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할인부터 재포장까지
코로나 덕에? 우린 고생할지 몰라도 지구님은 기뻐하실 거라 생각했어. 성층권 파괴하는 비행기 사라지고, 히말라야 대장관이 펼쳐지고, 중국발 미세먼지도 없어지고, 베네치아엔 돌고래와 해파리가 헤엄치는, 어! 인간이 죽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친환경이다! (찰싹!)
근데.. 아니네! 다른 쪽으로 파괴행각이 진행되고 있던 거야! 바로 쓰레기! 방콕 생활 하느라 죄다 택배로 받은 상자, 테이프, 포장제! 거기다 외출할 때 쓰는 마스크! 그게 전부 나무 잘라서 만든 3M 부직포 아니겠어? 맙소사. 8월부턴 쌓아놓을 곳도 없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으니. 끄응.
이런 때 친포? 스바라시 친친모노(찰싹!) 친포장적 기사가 나오니! 지난 주 금요일, 한경에서 단독으로 보도한 거야. 묶음할인 세계 최초로 금지! 라면, 맥주값 줄줄이 오를 판! ..뭐?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안 그래도 살기 어려운데 할인이 줄어든다고! 미쳤구나 정부! 정확히는 문재인과 그 일당들!
그러나 여기서 잠깐! 예로부터 단독 들어간 뉴스는 세밀히 살펴야 자자손손 액운이 없지. 거기다 한경. 뒤에 경제 들어간 신문 중에서도 거짓과 선동과 배째라의 대표주자! 아니나 다를까 기사를 3번이나 정독했는데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거야. 아항? 대체 묶음할인 정의가 뭔지, 재포장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예외는 뭔지 도통 감이 안 와.
할 수 없이 기다렸어. 어디선가 팩트체크 해 줄 때까지. 첫 타자는 중앙일보야. 19일 저녁 바로 기사를 냈는데, 재포장 막은 정부, 묶음할인 막은 건 아니다. 할인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굳이 제품 전체를 감싸는 재포장을 하지 말라는 것. 아항. 그러면서 띠로 묶는 건 재포장이 아니래. 호오.. 그러니까 우유 1+1 비닐봉지에 싸지 말라는 거죠? ...아닌가? 아잇! 헷갈리네! 대체 재포장 기준이 뭐야!
다음날 커뮤니티에도 여기 관련 글이 올라왔더라고. 저기 일베 쪽은 상종도 안 하니 거기 분위기는 모르겠고, 우리 위대한 루리웹 유게이들이 밀고 있는 주장만 봤어. 어디보자,.. 응? 과자 과대 포장 막는 법이다? 지금까지 재포장 떠들다가 갑자기 질소 용적률 20% 이야기가 왜 나오지? 야래 야래, 이거 코맛따나. 핫. 혼돈 파괴 망가만 늘어났다는!
이 와중에 팩트체크로 유명한 JTBC에서 이 문제를 다뤄주니 히잇! 드디어 해결인가! ...는 개뿔! 전혀! 예시를 보니 더 혼란의 쓰나미가 몰려와. 요구르트 8개 들이 비닐포장은 되고, 라면 6개입은 안 된다? 이게 무슨 비닐껍질 까는 소리야! 둘 다 비닐 포장 인데! 어딘 되고, 누군 안 되고! 여기가 대한민국 사법부냐! ...어, 오버했어. 미안합니다.
21일이 되어서야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지. 내가 딴 덴 안 믿어도 미디어오늘은 신뢰하걸랑. 언론을 재판하는 언론께서는 어떤 보도를 냈을까? 기사는요! ..너도 까고, 너도 깐다! 한경, 너님도 세계 최초라니, 해당도 안 되는 맥주값 오른다니, 창고형 매장은 예외라니, 있지도 않은 사실로 왜곡했고! 환경부, 저님도 기준인 듯 기준 아닌 기준 같은 애매한 표현에, 마치 할인 금지 할 듯 한 낌새를 팍팍 풍겼으니 잘못했다는 거야. ..그렇군. 둘 다 잘못했군. 그래서 재포장 기준이 뭔데! 난 이걸 알고 싶다고! 라면 6개입 할인율을!
