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에 미쳐 날뛰고 있는 누나
어제는 내 특권에 도취되는 날이었어. 백수 프리미엄 제대로 누렸지. 직장인은 꿈에도 못 꿀, 국정원장 청문회 시작부터 끝까지 다 보기! 부러우면 지는 거.
그래서 어땠냐? ..내용 하나 없는 6시간짜리 인터넷 강의를 본 기분이야. 청문회? 뭘 검증했다는 건지 하나도 기억 안나. 학력위조가 어떻고, 대북송금이 저떻고, 대충 그런 말들이 오고간 것 같긴 하지만 아이 돈 케어.
뇌리에 남은 건 오직 말빨. 박지원의 말빨! 와우, 이 분 한 너구리 잡아드셨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청문 받는 당사자가 아니라니까. 역공을 펼치고 있어! ..증거는 니들이 알아서 떼세요. 법대로 하세요.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사부작 되는 국회의원님들아. 하태경 니가 핵산과 쿠퍼액일 때 난 이미 금배지 달았어! 어머니! ..코호호.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뻔뻔? 아니면 당당? 얼마나 압도적이었으면, 어째 그렇게 까기 좋아하는 언론사들께서도 후속기사 하나 안 내놓더라? 하긴, 내가 봐도 그래. 저 능구렁스 철면피면 합격을 줄 수밖에 없어. 과거에 학력을 속였든, 살인청부를 했든, 5억불을 건넸든, 저 인간이라면! 김정은마저 싸게 할 언어의 마술사!
다른 한편 법사위에서도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지. ..추 장관! 역시 화끈해. 아들 병역 의혹 제기하자 단 번에 ‘소설을 쓰시네.’ 악센트가 중요해, 부드럽게 넘기면서 소설을~ 캬하. 역시 판사 출신은 달라. 사람을 매겨도 뼛속까지 뒤집으며 매겨. ,.잠깐, 이거 타짜에서 이미 나온 대사 아냐? ..시나리오 쓰고 있네, 미르친 스키가. 오!
추미애 짱이 썰전 뜬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 최근에 유독 많았어. 지난 주 대정부질문 자리에선, 그래서 어쩌라고! 지금 나한테 시비 걸려고 질문하는 거임? 시전! ..와우, 역시 추다르크야. 가차 없지. 근데 질문 내용을 보니까 화낼 만 했어. 법무부장관 불러놓고 물어본다는 게 강남 건물주 소리가 나오지 않나, 언론 신뢰성 추궁하질 않나. ..진짜 어쩌라고!
이렇게 “공격적인” 모습 보이니 언론에선 연일 깠지. 추미애 소동 일으켜, 추미애 발언에 법사위 마비, 이게 다 추미애 때문이다. 핫. 그런데 말입니다... 왜 난 더 좋아 보이지! 보면 볼수록 매력 있어. 오우야, 이러다 사랑에 빠질 것 같아! 누나 나 죽어!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어. 그건 아마... 강인함. 그래, 약한 모습 따위 저 세상으로 보내버린 카리스마! 내가 상상으로만 벌였던 일을, 추 짱은 현실화 했던 거야. ..국회의원이, 상사가, 진상이, 일진이, 혹은 가정폭력범이 난동을 부려도 참아야 했어. ..두렵고 아프니까. 그런데 추미애 이 인간은 어떻게 된 게 밝히면 꿈틀을 넘어 발모가지를 뜯어버리네? 홀리 카타르시스!
검찰 개혁 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 그럼! 미친개 잡는 데엔 역시 미친.. 어... 미칠 듯 한 인물이 필요하다 이 말이야. 저 오기! 깡다구! 시빗거리 기사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확신만 늘어. 잘 뽑았다. 이 사람이다! 검찰 대격변 시기에 최고로 적합한 자 누구? 추추 추미애! 이 구역에 미친년은 나야! (찰싹!)
이제 알 것 같아. 조국 전 장관이 부족했던 점. 밤 12시까지 이어진 역대급 청문회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너무 약했어. 솔직하고, 품격 있고, 똑똑하고, 조용했지만, 아니, 이것만으론 모자라. 괴로워 견디다 못해 찌푸린 얼굴은.. 신뢰를 주지 못 했어. ..약한 사내다!
이건 비단 조국 형님한테만 하는 소리가 아냐. 바로 내게 하는 아우성! ..나약하기 짝이 없었어. 면접만 본다 하면 무슨 황제 폐하 모시듯 굽신굽신에, 입바른 소리에, 단추 하나 푸는 것 까지 허락 맡아 가면서도 바들바들 떨었지. 호우! 딴엔 이게 예의바를 거라 생각했다? 이렇게 해야 합격할 거라고. 현실은 응, 안 돼. ..약한 사내다!
여러분은 어때? 강인하게 살고 있어? ...뭐야, 이 수줍은 침묵은... 히힛. 안심이야. 이렇게 동지들이 많을 줄이야. ..알아. 사회생활 하려면 고분고분 해야지. 그러나 적어도.. 꿈틀 거리긴 하자! 아닌 건 아니다! 딱! 한우는 몰라도 흑우까진 되지 말자! ..뭐 어때! 잘못 돼 봐야 쫓겨나서 굶어죽기 밖에 더 하겠어! ...어?(찰싹!)
그렇군. 강해지려면 안정된 밥그릇이 필요했어! 나는 원한다! 무상급식을! 철밥통을! ...이게 뭐야!
시비 걸려고 질문하나, 곽상도 노려분 추미애 :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00725/102148910/1
박지원, 날 선 수비 실력 :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72717055863680&utm_source=naver&utm_medium=mynews
추미애, 소설을 쓰시네, 법사위 발칵 :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72717463052167&utm_source=naver&utm_medium=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