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요오. 이틀 연속 화만 내서 오늘은 해피한 주제 다루기로 했지? ...그래. 근데 이걸 어쩌나. 행복한 뉴스가 뵈질 않아! 대본을 아무리 구상해 봐도 떠오르지 않아! 그렇다고 내 신변에 자랑할 만한 복이 굴러온 것도 아니고, 끄응.
그래서 찾아 나섰어.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잘 살펴보면 즐거운, 이걸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이라 해야 할까? 아무튼 그런 종류의 것들 발견하기! 오늘은 주저리 의식의 흐름대로 씨불일 거니 가볍게 들어. 오케이!
소소한 행복, 그 첫 번째는 바로! 방구석에서 에어컨 26도 냉풍 아래 선풍기 쐬는 일! 캬하하! 오늘 최초로 어머니께서! 에어컨을 틀어주셨어! 행복하다! ..오늘 부산은 하루 종일 맑음. 모처럼 여름다운 날 맞았지. 그에 따라 타들어가는 공기는 우리 엄마도 두 손 들게 했단 말씀. ..이런 기분, 아주 좋아. 진물이 흐르던 사타구니가 아기 엉덩이 마냥 뽀송해. 하악하악. 언제 틀까 애물단지로 보였는데, 사길 잘 했어. 윌리스 케리어님 충성!
근데 한편으론 불편한 거야. 이런 작은 행복 누릴 수 없는 분들도 있으니까. 3면 꽉 막힌 창 없는 곳에서 선풍기로 버텨야 하는 그런... 흐음. 여기서 질문! 에어컨은 필수품일까, 사치품일까? ....어우야, 묻기도 전에 너무 의도 드러내고 질문했나? ..그래. 난 필수품이라 생각해. 특히 지구온난화가 다가올수록, 고령에 어르신일수록, 더위에 속수무책 울어대는 갓난아기 가진 가정일수록. ..인정? ..인정!
찾아보니 에어컨 지원 사업이 없는 건 아니더라고. 각 지자체별로 기초생활수급 홀몸 어르신들에게 에어컨을 설치해주고 있어. 특히 경기도가 이 분야에선 선두래. 호오, 경기도지사 누굽니꽈! 이재명! ..이 형님 일 하나는 시원시원 잘 한다니까. 괜히 차기 대통령 후보가 아냐. 다만 욱 하면 깡패 부를까 무서워서 그렇지. 응? (찰싹!)
...자 다음!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밥 하고 있을 때 행복해! 반찬이라곤 공장 단무지, 이마트에서 그램 당 가장 싼 해태 고향만두 뿐이지만 이게 어디야. 밥은 팔도 비빔면으로 대체하고. 히힛. ...아니, 요즘 같은 날 밥하면 쉬어. 우리 집은 취사까지만 하고 코드 빼버리거든. 그럼 하루 지나자마자 밑에 흰 물이 줄줄 고이지. 우웩!
...응? 김치? 워호, 두 유 라익 김치? 노! ..내 식성이 원체 무과야. 배추김치 보다 단무지, 깍두기, 무채나물을 선호하지. 이렇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어. ..어머니! 죄송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맛이 없어. 엄마가 해 준 김치가 맛이 없어! 최근에 담근 김치는 물이 줄줄 넘쳐서 이게 물김치인지 동치미인지 모를 지경이야. 소금물에 저린 거 맞나요? 어머니!
아잇, 그래! 식당표 중국산 김치보다 맛이 없어! 아뿔싸, 근데 엄마 친구 분들 솜씨도 중국제를 넘어서지 못하네? 염분에 중독되거나, 액젓 냄새에 속이 뒤집히거나, 같이 넣은 굴이 삭아서 입천장을 때리고 있어! 이럴 거면 사먹읍시다! 예! (찰싹!) 커헉.
공감하는 남편, 자식들 많지? 켈켈켈. 엄마는 아직도 내가 김치찌개를 싫어한다고만 생각해. 실은, 엄마 김치로 만든 김치찌개를 싫어하는 건데. ...왜 이게 불효자야? 자식으로서 솔직한 피드백이지! 내가 그 맛없는? (찰싹!), 손수 담근 김치를 썼으면 말을 안 해! 1년도 넘게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걸 처리할 방법이 없으니 찌개로 만드는 거야! 맙소사, 다 처먹어야 해. 그 황천에 일그러진 붉은 수프를 남김없이! ..니들이 찌개 맛을 아니!
이거 진짜 어떻게 해야 돼? 계속 그냥 모른 척 사는 수밖에 없어? 앙? ...솔직히 말하라고? 워워, 전에 한번 은근슬쩍 소금 더 넣자고 했다가 일주일을 불편하게 지냈어. ..주는 대로 처먹을 것이지! 그럼 취직해서 나가 살라매! ..헤에? 여기서 뜬금포 내 아픈 명치 소환까지? 아니, 김치랑 취직이랑 무슨 상관인가요! ..정말 충격과 공포였어.
엄마가 해준 음식이 최고라는 분들, 격하게 부러워. 심지어 난 아빠가 해준 라면도 취향이 안 맞단 말야. 난 꼬들파, 아빠는 기본 5분 이상 삶기파. 하아... 기억나는 집밥이 없어. 흑흑. ...아니다. 할머니 계셨을 땐 맛있었지!
나 먹기 좋으라고 하나하나 발라 준 생선, 어린 게 입맛은 벌써부터 고급돼서 갈치, 옥돔, 쥐치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 걸 먹이시겠다고. 끄응. 일본식 수란 겸 계란찜은 오우야. 꼴깍. 적절히 삶은 도라지무침은 최고! 고구마 튀김은 기가 막히셨어. 할머니 덴뿌라 해 주세요! ..하아..그립다 야. ....아, 그 순간들이 다 행복이었구나...
어... 아무튼. 뭔 얘기하다 과거 회상에 빠졌지? ...소소한 행복. ..다들 행복하길 바래. 무서울 정도로, 중독 될 정도로 큰 행복이 아닌 작은 행복. 어렴풋이 기억하며 웃을 수 있을 정도면 좋겠어.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 주문을 외워보자!
로또 1등 12번 될 지어다! 우크라이나 누님과 사랑하게 될 지어다! 아 섹스하고 싶(찰싹!)
홀몸 어르신에게 무료 에어컨 :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1700/article/5797704_3251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