그리 하야 대망의 오늘. 궁금증을 근본적으로 해소해 준 신문이 나왔으니, 바로 매일경제야. 옆 나라 한국경제는 자기들 기사 자랑하기에 바쁜 와 중에, 크흑. 브라보치아노! 드디어 정육개입 라면봉지 문제를 해결! 정답은요! 가능! ...후우. JTBC가 뭐랬더라? 뭐? 라면은 안 된다고? 이것들을 확!
취지를 이해하니 조금은 와 닿아. 낱개로 나온 제품이 유통과정에서 재포장 되는 행위를 금한다! 막대한 비닐 쓰레기를 줄일 목적이다! 이거야! 자, 이 공식을 대입해 보자고. 6개입 라면은 공장 나올 때부터 6개입이니 통과! 8개들이 요구르트도 통과!
이에 반해 우유는? 공장에서 나올 땐 종이팩 하나로 나오...나? 요즘은 기본이 2개 묶음 같던데? 어... 느낌상 재포장! 추억의 과자 묶음 상품도 재포장! 플라스틱 통에 담긴 샴푸를 굳이 다시 비닐에 넣어서 묶은 것도 아웃! ...아잇, 거 대충 넘어갑시다! 여러분의 느낌을 믿으세요.
정 묶어 팔고 싶으면 비닐사용을 최소화하면 돼. 아하, 그래서 띠 이야기가 나왔구나. 비닐 덩어리는 그렇지만, 얇은 유리테이프 정도야 봐주겠다는 거지. ..그럼 여기서 질문. 개별 플라스틱에, 개별 비닐 포장에, 그것도 모자라서 16개입들이 대형 비닐까지 사용하는, 공포의 양반 광천 성경 대천 김은 어떻게 봐야 할까?
..크흠. 아잇! 궁금증 해결 아니었어! 묶음라면 생각하면 재포장은 아냐. 그러나 비닐 사용량 보면 이보다 환경파괴 하는 품목이 없어. 가장 플라스틱에 민감해야 할, 바다 김양식장 회사가 오히려 비닐배출량 1등 찍고 있는 현실. 웟더.
그린피스 코스프레 하고 싶은데 김 먹고 싶은 사람은 이 제품 추천해. 60그램 짜리, 비닐 단 한 장 사용한 통짜 성경김! 안에 보습제?도 단 1개만 들어가 있지. ...PPL 아냐! 맛은 솔직히 양반김이 더 낫다? 그래도 환경을 위해서! 크흠. 성경 사장님, 연락주세요.
아무튼. 실망이야! 환경부! 칼을 뽑았으면 확실하게 그어야지! 이렇게 애매해서야 자연을 지키겠어? 처음부터 제품보존에 필수적인 비닐 외 전면 사용금지! 이렇게 했으면 얼마나 심플해. ...뭐? 국민이 원치 않는다? 핫. 그건 내 알바 아니라우. 당장 시행시켜! 내가 정은이다! 타노스님. 충성충성! (찰싹!)
..끄응. 아이 농담... 아니, 진담! 여기서 분리수거 직접 해본 사람은 알 걸? 재포장 뜯을 때마다 얼마나 열 받는지. 3중 포장 정리하는 데만 10분! 아뿔싸, 비닐이랑 플라스틱 섞어 놓은 혼종은 쳐다보기도 싫어. 여기에 최종보스, 끈적한 소스류 묻어 있으면, 어후. 기름범벅 씻어 본 자는 자연히 포장기피자가 돼. 아항? 심지어 전설의 양념치킨마저 멀리한다?
그래서 결론은요! 교육부는 정규 교과 과정에 분리수거 공장 체험을 도입하라!
묶음할인 세계 최초로 금지, 라면 맥주값 줄줄이 인상 :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0061980441
재포장 막은 정부, 묶음할인 막은 건 아니다 : https://news.joins.com/article/23806121
판촉용 재포장 금지 논란 :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56126
한국경제 재포장금지법 보도, 왜곡여부 확인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737
환경부 원점서 재검토 :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0062114511
팩트체크 연합뉴스 : https://www.yna.co.kr/view/AKR20200622128851502?-nput=1195m
팩트체크 매일경제 :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0/06/639530/
환경부 입장 : http://me.go.kr/home/web/board/read.do?boardMasterId=1&boardId=1379560&menuId=286
대놓고 없는 소설을 지어쓰니 이제 뭐 정부처 가서 팩트 체크를 일반인이 해야하는 나라가 됬음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