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후엔 피카츄 돈가스
후야. 태풍 피해 없어? 없다고 말해줘. ...그래. ..부산 엄청났지. 계단이 폭포수가 됐어. 유리창은 바람에 깨지지 않을까 걱정했고. 다행히 아무런 일도 없었지만. 단 하나, 정전 된 것 빼고!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 8시까지 전기가 안 들어왔어. 세상에, 한 순간 17세기로 회귀한 느낌이었다니까. 컴퓨터도 안 돼, 공유기도 안 돼, 유튜브도 못 봐, 야동도 못 봐. 아항? 이번 일로 심각하게 고민 중이야. 폰에 최애 동영상 하나는 저장해 둘까 하고 말야. ...아니, 세상이 대충 멸망하고, 겨우 폰 배터리 32% 남았을 때, 생에 마지막 한 발은 뽑고 죽어야 할 거 아냐? (찰싹!) 크흠.
그래도 여기까진 양반이지. 문화생활 즐기진 못할지언정 생명에 지장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러나 지금부터 나올 것들은 생사와 직결돼. ..냉장고! 후우, 다 녹아버렸어. 이마트표 닭안심이며 고향만두는 습기 촉촉이 먹고 상온상태 돼버린 거야. 이걸 버릴 수도 없고 어떡해. 에라이 그냥 통째로 굽어먹자 했는데, 어라? 가스레인지가 안 되네? ..알고 보니 우리 집은 가스레인지조차 전기로 불붙이는 형식이었어. 동양매직 골드 600! 웟더.
그랬어. 세상은 변했고, 전기 없인 살 수 없는 몸이 돼버렸지. ..가스레인지가 뭐야, 요샌 다들 인덕션 쓰잖아? 전기 나가면 컵라면 하나 끓이지 못해. 그 뿐인가? 한여름 온난화 찜통에서 어린 아기 구하려면 에어컨 틀어야 돼. 겨울철 보일러는 두말할 나위 없지.
이처럼 중요한 전기. 없으면 삶이 위태로운 전기.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생명에너지를 왜 계속 “시장경제”에 맡기려 했을까? 앙? 요즘이야 이런 소리 쏙 들어간 것 같지만, 천만에, 아직도 개방하라는 목소리 계속되고 있어. 흐음.
이 분들 근거는 경쟁이지. 경쟁하면 효율성이 증대되고, 가격이 싸지고, 서비스 질이 높아지고, 기타 등등, 왜 경제학 교과서 보면 하고 또 하는 말들 있잖아. 일리가 있어. ..있나? 아닌 거 같은데! 그렇게 경쟁한다는 통신 3사, 뭐가 달라진 거야? 똑같은 요금제에, 똑같이 고객을 털자, 신규가입자 유치 때만 반짝 사은품 경쟁하는 척 하다 결정적일 땐 짝짜꿍 아주 켈베로스 저리가라 할 단합력 보여주니, 이것이 경쟁의 마법? ..실망인데.
경제학적으로 봐도 의문이야. 자고로 중간유통 과정 줄이는 것이 효율적이라 그랬어. 그런데 민간발전회사 늘리는 건 이걸 그대로 역행하는 짓 아냐? 규모의 경제에 정반대로 가고 있잖아? 그냥 한전이 공급하면 될 걸, 굳이 민간발전사에 웃돈 주고 구입한 전기를 다시 가정에 뿌린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어. 거기다 민간 기업을 어떻게 믿어? 기업의 최대목표는 이윤창출이라며? 돈 안 되면 그 날로 짐 싸고 전기 끊어버릴 수도 있잖아? 그 밑에 국민들은 나 몰라라 하고, 크흠.
갑자기 든 생각인데, 물리학적으로도 비효율이네? 그, 왜, 에너지는 변환 될수록 효율이 떨어진다, 대충 그런 이론 뭐였지? 여기 이과출신 없습니까? 열역학 2법칙 어쩌고저쩌고, 앙? ...그래, 물어본 내가 미안하다. (찰싹!) ..아무튼 요지는 직통! 중간과정도 없애고, 중간마진도 없애고, 단 하나로 힘을 모으는 것!
아무튼. 이번에 찾아보며 놀란 점이 있어. 한전 민영화에 태초로 불을 댕긴 건 김대중 정부더라고. 헤에? DJ는 민주당, 진보 아니었나? 보통 진보는 민영화 반대하던데? ..후우, 이래서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라니까. 보수지! ..,.응? 국민의당? 어...거긴... 수, 수꼴? (찰싹!) ..말이 헛나왔습니다. 국민의당은 “진정한” 보수! 줄여서 진보. 엇?
다시 김대중으로 돌아와서, 하긴 당시 IMF 극복이다,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 그럴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몰라. 그렇게 쭉 이어졌어. 진보적이라는 노무현 때도 경쟁! 이명박, 박근혜 때는 민영화 계획까지 다 짜놨었지. 그럼에도! 다행히! 내겐 다행이야. 최후의 선은 넘지 않았어. 한전 지분 51%는 정부가 굳건히 지키고 있단 말씀! 켈켈켈. 앞으로 대통령만 잘 뽑으면 더 이상 “악화”, 내 기준에서야, 악화 될 일은 없지.
뭐, 내 말이 꼭 옳다는 건 아냐. 단지 전기 하나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반 서민이 보기엔 그만큼 민감하다는 거지. 혹여나 요금이 오를까, 안 그래도 산업용은 울트라 혜자스러운 구성인데 반해, 가정용은 못 올려서 안달 났으니까, 걱정돼서 그래.
외국에 충격적 사례도 한몫했지. 민영화 한다고 해서 말아먹은 나라가 얼마나 많아? 남미에 우루과이, 에콰도르, 콜롬비아 봐봐. 수도 민영화 하자 사람이 죽어나가. 하루에 5500명이나! 그래도 안 풀어. 말 그대로 돈 없으면 죽어! 실천한 거지. ..인도 전기는 어떻고. 유튜브에서 전기도둑 로하 가져왔으니 심심하면 한번 봐봐. 이거 저작권 안 걸리는 거 맞나? 크흠.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요! 전기는 생명이다. ...피카츄 돈가스 땅기는구만.
한전 등 24개 공기업 민영화 계획 (2008년 기사)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0801081839581
한전 쪼개기=민영화, 진실은?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9110516580961444
17년 전 민영화된 한전산업, 다시 공기업 될 듯 :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7/2020022700017.html
한전, 신재생 직접 발전 3차 도전에 민간 발전사 덜덜 : https://www.enews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07915
남미 뒤흔드는 물의 전쟁 :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25478.html
열역할 제2법칙, 변환효율 낮은 전기에너지 : http://www.koenerg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