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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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카메라의 무게 (0) 2020/06/02 PM 10:18

 

 

 

카메라의 무게

 

 

오늘 내 생애 첫 순간을 봤어! 무슨 순간? 제비가 알 품는 모습! ...? 반응이 왜 이래? ..., 제비 둥지 본 사람이 이렇게 많아? 흔한 거야? ...난 처음이라고! 경축!

 

둥지 튼 곳이 정말 아이러니야. 연립 빌라 1층 주차장 파이프 위에 지었네? 흐음.. 하루가 멀다 하고 자동차 들락날락한 곳에 지었다니, 미스테리. 하긴, 고양이 녀석들 보다야 빵빵 거리는 차가 안전하지 않겠어?

 

아무튼. 마침 손에 카메라도 있겠다 촬칵 했지. 가챠! 그러나 도저히 여러분 앞에 공개할 수준은 나오지 않았어. 하필 렌즈가 광각이었걸랑. 널따랗게 찍히는 거. 뭐 가까이 가면 되긴 하지만, 엣끼! 어디 다가갈 생각을 하고 있어! 어미 놀라면 책임질래! ..멀리서만 지켜봤어. 흐뭇. 당연한 처사! ...는 아니! 너무나 기본적이어서 의문도 들지 않는 이 행동을 안 지키는 인간이 있어! 사진에 양심을 버린 찍새들!

 

새를 가두고, 새끼 다리를 부러뜨리고, 본드로 붙이고, 그래놓고 예술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다. 브라보. 정말 대단한 작가 나셨지? 찾아보니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더라고. 기사화 된 것만 해도 2012년부터 시작해서, 16년 똑같은 패턴으로 환경부가 주최하는 공모전에서 당당히 입선하는 기염. .

 

딱 보면 티가 나. 가지에 생뚱맞게 아기 새들이 도란도란 모여 있다? ..98%입니다. 보기만 예쁠지언정 그 뒤엔 주작과 학대와 생명경시만 가득하지. 사진 취미 아닌 분들이라도 이 정도는 알아 두자고. 자연을 위해서!

 

그럼 요새는 어떻냐? ..후우. 사탄도 울고 갈 만큼 악행이 진화했어. 고도의 주작! 새 둥지가 보이면 그 주변 나뭇가지를 통째로 꺾어와. 아항? 더 살벌한 곳은 기암절벽에 쳐올라가 망치로 돌을 깎아. 그렇게 수집된 생명을 데코레이션에 스튜디오 조명 빵빵 쳐가며 찍는 거지. 끄흑, 사람이길 포기한 새끼들!

 

그럼 식물은 괜찮냐? ..아니, 동물을 쓰레기처럼 보는 인간들이 식물이라고 존중하겠어? 단지 고귀한 작품 활동 대상일 뿐. 이슬을 머금고 한 모금 튀어낸 야생화를 꺾어버려. ? 남들 못 찍게 하려고! 아무도 나와 같은 사진을 찍게 할 수 없으셈! 이 관종 놈의 호루라기를 그냥!

 

이런 인간들 때문에 카메라 들기가 부끄러워. 예전엔 사람만 안 찍으면 된다는 나이브~ 한 마인드 가졌는데, 천만에! 알면 알수록 동식물 찍는 인간들이 더 위험하다니까. 이 분들은 자기가 뭘 잘못하는지도 몰라. 투철한 인본정신에 둘러싸여, 내가 바로 만물의 영장이다! 권리만 주장하지. 순간을 담기 위해 진실을 파괴하는 행위.

 

여기서 잠깐, 물론 모든 야생사진 작가가 이렇다는 건 아니니 오해는 마. 몇몇이 문제다. 새를 1도 사랑하지 않으면서 그저 사진만 찍어대는 공장장. 아항? 카메라만 들었지 머리는 비워둔 분류만 깐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떠든 난 떳떳한가? ...그럼! 나보다 자연 좋아하는 사람 나와 보라고! (찰싹!) ..은 오버, 그래도 같은 생명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는 알고 있어. 노터치!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데, 바로 고양이야.

 

골목길이며 길가며 산속에서 늘 만나는 친구들. 사정없이 찍었지. 고양이한테 초상권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걔 중에는 늘어지게 낮잠 주무시던 양이도 있었는데, 흐음. 뭔 욕심을 낸다고 셔터 소리 철컹 내며 깨웠는지, 크흠. 지금 생각하니 미안하고 부끄러워. ..결국 이것도 괴롭힘, 끄응. 이런 광견병 걸릴 자식! 내가 미안하다! 잘못했다!

 

나도 같은 놈이었어. 사람을 아끼고, 야생화를 아끼고, 새를 아끼고, 고라니도 아끼는척 코스프레 하는 인간이, 왜 고양이는 그만큼 아끼지 않은 걸까! 흔하게 보인다고 대충 넘어갔어. 에잇! 더 이상 이런 차별은 네이버! 선서합니다. 앞으로 자고 있는 녀석은 찍지 않습니다! 깨어 있는 녀석이라도 무조건 무음셔터로 찍습니다! 안 놀라게! 오케이!

 

사람 손닿은 고양이도 이럴지 언데 야생사진은...난 포기! 진성 새 덕후가 아니고서야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영역이라고. 쇠제비갈매기 하나를 찍으려 해도 습성 알아야지, 초망원 렌즈 사야지, 위장막 있어야지, 몇날 며칠을 숨죽이며 기다려야지, 생태지에 차 끌고 오는 무개념 찍새들 훈육해야지, 맙소사. 지덕체는 물론 재력까지 갖춰야 되잖아? 어우야, 진짜 작가님들, 존경합니다.

 

생각해 보면 사람만큼 찍기 쉬운 존재가 없는 것 같아. 일단 말이 통해, 말이 안 된다? 그럼 돈이면 해결됩니다. ? (찰싹!) ...크흠. 매력적인 모델님만 있으면 끝! 근데 왜 난 이 간단한 일도 못할까? ? ..섭외? ! 결혼 못할 이성한테 돈 쓰는 거 아냐. 아무튼 그래! ..여사친? 친구도 없는 녀석이 여자 친구는 무슨! ...갑자기 씁쓸해졌어.

 

그래 돌이나 찍자! 공감력 빵점인 나도 맘 놓고 찍을 수 있는 대상! 콘크리트는 내 친구!

 

 

동물학대 의혹 사진 :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741682.html

 

쇠제비갈매기 서식지를 보호해 주세요 : https://www.yna.co.kr/view/AKR20190603156400053?-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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