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그녀의 눈물을 보고 싶은 이유
오늘 이건희 회장 발인이 있었지. 마지막 가는 길, 부진이 누나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 맘이 짠했어..
..그런데 말입니다. 내 속에 흑염룡이 꿈틀 대. 초상집에 재 뿌리는 거 마냥 태클 걸고 있더라고. 어떻게? ..지금보다 더 오열하는 누님 보고 싶다! 아니면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 관짝 댄스 추는 모습이라도 보고 싶다! 가족, 삼성 임직원, 전 국민 앞에서! 신나게, 미친 듯이!
내가 이딴 생각 품은 데엔 이유가 있어. 회장님 쓰러진 때가 2014년이니까 6년 정도 됐지. 6년이라.. 간병살인 벌어지는 평균 기간이 6년 5개월. 간병에 지친 나머지 자기가 사랑했던 가족을 죽이는, 참혹하지만 안타까운, 그 일이 일어나는 기간과 묘하게 겹쳐. ..이쯤이면 무슨 말 하려는지 알겠지?
부진이 누나가 6년간 다른 “평범한” 사람처럼 간병했다 쳐 봐. 밀려오는 간병비에 정신은 말라버리고, 신라호텔 경영은 꿈도 못 꾸며, 사랑하는 아들 졸업식조차 가지 못하는 상황! 프로포폴 없이는 잠 하나 이루지 못할 절망에, 누님은..아버지에 대한 사랑만큼 증오도 커지지 않았을까? ..아빠, 빨리 죽어버려! 나 좀 살자!
..워워. 내 머릿속 가정이니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 요놈 또 개소리 하네 넘어가 줘. 크흠.. 근데 솔깃하긴 하지? ...예아. 누나가 병치레 고통 조금이라도 느꼈다면 우리나라 간병제도가 바뀔지도 몰라. 당장 재용이 형에게, 병원 더 짓자, 기부 더 하자, 세금 잘 내자, 상속세로 간병비 무상지원 하자, 설득하지 않겠어?
아무튼 간병. 부처 예수님도 견디지 못할 간병! ..후우, 나이가 들수록 아뜩해. 어릴 때는 고려장 얘기 들으면 정말 가볍게 받아들였거든. 부모님 버리는 천하의 나쁜 놈! 근데 지금은 어오, 꼬꼬마 때처럼 세상을 단순하고 정의롭게 바라보질 못하겠어.
어쩌면, 어쩌면 말야, 안락사가 답 아닐까? ...아니, 가정이 파괴되고, 인생이 무너지고, 최후엔 죽음과 죄책감만 가득할 바에, 아싸리 깨끗하게 끝내는 것이 낫잖아? (찰싹!) ..내가 틀린 말 했나! 안락사 금지할 거면 나라에서 지원이라도 빵빵하게 해 줘야지! 간병 걱정, 병원비 걱정 없도록! 안 해주면서 윤리적 압박감만 주고 있으니 어쩌자는 거야! (찰싹!)
크응. 부모님을 버릴 수밖에 없는 환경, 포기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궁지로 몰아가는 현실이 안타까워. ..엄마, 아빠도 버려지길 바라실 걸? 그게 자식 위한 길이니까.. 에잇! 내가 무슨 말 하고 있담. 자신이 재수 없네! 존슨! 패줘! (퍽!)
..증조할머니가 치매였어. 할아버지와 할머닌 마치 어린애 다루듯 왕할머니를 보살폈어. 기저귀를 갈고, 엉덩이 짓무르지 않게 뒤집고, 목욕이라도 할라 치면 가족 모두가 와서 붙들고,.. 그런 가운데 점점 감정이 메마른 거야. 왕할머니는 없는 사람이 됐어. 그저 하루 종일 앉아 있는 무엇, 밥 때나 챙겨주는 무엇.. 거기에 나도 동참했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죄.
그래도 증조할머니는 내가 주변에서 바라볼 수만 있는 나이였어. 하지만 할머니 돌아가실 때는.. 어.. 하루하루가 무서웠지. 도망치고 싶고.. 성탄절 눈 감으셨을 때, 나, 기분 좋았다? 오랜만에 찾아온 안도감.. 적어도 이젠 불안해 할 필요는 없으니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앞 날 걱정에 잠 못 이루진 않으니까, 장례비만 해결하면 이제 끝이니까.
..아잇! 어쩌다 옛 타령 하고 있어! 분위기 망치게! ..여하튼. 어.. 난 자신이 없어. 아빠, 엄마 간병할 자신이. ..여러분은 어때? .... 그래, 우리 모두의 문제야! 언제까지 가족에만 맡길 텐가! 국가가 책임져야지! ..혹은 삼성이 나서던가. ..왜, 또 하나의 “가족”이라며. 6년간 간병 해 본 진정한 가족! 부진이 누나!
누님과 진짜 가족이 되고 싶어요! 우리 사랑의 결실을 맺(찰싹!)
예의 좀 지킵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