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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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무기명 경조사 (0) 2020/05/26 PM 10:59

 

 

 

무기명 경조사

 

 

후우. 코로나 시국에 안녕들 하신가! 난 안녕 못 해! 끄응. 사회생활 단절된 미취직 백수에게도 피할 수 없는 시련이 있단 말이지. 바로 경조사!

 

육촌 누나가 결혼을 한 대. 잘 됐지? 잘 됐어. 문제는 난 이 님을 몰라. 어렸을 때 한번 본 것 같긴 한데 그 이후론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이. 단지 친척이라는 이유로 아빠랑 식장에 가게 된 거야.

 

뭐 그냥 아름아름 가면 되지. ...는 아니! 지금 부모님 지갑에서 5만원이 삭제되게 생겼는데 가만있을 수 있나! 난 기어코 안 간다했어. 그러자 아버지 왈, , 다 하는 거다. 니 결혼할 때는 어떻게 하려고? ...호오, 아버지! 제가 결혼할 거라는 확신은 어디서 나오신 겁니까! 희망을 버리세요! (찰싹!) ...농담 아냐, 진지궁서체.

 

...? 좀팽이? ! 나도 낼 땐 낸다고! 물론 그것도 엄마 지갑에서 나오는 거지만, 크흠. 나의 친구! 부산의 한 교회에서 조촐하게? 그러나 사람은 가득 모인 곳에서 치러진 결혼식. 그땐 없던 살림에도 어떻게든 많이 주고 싶더라. 고통이 느껴질 만큼 봉투에 넣었어. 그 고통마저 바사삭시킬 인연이니까!

 

고마운 건 친구가 내 축의금은 결사반대했다는 거야. . 서로 사정 다 아는 사이. 그래도...그 거부를 난 철벽 거부했지. 켈켈켈.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주고 싶다! 이것밖에 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 그래서 얼마 했냐고? ..10만 원 이상은 했다! ! 쿠폰이랑 마일리지 모은 거 털어서 선물도 했고!

 

아무튼. 사촌누나 차트목록엔 기억에도 안 남을 내 이름이 올라갔을 거야. 5만원 이라는 가치척도 숫자와 함께. 끄응. 이래서 내가 식이란 식장에는 가기가 무서워! 이건 뭐 우리의 신뢰관계가 얼마나 되는지 테스트 하는 장소도 아니고! 차라리 안 가고 말지!

 

...그래도 가는 게 맞다고? ...인정! 내 말이 그 말이야. 좋은 자리에 얼굴 비춰주는 것만으로도 사명을 다 한 거 아냐? 근데 말야, 의외로 이런 무전취식하는 행위를 민폐라 보는 분도 많더라고. ..부의금 5천원 낸 신입, 어떻게 생각하세요? . 자게이의 질문에 댓글이 100개 넘게 달렸어. 여론의 동향은요! 그럴 거면 왜 내냐, 예절을 모르는 놈, 일부러 엿 먹이는 짓, 고인능욕! 이런 의견이 절반, 아니다, 5만원 실수로 낸 거다, 신입이라 주머니사정 어려워서 그런 거다, 와 준거로도 고마운데 왜 액수로 따지냐! 이런 의견이 절반. 반반 무 많이.

 

흐음. 일단 내 생각은 그래. 5천원이 애 이름이냐! 짜장면이 한 그릇인데, 이거 받았다고 욕을 해? 집게사장이 보면 게살버거 집어던졌을 행동이라고! 돈은 항상 옳다! 어디 돈 주신 분에게 화를 내! 고맙습니다 절을 해야지! 황금 같은 주말에 차비 들여가며 와 주신 분에게!

 

물론... 액수가 중요하긴 하지. 후우. 전에 말했던가? 할머니 장례식 때 모든 게 돈으로 보였어. 장례비, 묘지비, 관리비 해서 나갈 돈은 산더미인데 통장에 돈은 없고, 그러다 보니 손님 식사마저 아깝더라고. 속으로 제발 부의금만 내고 바로 꺼져 주세요.(찰싹!) 이딴 생각으로 가득 차 버렸다니까. 어휴, 이 못난 놈!

 

여하튼. 경조사비. 우리라도 개혁하자! 어떻게? ..딱 교회, 성당 수준만 되도 성공이야. 아항? 내가 왜 성당에는 거리낌 없이 가겠어? 주일마다 성금 거두는데도? ..거긴 적어도 이름은 안 적으니까! ..성금하시겠습니다. 통이 뒷자리부터 쭉 돌지만 아무 부담 없지. 주먹 말아 쥔 손을 허공에 털기만 하면 끝! ...? ...에이, 나랑 예수님은 이 정도 연결고리라고! 돈 따위가 끼어들 수 없는 끈끈한 사이!

 

이름하야 무기명 경조사비! . 이래도 거액투자자는 어떻게든 자기 이름 밝히게 돼 있어. 친구야, 내 없는 살림에 20만원 했다. 널 위해서! 이런 절친한 관종들은 고맙게 기억해 주면 되는 거고, 대신 오천 원, 오백 원 한 사람들을 탓할 필요 없고! 오케이!

 

그나저나 결혼식도, 돌잔치도 못 할 인간이 이런 소리 하고 있으니 이상하다? ...? 장례식? ... 엄마, 아빠 장례식은 몰라도 내 장례식은 예외야. 죽었는데 액수가 무슨 상관. 더 중요한 건 사람들. ..그때까지 날 기억해 줄 분이 몇이나 있을까? ...생에 마지막 순간까지 가식적인 모습은 갖고 싶지 않아. 진짜 오고 싶은 사람만 오기! 어후, 아무도 없을 것 같다 오우야.

 

...친구? 글쎄. 그 자리에 친구 부르기는 왠지 미안해서. . 게다가 내가 먼저 갈지 친구가 먼저 갈지 모르잖아! 코호호. ...방금 결심했어! 인생 버킷리스트 항목 추가!

 

나보다 12살 어린 여자친구 사귀기. (찰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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