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를 보라
친구가 많은 편입니까? ...어오, 이 정적은 뭐야. 그냥 면접장 흉내 낸 거니 가볍게 들어줘.
재밌는 기사를 봤어. 사춘기를 함께 보낸 10년 지기 친구가 필요한 이유. 핫. 인사이트 기사니까 들어가 보지는 말고. 아항. 사춘기를 함께 보낸 친구라. 그것도 10년이라니. ..난 없어!
초등학교 절친은 4학년 때 이미 전학 갔지. 이유는 학비 때문에! 부산에 NS초등학교라고 들어 봤으려나? 여기 사립이야. 전천후 사교육장. 어오, 이러니까 모교 비하 같잖아! 그건 아니고! ..좋은데, 다 좋은데, 돈이 미친 듯이 들어갔지. 친구가 그러더라고. 할머니 고생하는 거 보니 더 이상 학교 못 다니겠다. 맙소사. 초4 꼬꼬마가 할 생각이야? 난 그때 코코볼이랑 쵸코첵스 중에 뭐가 더 맛있나 수준의 인생담론을 풀고 있었는데! ..*윤하, 잘 살고 있니!
중학교 와선 완전 새로운 환경! 이사했걸랑! 그래도 생각보다 잘 사귀었어. 일진들에게 매일같이 당하는 학폭에도 농구며, TRPG며 해서 왕따는 안 당하는 희한한 상황. 근데 단짝이라 부를만한 친구는 ..없네? 아! 남중이라 그랬구나! 남녀공학이었다면 친구가 뭐야, 미래의 신붓감까지 봐 두었을 텐데! (찰싹!)
거짓말처럼 고등학교 가서도 리셋 됐지. 이사 간 것도 아닌데 묘하게 학교가 나뉘었어. ..아버지는 그러셨지. 고딩 친구가 평생 간다. 결과는요! 아니던데요! ..그래도 학교 다닐 땐 정말 즐거웠어. 은둔형 외톨이는 같은 종족을 알아보는 법! 3명이 삼총사가 된 거 마냥 품번도 교환하고, 부산모터쇼 가서 누나들이랑 사진 찍고, 핫. 여기서 팁. 교복 입고 가면 누나들이 더 잘해준다? 응? 크흠. ..야자 중간에 같이 군것질하고, 밤공기 맞으며 집으로 함께 돌아올 땐... 어우야, 갑자기 그때가 그립잖아! 입시지옥 고딩 때가! 이런 이런, 정신 차려!
후우. 대학 와서 이제 연락 안 돼. 한 명은 호주 캥거루 목장에 돈 벌러 가겠다 한 후에 끊겼고, 다른 한 녀석은 일본에서 박사학위 딴다고 간 후 완전 실종. ..괜찮아! 대학친구가 있으니까! ...는 끄응. 이상하지. 가장 자유롭다는 대학생일 때 난 오히려 더 폐쇄형 인간이 됐으니 말야. 완전 다크템플러 그 자체. 동기도 날 몰라. 핫.
단 1명. 이런 히키코모리에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준 친구. 인싸 그 자체! 왜 이 친구가 나에게 와 줬는지 의문이야. 하나님의 전령? 크흠. 친구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서. 지금까지 연락되는 학교사람은 이 분이 유일. 끼요옷!
이와 더불어 또 한사람, 지금까지 접속하고 있는 이가 있으니, 바로 군대 동기! 헐, 믿어져? 나이도 다르고, 사는 곳은 부산과 동떨어진 당진에 사는 사람과 친구가 되다니. 그건 아마도 동기의 노력 때문일 거야. ..알잖아. 내가 먼저 연락 하는 타입은 아니지. 그럼에도 잊을 만하면 그쪽에서 전화 해주는 그런 친구! 아항?
어쩌다 보니 내 인생사를 말하고 있었네. 미안합니다! ..아무튼. 이쯤에서 난 반박하고 싶어. 사춘기를 함께 보낸 10년 지기 친구가 필요한 이유. ..아니야, 아니! 기간이 중요한 게 아냐! 시작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진짜 중요한 건 지금이지! 지금 얼마나 빌려 줄 수 있느냐! 지금 직업이 뭐냐! (찰싹!)
오해는 마. 나한테 하는 소리야! 정약용 선생님이 그러셨던가? 선비는 절친이 왔을 때 차와 과자를 대접할 정도의 경제력은 있어야 한다. 크흑.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가 없다. 아무리 터울이 없다고 해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다고 해도, 그래서 더 보여주기 싫어! ..미안하니까. ..부산 왔는데 돼지국밥 하나 사주기 버거운 모습은...끄응. 그러니, 친구야, 놀러 오면 너가 사야 된다. 알겠지? 오케이! 휴, 편안!
그래서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친구가 많은 편입니까? 아뇨! 지금 연락하는 친구는 단 2명입니다. 대신 그 둘의 깊이는 마리화나 분화구 깊이보다 더 깊습니다. ...이거 왠지 전형적인 탈락 답변 같다 야.
오늘 두서없이 친구 얘기를 왜 꺼냈냐면, 어...어떤 사람이 생각나서. 그 사람의 우정도. 누구인지는 비밀.
마지막으로, 아, 여자 친구 사귀고 싶다!
절친이 필요한 이유 : https://www.insight.co.kr/news/2686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