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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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정신 유지비 (0) 2020/05/15 PM 10:48

 

 

 

정신 유지비

 

 

... 간병해 본 적 있어? ...워워. 텐션 다시 잡고. 끼요옷! 난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꽤 있었어. 증조할머니 치매, 할아버지 심근경색, 할머니는 마지막 가실 때, 외삼촌 위궤양, 아빠 손가락 마디 절단, 외할머니 위암. 자부심 뿜뿜! .... 에잇!

 

어린 마음에 너무 싫었어. 아니, 지금도 싫어 죽겠어! 아무리 간호사 누나를 매일 볼 수 있다 한들, 병원 냄새는 싫어. 특유의 백색 형광등 불빛이 정말 싫어. 집구석에선 느낄 수 없었던 돈의 공포. ...워워, 이거 오늘 분위기 시궁창이네.

 

왜 또 하소연이냐! . 병 보기를 지옥처럼 하는 녀석이 유튜브로 보는 건 좋아해요. 거긴 내가 책임질 필요가 없잖아? 그저 눈가 촉촉 감성만 쪽쪽 빨아먹고, , 열심히 살아야지, 다짐하기만 하면 되지. 그것도 하룻밤 꿈으로 사라지지만.

 

투병기는 2분을 봤어. 한 분은 안핑거 님. 한참 개구충제가 뜨거웠을 때부터 알고 나서...... 영상 잘 봤는데..... 돌아가셨어. 크흠. 다른 한 분은 은짱 님. 이 분도 비슷한 시기에 접했지. 일본어를 잘 하시더라고? 이거 때문에 한 때는 반일운동 겹쳐서 악플 달리고 했지. 에휴. 악플러들 보고 있나? ...어쨌든... 돌아가셨어.

 

몇 달 사이에 반쪽이 된 얼굴. ...마지막 진심으로 말해줬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고민이 제일 작다고 하죠... 끄응. 아뇨! 돈으로 해결할 수 없으면 액수가 부족한 겁니다! ..라고 반박하고 싶지만... 생에 끝에 말을 내가 어떻게 거역하겠어.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긍정적으로 사세요... 항상 듣는 말.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게 다가오는 말.

 

죽음을 앞두고 11초를 어떻게 보낼지... 난 모르겠어. 뭐가 행복인지 모르니까. ...? 붕가? ! 그거야 몸 팔팔한 너님의 희망사항이고! ..물론 성관계도 하고 싶지! ,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 문제는 행복 모르는 놈이 사랑이라고 알겠니!

 

어려운 것부터 하기엔 시간이 없어. 그래! 쉬운 걸 하자! 확실한 거!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것이 있다면, ... 파르테논 신전! 스틱스강 건너기 전에 아테나 여신님은 뵙고 가야지. 그리고 만주 벌판에서 바라보는 우주 지평선. 코호호. 여러분은 어때? ........요맨!

 

사랑은 모르지만 사과는 알아. 살면서 그 뭐라고, 민폐를 너무 많이 끼쳤어. 부모님께 사과, 초딩 때 마음 져버린 친구에게 사과, 나 괴롭힌다고 증오했던 친구에게 사과...아니지, 이 녀석은 증오해도 괜찮겠어. 패스! 군에서 나 때문에 고생했던 중대장님께 사과. 그리고 별 볼일 없는 내게 사랑한다 말해준 분에게 사과. 워워. 생각해 보니 너무 많다야. 죄송만 하다 죽게 생겼네.

 

여기까지야 내 안에 흑염룡을 제대로 잡았을 때 얘기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우야. 내가 상상해도 미친놈이야! ..어차피 죽는 거 다 해보고 죽자! 아무 때나 껄떡대기! 할머니부터 13세 이하 아청까지! 남녀 구분 없이! 생으로! ..여기서 더 심해질 수도 있어. 혼자 죽기 억울하다! 너도 죽어! 물귀신 작전! 내가 코로나 전파원이 된다! 캬학! 에이치! 늘어나는 사망자수에 희열을 느낀다. ...맙소사.

 

...? 아니! 상상만 그렇다는 거야! 나 그렇게 인간 쓰레기 아니라고! 근데 말야, 이해는 되지 않아? 삶에 대한 분노가 응어리지다 못 해 이상한 데로 발현되는 현장. 이걸 꼭 개인 수양에만 맡기기엔 거시기 해. 아항? 생각해 봐. 조커도 옆에서 토닥여주는 진짜 사람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안 됐어.

 

생각해 보면 정말 아이러니야. 자살 하려는 사람 막는 기관은 있지. 그런데 발버둥치는 죽음예약자를 위로해줄 기관은 마땅히 생각나지 않아. ...? 무당? ! 그렇네! ..잠깐, 에이, 무당은 죽은 다음에야 위로해 주잖아. ...? 살아서도 위로해 주는 무당님들도 있다고? 거기가 대체 어딥니까! ...호오. 괜히 처녀 총각 무당이 용한 게 아니구나. 원혼마저 풀어버리는 명기! (찰싹!) ...? 내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담. 잠깐 귀신 들렸나 봐. 크흠. 무속인 여러분 죄송합니다.

 

종교 있는 분들은 예수님, 부처님 빨 믿는 것도 괜찮지. 병실에 오래 있어본 분들은 알 거야. 생각보다 목사님이 자주 오신다? 믿습니다! 할렐루야! 6인 병동 떠나갈 정도로 기도송을 올리시는데 아주 난리도 아니었어. 그때는 성경책 집어 던지고 싶었는데, 워호, 지금 돌이켜 보니 ..괜찮은 것 같아! 다 불안하고, 힘들고, 그러니 그렇게 남들 고막 터져라 기도드리는 거 아니겠어? 대신 목사님! 올 때 맛있는 거 좀 사다 주세요! 교회 누나도 같이 데려오고요!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환자들에게 정신과치료 가즈아! 무당님, 목사님, 스님보다야 정신과 전문의가 낫지! 건강보험 적용으로! ...? 너무 꿈같은 얘기야? 아니! 은짱 님 말씀 못 들었어? 세상은 긍정적으로! 중증환자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자! 죽음과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건 마음도 마찬가지니까!

 

그래, 결정했어. 큰 병에 걸렸다. 희망이 없다! 그럼 근처 정신과를 찾아갈 거야. 미혼 여자 쌤이 있는 병원으로. 아항? ...농담 아냐!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마지막으로 사랑배울 기회에 이왕이면 이성이 좋지!

 

그렇게 인류는 하얀 가운 페티쉬가 생겼다.

 

 

마지막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578715&code=611718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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