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서민에도 봄은 오는가
나라가 부동산 때문에 시끄러운데 정작 난 합죽이야. 왜? 땅이란 걸 사봤어야지! 이 시국에 다들 어렵다는데, 어디서 땅 살 생각들을 하는 거야? 앙? 그것도 “서민”이. ...워워, 진짜야! 부자님이 아니라 서민이 그랬다고, 저기 한국경제에서 말했단 말야.
자, 여기 봐봐. 제목. 멀쩡한 집 팔고 세 살라는 거냐! 분노 폭발한 서민들! 뭔 말인가 살펴보니, 1주택자가 분양권만 취득해도 양도세 폭탄을 맞는다고 성토한 자리였어. 워호. 벌써부터 불편한 낱말들 나오기 시작하네. 분양권? 어디 아파트 같은데 입주할 수 있는 권리지? ...하하, 난 분양 같은 건 받아 본 적이 없어서. 인생이 전월세.
근데 더 자세히 읽어보니 말이 다르다? 이사하기 위해 분양권을 일시적으로 취득한 사람들에겐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래. 거기다 3년 안에 기존 집을 매각하는 경우에도 9억까지는 비과세. 호우! 전혀 화날 일이 아니잖아. 어디 서민이 9억 이상 갖고 있어. 평생 일해 봤자 9천만 원도 모으기 힘든데. 그럼! 거기 데모하는 분들 다 리치맨이구만. 에이. 난 또 괜히 걱정했네.
다음 기사. ..이래도 되나요? 1억 7천만 원을 어디서 구해! 전셋값 폭등에 세입자 눈물! ..크흑. 같은 전세인으로서 이런 아픔은 용납 못하지! 집주인 미치셨나요? 재작년 6억 6천 받던 걸 8억 3천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는 잠깐, 6억 6천? 전세가 6억 6천! 여기가 어디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어... 이런 말해서 미안한데, 억 단위 나오기 시작하면 서민 아냐. 6억? 진짜 아냐. ..기사에서 하신다는 말씀이, 평생 세 들어 살 생각하니 우울하다.. 하하하. 그걸 바라보는 2천 따리 전세인은 무슨 심정인지 아세요? 난 아주 나가 뒤져야지!
서민에 대한 가치관 혼동은 주식시장에서도 일어나. 매일경제 기산데, ..개미들의 분노. 서민 부동산 사다리 끊더니 주식 사다리까지 끊을 셈이냐. 호우! 이번엔 뭐 때문에 화가 났을까 보니 주식양도세 관한 얘기였어. 주식으로 연 2천만 원 이상 수익 내는 개미들에게 20% 세금이 웬 말이냐!
호오. 주식하면 한강물 온도부터 체크하는 거 아녔어? 1억을 벌고 싶으면 2억을 투자하라는 동네. 거기서 2천 당겼다니, 브라보. 박수 한번 주세요! 축하는 축하고, 어디 한번 말해줘. 현생에 워랜 버핏이었어? 테슬라, 엔비디아 떡상코인 탄 거야? 앙? ...아니 부러워서. 주식 한주 못 건드려 본 “서민”이 보기엔 말야. (찰싹!)
크흠. 걱정 마시라. 열화와 같은 반발에 기준점 5천으로 올랐으니. 아무리 투자의 귀재라도 5천은 어렵나봐. 2천 따리 때는 나라 망할 듯 썼던 경제신문들께서 5천 선은 별 언급 없는 걸 보니. 캬하하. 그대들에게 5천의 가호가.
아무튼.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니 서민이 대체 뭔지 혼돈만이 몰려 와. 서민이 뭐야? ...각자 마음속에 있다고? 그...그건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언론에서 떠드는 서민 기준은 너무 높아. 서민에 발끝도 도달 못한 나는 어쩌라고. 불가촉 서민인가?
확실한 정의가 필요해. 서민이란! ...크흠. 계량컵 마냥 숫자로 딱 떨어뜨리기엔 너무 애매한데. 그래서 생각해 봤지. 평소 내 모습, 부산 달동네 이웃 모습을. 진정 서민이라 불리기에 부족함 없는 사람들을. 앙?
내린 결론은 이거야. 서민은! ...어제보다 괜찮은 오늘도, 오늘보다 찬란한 내일도, 나랑은 상관없는 사람! 뻔한 하루가 멋대로 흘러가는 사람!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코스로 출근해서, 똑같은 식사로, 똑같은 일주를 마무리하는 삶. ...후우. 지쳤어. 매일 먹는 라면, 계란, 만두, 인간사료에. 그러나 바꿀 수 없지. 그럴 자유는 없거든. 서민에겐.
...이거 너무 분위기 싸하게 몰고 갔나? ..아잇. 과장한 거야. 미안해. 가난마저 뺏기는 심정이라 억했나봐. 모두가 잘 사는 사회가 제일 좋지. 그래도 이왕이면 가장 도움이 필요로 한 서민부터 챙기는 것이 정의 아닐까? 그 있잖아. 롤즈 센세가 말한 정의론! 정의는 가장 가난하고 약한 사람을 돕는 것이 정의다!
여하튼. 이제 내 꿈은 서민이 되는 거야. 부동산 8억 8천에 주식으로 연 4천 9백 버는 삶. 핫. 여러분도 부디 서민 되시길.
아나스타샤!
멀쩡한 집 팔고 세 살라는 거냐, 분노 폭발한 서민들 :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007212589i
짐작은 했지만 너무 많다. 1주택자 충격의 재산세 :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0072135591
이래도 되나요, 전셋값 폭등에 세입자 눈물 : https://www.yna.co.kr/view/AKR20200714145900797
개미들의 분노, 서민 부동산 사다리 끊더니 주식 사다리까지 : https://www.mk.co.kr/news/stock/view/2020/06/663013/
왜 한국만 주식양도세 매달 떼어가나, 개미들 뿔났다 :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0063070131
주식양도세 부과 5천만원으로 상향. 개미들 반발에 전격 수정 :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00722/1021060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