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돈으로 살 수 없다면 혹시 돈이 모자란 건 아닌지 확인해 봅시다
워호. 더워서 정신이 없어.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죠. ..정신 차려!
미안. 어푸푸. 부산은 비 그치자 열기로 가득해. 그 있잖아.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그늘에 들어가 보지만 여전히 물먹는 하마가 기다리는 그런 상태. 핫. 선풍기에서 나오는 공기마저 후덕하니 말 다했지. 어후.
...에어컨? 그래, 2년 전인가 달았어. 근데 어째 공간만 차지하고 있다? 끄응. 난 권한이 없어. 틀 권한이! 시끄럽다고, 창문 닫아야 한다고 완전 엄금이야. 에휴. 그러게 실외기를 베란다에 놓을 게 뭐람! 그렇게 밖에 설치하자고 했건만.. 실외기는 실외에! 이름에 괜히 실외 들어간 게 아니라니까. ..그런 연유로 하하하, 캐리어님은 개뿔! 전 더워 죽더라도 지구를 위해 선풍기만 틀겠습니다! 어머니! (찰싹!)
아무튼. 비닐 장판에 죽부인 껴안고 있어도 더운데, 밖을 나간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특히 백수왕 이 몸은. 켈켈켈. ..그런데 말입니다. 나갈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겨. 남들 다 노는 주말에 특히. 그것은 아직 취직 못한 이가 치러야 할 관문이자 시험! 필기, 실기, 면접!
지난 주말에는 집에서 1시간 12분 떨어진 해운대에서 보고 왔어. 왔다 갔다 하는 데만 하루 중 10%를 소모했지. 웃긴 건 본 시험은 고작 30분 봤다는 거야. 아니지, 원래라면 15분 만에 해야 할 인성검사인데 주최 측에서 2배로 늘렸기에 겨우 반시간 채운 희대의 단기 코스. ..이거 너무한 거 아닙니까!
돌아오는 버스 창간에서 TV 패널들이 떠올랐어.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 단 5분 출연하기 위해 대기하는 평론가들. ..그 분들도 나랑 같은 심정일까? 백수인 나도 이렇게 억울한데, 그 분들은 뭐가 아쉬워서 시간을 갈아 넣을까? 앙? 판사, 검사, 변호사, 교수, 협회장, 전 국회의원, 장관! 이런 거물급들이 깊은 밤 11시 55분 생방송 출연하기 위해 기다린다니. 워호, ..대체 출연료로 얼마를 받는 거야!
여러분은 얼마 주면 나가겠어? ..헤에? 20? 아니, 너님이 전직 장관이라 치고, 국회의원이라 치고. 별 할 일은 없지만 은근 바쁘신 몸, 아항? 주머니는 두터워서 돈에 그렇게 구애받지 않는 상태라면 말야. ...300? 오우야. 이번엔 너무 쎄다 야. ..아니지, 그래! 적어도 전직 고위공무원이었는데! 힘 좀 쓰던 사람이었는데! 최소 백 단위는 받아야 체면이 서지. 그럼!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어. 그 분들이 단기알바 가리지 않고 뛰는 이유. 돈은 항상 옳다! 캬하하. 분 단위로 통장잔고가 달지는 걸 보면 마다할 수가 없을 거야. 세상공기도 맞고, 방송국 선남선녀도 구경하고, 카메라 앞에서 엄근진 폼도 내고, 아주 좋아~!
여기서 질문. 다들 한번쯤 들어본 명언이 있지. 시간에 관련된 명언! ..누구에게나 시간은 평등하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자본이다... 정말? 왜 아닌 거 같지! 누군 1시간 죽어라 일하면 8720원 받고, 누군 5분에 100을 버는데! 이게 평등한 거야? 하물며 1초에 12만원 버는 빌 게이츠 형과 비교하면 어우야, 무려 5만 배! 빌형이 나보다 5만 배 뛰어난 건 아니잖아! ..아니, 그럴지도. 크흠... 에잇! 그래도 5만 배는 아니지! 5천 배로 합시다.
너무 불공평해! ..이렇게 말하면 또 그러실 거야. 그 사람이 노오력한 걸 생각해 봐라, 너도 똑같은 “양”만큼 시간을 보내지 않았냐. 어... 맞아. 재용님이나, 나나, 여러분이나, 인도 카스트제도 최하위 취급 받으며 일생을 보내는 어떤 사람이나, 대충 한 세기 살다 떠나는 건 비슷하지. 그러나 질은? ...같지 않아.
시간에 질을 따진다는 게 가능하냐 싶지만, 절대 잣대, 액수로 환산해 보자고. 우리네 코흘리개 꼬꼬마 시절 1시간 드는 비용, 어.. 천원은 되나? 난 770원 짜리 붕어싸만코 하나만 쥐어줘도 세상 만족했어. 이에 반해 재벌 4세 자녀분들은 일단 전용 운전기사 계시다는 것부터 게임오버. 그 뿐인가? 공교육으로는 감당 못할 선생님 모시려면, 어우야. 참고로 중국에선 서양 예절 10일 코스에 1400만원을 쓴대. ...그렇다고. 크흠.
아무리 봐도 달라. 시간은 공평하지 않아. 양은 누구에게나 똑같다는 점에서 더더욱 공평하지 않아. 노력해서, 박리다매해서, 질보다 양 정신으로 밀어붙일 수가 없어. 왜? 필살의 노오력~ 끝에 겨우 따라 잡았나 한 순간 이미 너님은 세상과 하직할 테니까. ..방금 스스로에게 놀랐어. 어떻게 이 따위 재수 없는 결론을 내렸지. 맙소사. 이래선 안 돼!
긍정적으로! 어... 아잇! 근데 갓리적으로 반박할 수가 없는 걸. 여기 지혜로운 분 있으면 도와주세요!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끄응. ...아니다! 불편한 진실 깨우친 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야! 그래, 문제를 알았으니 이제 고치기만 하면 돼. 우리까진 몰라도, 앞으로 살아갈 꼬꼬마들에겐 “비교적” 평등한 시간을 주자고! 말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배우고, 먹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누구에게나! 인정? ..인정 해!
그런 의미에서 흑백 명언 날립니다. ..시간은 질이다. 질? 어? (찰싹!)
중국의 서양예절교육 열풍 : https://www.youtube.com/watch?v=ek20jL1dF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