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선수협
기억에 남는 선생님 있어? 뇌리에 콱 박혀서 떠나지 않는 선생님. ..난 초등학교 체육쌤이 잊히질 않아. 일단 여선생님이었어. 그것도 단발머리에, 다부진 몸매에, 목소리마저 여리면서 착한. 아항?
나야 선생님을 계속 좋아했지만, 아이들은 그러지 못했어. 반 전체가 뒤집어진 사건이 있었걸랑. 원인제공자는 기억 안 나. 다만 모종의 계기로 단체 기합 들어간 건 확실하지. 1년 365일 쾌쾌한 냄새나는 체육실에서 떼거지로 손들어 하는데, 대뜸 한 녀석이 악에 바쳐서 외치는 거야. 왜 쟤 때문에 우리까지 벌 받아야 되는 데요! 오우야. 여러분이 그 때 표정을 봤어야 하는데. 막장 드라마 시어머니도 울고 갈 포효를.
당시에는 이해 못 했어. 잘못했으니까 쌤이 뭐라 하는 거지, 어디 감히 학생이 쌤에게 대들어! 이렇게 아주 친교권적으로만 바라봤다고. 그런데 두둥탁. 쌤이 뭐라 반박을 못 하시는 거야. 그 자리에서 우셨다? 내가 잘못했다고... 충격이었어. 내 사전에 선생님이 학생에게 무릎 꿇는 건 없었으니까. 그와 함께 내 맘도 찢어졌어. 크흑.
그 후 반 전체가 쌤을 따돌렸어. 그 있잖아. 지나쳐도 말 한마디 안 꺼내고, 넌 가르쳐라, 우린 이대로 간다. 냉전! 고작 13살 꼬꼬마들이 이런 쪽엔 귀신같아요. 그럼에도 본인은 선생님 곁을 지켰단 말씀. 코호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수업! 때로는 선생님 고민 상담! 단 둘이서! 핫. 영국물 먹고 온 친구 녀석이 그러더군. 나 같은 놈을 TEACHER’S PET이라 한다고.. 어쩔! 기꺼이 쌤의 애완견이 되리라! 그것이 사랑이라면! 최*선 선생님! 잘 지내시죠?
단체기합이라... 하긴 선생님 논리도 살짝 억울하지. 애들 말이 맞아. 우린 단체로 죽고 사는 군인, 직장인이 아니잖아? 그러나 여기서 잠깐, 애들은 몰랐을 거야. 이 분은 천사였다는 것을! 중고딩 돼 봐. 막대기에 색색이 선글라스 장착한 체육쌤들 등장하시는 데, 와우. 다들 한 폭력 하셨지. 여기 러닝 인 더 90, 인정? 인정! 싸대기, 밀대자루 어택, 책 모서리로 머리 찍기, 상의 탈의 운동장 뺑뺑이. 참 기술들도 다양했어. ..갑자기 열 받네!
뜬금포 체육쌤 이야기를 왜 하냐? ..끄응. 최숙현 선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나니 갑자기 쌤이 보고 싶더라고.. 아이들이랑 어떻게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내게 물어보셨던 쌤이.. 훈계 하나에도 고민하셨던 내 첫 사랑이..,
그런데! 때려? 그냥? 당신이 그러고도 코칩니까! 인격모독이란 모독은 다 섞어 가며, ..너무하잖아. 찾아보니 운동선수 체벌 문제는 1995년에도 있었어. 아니,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수많은 폭력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강점기까지 닿을 거야. ..이제 100년이 지났잖아? 최소 25년이 지났잖아! 그런데 왜 똑같아!
워워. 펀 쿨 섹., ..아냐, 이번에는 아냐! 이건 화내야 돼! 폭력질 한 지도자나, 인격 모독한 선배나, 두루뭉술 넘겨버린 대한체육회 며 경주시청이나!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내가 제일 뚜껑 열리는 게 뭔지 알아? 팀 닥터라는 죠스바 자식! 뭐? 닥터? 사람 마음 갉아먹은 주제에 닥터! 이! ...끄응. 워워. 진정. 펀 쿨 펀 쿨 펀 쿨.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 대통령이 직접 대책을 마련하라 한 이 비극을. 이번에는 해결할 수 있을까?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해. 폭력은 어디서로부터 오는가? 그것은! ..권력? 그래 권력! 파괴한다!
안 그래도 좁은 구멍, 감독이 동아줄을 쥐락펴락 하는데, 여기에 연맹이며 체육회까지 가세해서 카르텔을 공고화 하니 어떻게 견디겠어. 욕먹어도, 맞아도, 성폭행 당해도, 운동 하고 싶으면 따라라! 억울하면 나가든가! ...무간지옥.
안타깝지만 여기선 부모님도 구해줄 수가 없어. 불효자 될 바에 참고 견디는 청춘들이 너무 많아. 게다가 설사 알아채신다 한들 너무 순종적이시거든. 46.7%, 절반 가까운 학부모님께서 체벌을 긍정적으로 보셨어. ..다 아이를 위해서 때리는 거겠지. 우리 자식 금메달 따려면 저 정도는 맞아야겠지..
아닙니다! 맞으면 골병 들어요! 게다가 메달이 뭐라고요! 아시안게임 금메달 따봤자 월 52만원 나온다고요! 월 52만원에 아이 인생과 행복을 바꾸시겠습니까! ...뭐? 그거라도 따야 먹고 산다고? 그건... 아이! 그러니까 운동과 꿈을 병행하자! ...또 뭐? ..군, 군면제? 어...이건...아잇! 요즘 군대 좋아졌어! 밥 나와, 옷 줘, 폰 쓸 수 있어, 1년 6개월 아싸리 하고 말지!
아무튼. 기업에는 노조가 있고, 군대에는 마음의 편지가 있고, 정부에는 국민신문고가 있는데, 정작 선수들은 의지할 곳이 없어. 선수협? 프로야구뿐이야. 잠깐, 선수협이라.. 호오. 당장 만들자! 쪽수 빵빵하게 종목 가리지 않고 선수라면 다 합심해서! 대빵은 힘 좀 쓰는 분이어야겠지? 누가 좋을까.. 정몽준 센세? 오옷! 맞아! 그 분이 있었지! 축구단 운영하지, 국회의원 7번이나 했지, 버스비마저 모를 정도로 돈 많지! 아주 최적이야! 정몽준을 선수협 회장으로! ...알았어. 국민신문고에 올려볼게.
이제 싸가지 없는 지도자들은 네이버. 선수들 당당하게, 인간답게 운동할 권리 누려야지. 그럼! 만약 대체할 감독, 코치진 없다? 나 불러줘. 자신 있어! 코치가 별 건가? 영양사님께 식이요법 배우고, 전국 헬스장 성님들께 쇠질 배우고, 유튜브로 세계 정상급 선수 기량 체크한 다음, 사랑과 존경을 담아 지도한다! ..간단하네. 연락주세요.
최숙현 선수를 추모합니다.
운동하면서 수천대 맞았어요 : https://www.yna.co.kr/view/AKR20180123158300797
1995년, 운동선수 체벌 심각 : http://news.kbs.co.kr/news/view.do?ncd=375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