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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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고양이 울음 가득한 밤 (0) 2020/09/26 PM 11:01

 

 

 

고양이 울음 가득한 밤

 

 

 

어젠 잠을 잘 수 없었어. 그 놈의 고양이 소리 때문에! ..영역 다툼도 아닌, 붕가 하악질도 아닌, 새끼 고양이 울음은 그야말로.. 최악이야. 인간의 죄책감을 최대로 쥐어짜내는 소리!

 

산동네에 살다보니 길고양이야 흔하게 봐. 새끼 딸린 가족들도 예외 없지. 글쎄. 요 근처가 풍수지리상 애 낳기 좋아서 그런가? ..어쨌든, 어미와 새끼가 창고 구석에 자리를 잡았어. 정말 조촐한 구성인데, 어미, 새끼 1마리. . ..그래, 유일하게 살아남은 녀석이었지.

 

그마저 도저히 카메라를 들이밀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한 상태였어. 눈 주변은 두드러기 일 듯이 일어나고, 털은 윤기가 없고, 몸은 깡마르고.. 그렇게 생사가 조마조마한 가운데 아랫집 어르신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어. 나무상자에 따뜻한 솜이불 넣어서 숙식제공! 요구르트도 부어주시고.

 

그런데! 이 측은지심 제대로 발동된 행위가 재앙을 불러올 줄이야! ..어미가 새끼를 못 알아 봐. 말 그대로 인식 자체를 못 해. 코앞에서 울부짖고 있건만 투명드래곤 취급. 그렇다고 건성으로 찾냐? 아니! 정말 애타게 찾아! 새끼 소리를 찾아서 사방팔방 훑어보고 있어! ..바로 앞에서 울고 있는데, 왜 그 애만 쳐다보질 않니!

 

.. 고양이 때문에 여러 생각하게 해. 저번엔 새끼 죽자말자 교미하는 프리~한 놈 보고 현타가 왔는데, 이번엔 모성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엄습했지. ..어머니 사랑이 정말 숭고할까? 그저 유전자와 호르몬에 의해 움직이는 거 같은데? ..냄새로 결정되는 모자관계! !

 

..그리고 어르신은 어떻게 봐야 하지? 사람 손 타면 버려진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저 한 순간 감정에 휩싸여 이산가족 탄생시킨 장본인? ..아냐, 원망하기엔 의도가 너무나 순수하시잖아. 알면 그리 했겠어? 몰랐으니까, 그저 돕고 싶으니까 하셨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왔을 뿐. ...어후, 어렵다. 소크라테스 선생님은 오셔야 답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아.

 

아무튼! 이후 사태는 더 심각해졌어. 어미 찾는 애가 하루 종일 울어대니 어째, 옆집 할머니가 한 소리 하신 거야. 졸지에 새끼는 민가와 떨어진 골목길 아래에 놓이게 됐지. ..후우, 원망, 걱정, 고민, 죄책감이 짬뽕으로 오는데, 아잇! 도와줄 거면 끝까지 책임지셔야죠! 길가에 덩그러니 버려두면 어쩌란 말입니까!

 

..라고 속으로만 생각했어. 내가 뭐라 나설 처지가 아니잖아. 버려진 애를 키우기라도 해? 워호, 그럴 수 없어. ..아잇! 안 돼! 내 몸 하나 컨트롤 못하는 녀석이 다른 생명을 책임진다? 그것도 요람부터 죽을 때까지 근 20년을? ..못 해. ..거기다 고양이잖아. 유해조수급 널린 녀석! 새들이며 날다람쥐의 천적! 몇 마리 죽는다 한들 상관있나! (찰싹!) ...허나 생명인데, 세상 빛 얼마 보지 못한 새끼인데, 그냥 죽게 내버려 둔다? 내가 사람이냐!

 

이런 내 맘은 아랑곳하지 않고 새끼는 밤 새 울었어. 어미는 새끼를 못 알아봐도, 새끼는 어미를 잊지 않더라고. 엄마가 잠깐 내는 그르렁 소리에 목숨 걸며 울부짖었지. 그렇게 혼돈만 깊어질 찰나, 새벽 150분에 컴퓨터를 켰어. 키보드까지 써가며 진지하게 알아보려고! 뭐를? 유기묘 신고 어떻게 합니까!

 

일단 고양이는 보호대상이 아냐. 당연하지, 이 적응력 뛰어난 도시의 무법자를 줄여도 모자랄 판에 보호라니! 그러나! 3개월 미만이거나, 다쳤거나, 인간 손에 길러진 고양이는 구조대상이란 말씀! 그럼 이제 신고하면 되나. ..했는데 하필 오늘이 토요일이네? 구청 담당자가 집에서 쉬는 날. ..아무렴 어때. 주말 이틀 정도야 보살필 자신 있다고!

 

아니면 자기 사는 지역 동물보호센터에 연락하는 방법도 있어. , 고양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분들 많잖아? (찰싹!) ...이렇게 단체를 통해 구조된 유기동물들을 쫙 볼 수 있는 사이트가 바로 동물 보호 관리 시스템! ....뭐야, 이미 알고 있었어? 난 이번이 처음이야.

 

여기 보니 새끼 고양이가 왜 이렇기 많니! 우리 동네만 이번 달 10마리야. 유기동물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그런데 말입니다.. 구조 됐다 한들 앞날이 밝지 않아. 입양은 하늘에 별 따기. 자연사가 대부분.. 어후, 사진은 못 보겠다... 크흠, 혹시 여기 고양이 키울 사람 없어? 털 뭉치 정도야 집에서 충분히 들이마실 수 있는 분? .,여기서 입양하는 건 어떨까? ? ....그냥 내 생각이야. 결정은 너님이 하는 것.

 

여하튼. 오늘 아침, 엄마 허락 맡고 당장 찾으러 갔지, 근데 어라? 없네? ..알고 보니 아랫집 어르신이 결국 키우기로 낙정! 캬하하! 박수 한번 주세요! ..아직 아픔 많고, 어미와 생이별 하고, 울분 질 녀석이지만, 다행히 밥은 잘 먹어. 거짓말처럼 배부르니까 울지도 않는다? ..잠깐, 설마 얘도 엄마가 아니라 맘마 때문에 그렇게 소리친 거야? 그런 거야?

 

정말 대자연의 냉혹함이란! 네놈의 앞날에 중성화가 가득하길 바라며. 끼요옷!

 

 

 

유기동물 발견 시 : https://www.110.go.kr/data/faqView.do?num=61783&curPage=3&scType=&scText=

 

동물보호관리시스템 : https://www.animal.go.kr/front/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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