇지 독기가 있어. 문제는...어... 내 까짓게 전 동양대 교수님을 감히 평가하기가 그렇긴 하지만, 에잇! 상관있나! 내 쑈에서 내가 말하겠다는데! 진중권 센세! 찌질해 보인다고요! 교수직 박탈당해서 앙탈부리는, 밥그릇에 목메는 모습! ..넋두리는 나 같은 방구석 찌질이만 쓰더라도 충분해. 아니, 하소연에 있어선 그 누구도 못 따라잡지, 그럼! 전국 백만 백수는 일상이 박탈인 걸! ..워워. 진정.
정리하자면 어... 솔직하고 당당한 글을 보고 싶어. 김훈 선생님 쓰신 것처럼. 물론 좀 더 쉬우면 좋겠지만 말야. 그런 의미에서 내가 사랑하는 글이 있어. 단순하면서, 진실하고, 우뚝 선 나머지 보자마자 감동했지. 바로 무엇?
대한민국 군대 지금까지 뭐했노 이말이야. 나도 군대 갔다 왔고. 응?
이재용, 대국민 사과 : http://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201675
김훈, 무서운 역병의 계절을 나며 희망의 싹을 보았다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43498.html
진중권, 김훈, 징그러운 진보의 무덤에 침을 뱉다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5060844779753?did=NA&dtype=&dtypecode=&prnews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