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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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웨딩 마치 속 어머니 (0) 2020/07/04 PM 09:32

 

 

 

웨딩 마치 속 어머니

 

 

씁쓸해. 씁쓸하구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더니, 외사촌이 결혼 하니까 우울해졌어. 캬하하. 농담. 아니, 진담.

 

사실 당사자랑은 이름도 몰라. 초등학교 이후로 본 적도 없어. 단지 외삼촌 의리 때문에 간 거지. 엄마의 협박도 한 기여 했고. 크흠. 그래도 은근 기대했다? 이 시국에 마스크 껴 가며, 이 더위에 양복 입어가며 갔으니, 하객으로 온 여성분과 소개팅이라도 시켜주겠지 하는 바람으로. ? 현실은요! , 그런 거 없어. 강제 투명인간 행.

 

그래도 이건 약과야. 원탁의 테이블에서 이어지는 공포의 순간! 오랜만에 모인 친척 어른 분들의 단골소재, 바로 자식 까기! ..니 몇 살이고? 니는 결혼 안 하나? 여자친구 없나? 취직은? 야야, 어떻게 먹고 살래, 엄마 생각해라. 공장 알바라도 뛰던가. ..크흑, 엄마까지 맞장구치며 스크래치 박박 긁으니 버틸 수가 있나! 끼요옷! ,,에휴, 인간 구실 못하는 내가 문제지. 불효자는 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충격에 충격을 계속 맛보니 속에서 악마의 기운이 솟아.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나쁜 생각. 그러나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없는 절대명제! ..무엇? ..하하하, 그러시는 친척 내외 어르신들께서는 떳떳하십니까! !

 

엄마 이혼 했지, 큰 외삼촌도 이혼했지. ! 어디 사돈댁에서 질문이라도 날아왔어 봐요. 고모님 남편분은 왜 안 오셨어요? 큰 사돈댁 아내분은요? 와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 선 넘었어? ...크흠. 죄송합니다! 어머니! 제가 잘 하겠습니다!

 

아무튼. 결혼 얘기를 더 하자면, ... 정말 전형적인 웨딩마치라 실망했어. 그런 거 있잖아. 시간순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식장에서, 똑같이 와글와글 하객에, 끝나고 나면 느낌함과 가성비 한 가득 느껴지는 뷔페로 마무리하는 식.

 

가장 아쉬웠던 건 예식마저 중세풍 따랐다는 거야. 처음 신랑 신부 어머니께서 손잡고 나오시고, 그 다음에 신랑 입장 하고, 그 다음에 신부와 신부 아버지가 같이 입장하는 방식. 맘에 안 들어! 자기 딸 보내느라 맘 아픈 건 엄마, 아빠 똑같잖아? 그런데 왜 마지막 이별식에 아버지만 참석하냐고!

 

거기다 축사라고 양가 아버님만 일장연설을 하시는데, 아잇! 어머니는요! ...? 주례? 없던데? 짝다리 짚은 사회자는 있어도. 난 봤어. 구석에 있어서 안 볼 줄 알았지? 요놈의 손! ..여하튼 아쉬웠어. 계속해서 어머니들은 소외되는 것 같아서.

 

...? 한남이 갑자기 여성인권 챙기니까 어색해? 워워워, 말했잖아. 나 페미 존경하는 사람이야! ...사실 사진 찍으면서 느꼈어. 어머니의 슬픔을. 딴에는 카메라 있다고 찍었걸랑. 외삼촌, 외숙모, 그리고 아직 결혼 안 한 외사촌 누나, 외사촌 동생. 딸만 3명인 축복받은 가정!

 

외숙모 표정이 그... 뭐라 표현하기 힘든, 슬프면서도 기쁜 표정이야.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울고 있는, 남들 앞에선 미소 짓고 있지만 돌아서면 슬픔에 굳어지는, 그런 표정! 외사촌들도 떠나가는 둘째 바라보며 기운이 묘하더라고. 특히 고3 막내는 더욱.

 

오늘에서야 안 거지. 결혼식장 여성들의 표정을 찍어 보고 나서야. 누구보다 아쉽고 안타까울 분들인데, 정작 살풀이 할 기회가 없으니, 이게 웨딩이냐! 여가부는 대체 뭐하는가! 그 많은 여성단체들은! ...잠깐, ! 그래서 페미는 독신이나 레즈가 많구나! ..? 좋게 가다 다시 한남 됐다고? 끄응.

 

방식이야 어떻든 신부는 기쁘니까 된 거지 뭐. 끝으로 당돌한 내 외사촌을 위해 2초만 기도해 줘. 행복하게 살라고. . 과연 이 둘은 가족사처럼 이어진 이혼력을 파괴할 수 있을 것인가! 결과는요!

 

2년 후에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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