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과 함께 사라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다들 봤어? ... 어오, 생각보다 적구나. 괜찮아! 내용이라 해봤자 별 거 없어. 미국 남북전쟁 시절, 미모의 남부 귀족 부인께서 겪는 국제시장판 인생역경 스토리지. 뭐, 까놓고 말해 그렇게 어려웠던 것도 아냐. 아항? 전쟁 통에 안 굶어 죽은 것만 해도 어디야. 오히려 돈을 벌었어!
어떻게? 치밀한 어장관리로. 자고로 돈 버는데 엔 부잣집 도련님 꼬시는 거만큼 효율적인 게 없는 법. (찰싹!) ..진짜야! 남주한테 접근하는 이유도 처음엔 다 돈이었다고! 크흠. 남자들 갈아타기도 좋아요. 병 걸려 죽어, 징병돼서 죽어. 판타스틱.
그리고 또 다른 수단이 있어. 일해라 어서! 흑인 노예 부려먹기! ..응? 이것도 진짜야! 1860년산 남부배경 아니랄까봐 흑백관계 아주 철저해. 좋은 흑인이라곤 순종적인 노예와 악착같은 유모 정도랄까. 그 외에는 그야말로 떨이신세.
이러다 보니 이 시국에 HBO 맥스에서 퇴출됐지. 조지 플루이드의 죽음으로 촉발된 평등에 대한 재해석 물결에 휩쓸린 거야. 어떻게 생각해? 옛날 영화인데 너무하다? 아니면 흑인들을 위해서라도 당연한 조치다. ...흐음. 부먹과 찍먹 만큼이나 어렵네.
한 가지 고백하자면, 난 몰랐어. 이번 사태가 붉어지기 전까진 전혀. 그저 비비안 리 누님 예쁘다, 나도 저런 생활력 100만 배 여자랑 살고 싶다, 뭔 영화가 4시간씩이나 해, 이런 생각만 했다고. 그 안에 숨겨진 흑인의 삶은 볼 생각조차 안 했어. 백인은 위에, 깜둥이는 아래 사상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었지. ..말콤엑스 센세 죄송합니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 완전히 내리진 않되 주석은 필요하다! 주석? 자투리로 해설서 같은 거 있잖아. 그것도 영화 시작할 때부터. 엔딩 크레딧 올라 갈 때 틀면 아무도 안 볼 테니. ..본 영화는 인권 개념 없던 중세 말기 백인 뽕 관점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온 가족이 바라보며 두 손을 탁 치는 거지. 우리 할아버지 때만 하더라도 인류가 이랬구나. 코호호.
인종차별 문제가 나와서 말인데, 코로나 이후 상반된 모습에 감을 못 잡겠어. 어디선 흑인차별 반대 시위가 펼쳐지고, 옛 백인우월주의 조상님들 동상이 수장되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선 코로나 주범 아시아인은 본국으로 꺼져라 혐오가 일고, 그렇게 차별받는다는 흑형들 마저 이스트산 옐로 몽키는 인간취급 안 하는 사태를 보고 있자니 말야.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주 성경 가라사대 태초에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으니 원죄가 생겨났다 하지. 아니, 천만에. 먹으면 안 될 과일을 거기 둔 인간..이 아니라 신이 잘못이지! 게다가, 과일 먹은 게 어때서! 그게 그렇게 죽음과 지옥을 맞이할 중죄냐!
내가 생각하는 원죄는 따로 있어. 유럽이 찬란하게 피어오를 때 저지른 간악무도한 죄! 지금 세계가 고통 받는 이유를 따지고 보면 다 그때 생긴 일이라니까. 잘 사는 아프리카 사람들 노예 만들어, 내분 일으켜, 자원 빨아먹어, 식민지 해. 그것도 모자라 남미에선 전염병과 총으로 황금을 손에 넣으사, 인육 근절한 거 외에는 딱히 잘한 일이 없지.
인도에선 향신료 털어가고, 아메리카에선 어느새 버팔로와 인디언은 나가리가 됐어. 그나마 동아시아는 나아. 해봤자 중국이 영국산 아편 팔이에 당한 복수를 21세기 홍콩에서 벌이는 정도랄까? ..앗! 아니다! 양키놈들이 저지를 일을 친히 우리 대일본제국께서 저질렀구나! 친일파와 빨갱이와 식민지근대화론과 남북분열을 만든 장본인. 크흑.
죄는 있는데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았어. 그러니 쌓이고 터질 수밖에! 백인 성님들이 언제 사과한 적 있나? 없어. 돈 많고 빽 빵빵한 유대민족 제외하곤 그런 전적이 없지. 여전히 세상의 중심은 자기들 화이트맨. ..잠깐, 이거 완전 서양판 중화사상이잖아! 시진핑 욕할 게 아니었네!
다행히 이런 와 중에 반성의 목소릴 부르짖는 분도 있더라고. 아까 말했던 동상 수장식! 캬하하. 콜럼버스? 신대륙의 발견자? 신대륙은 개뿔! 인디언은 사람 아니냐? 정말 자기중심 사고에 빠진 스폐인산 달걀 세우기 논리지. 그는 위인이라기보다 어...그래! 도전정신 충만한 수탈자라 부르자. ...오케이!
그래도 콜럼버스는 지금 말할 인간에 비하면 양반이야. 누구? 벨기에 레오폴드 2세! 인간이 얼마나 동물이 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지. 제국주의 시대 벨기에를 이끈 성군? ...끄응. 아니!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 인간은 용서가 안 돼! 3000만 가까운 콩고인을 죽인 살육자! 고무와 상아를 위해서라면 팔 하나 자르는 건 예사로 저지른 ...살육자.
이 두 명의 동상이 강과 바다에 삼켜지니, 잘 된 거야. 그럼! 지금까지 멀쩡했던 게 용하다. ..반성이 없었어. 반성할 일인가 이유조차 몰랐지. 우리도 몰랐잖아? 우끼끼 대접 받는 주제에.
워워, 어째 인종차별 더 부추기는 것 같다? 세계의 황인들이여 단결하라? 아니! 나만 잘났네, 피가 좋네, 색이 어떻네, 인간이 인간을 차별하는, ..이 원죄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문제는 계속 될 거야. ..KKK, 선택받은 유대민족, 그리고 핑핑이까지.
나부터 노력하려고. 이 시국에 세계인과 한 몸이 될 순 없으니, 가까운 데부터 실천해야지. 이를테면 뭐가 있을까.. 그래! 내 속에 뿌리박힌 강남 청담 지역숭배! 뿌리 뽑는다! S대만 보면 절로 절하는 학벌숭배! 철폐! 물론 죽을 때까지 노력해야겠지만! 방심하는 순간 툭툭 튀어나오겠지만!
마지막으로 흑형 거시기 숭배는.. 어.. 이건...끄응. 작은 고추가 맵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834115
콜롬버스 동상, 머리가 잘려나가다 :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1/2020061103762.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레오폴드 2세 동상 철거 :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20061098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