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포토샵으로 찍는다
사진 찍으면 포토샵으로 보정한다, 손? ...없, 없어? 호오. ...아하, 스마트폰 앱에서 다 한다고? ..그래. 그게 맞지. 컴퓨터로 일일이 작업하기엔 귀찮은 것이에요, 하와와. 모두가 스마트하게 보정할 때, 난 아직도 컴퓨터로 뽀샵 해. 딴엔 카메라 질렀다고 허세 찬 거지. 카앙!
정확히 포토샵은 아니고, 캡쳐원 이라는 프로그램을 써. 왜? 공짜니까! 기능 반에 반에 반 토막이지만 공짜버전이 있걸랑. 이름하야 캡쳐원 익스프레스! 아잇, 기본 작업 밖에 안 되면서 이름은 거창하게 붙였어. 참고로 진짜 작업 하고 싶다면 프로 버전을 사야 돼. 단돈 17만원! 정말.. 비싸서 못 해먹겠네!
근데 어도비 포토샵 보단 싸다? 사실 캡쳐원을 정가 다 주고 구입하진 않아. 블랙 프라이데이면 50% 할인 팍팍 쳐 주거든. 그럼 대략 8만 5천원. 이에 반해 포토샵은 어떻냐? 여긴 구매가 없어. 오직 구독만 있을 뿐! 음원사이트마냥 몇 개월 결재하면 그 기간만 이용하는 방식이야, 호오, 이거 박탈감 들지 않아? ...그치?
포토샵과 라이트룸 들어간 포토그래피 플랜이 월 1만 1천원! 1년이면 13만 2천원! 월세 안 내는 순간 바로 종료! 크흑.. 물론 어도비라는 브랜드 빨, 자동 업데이트 생각하면 나쁜 가격 은 아닌데, 크응, 천하의 어도비를 물로 보지 마시라! 정말 교묘하게 프로그램을 배치해 놨어. 이를테면 요새는 사진보다 영상이 대세잖아? 그럼 프리미어 프로와 애프터이펙트를 써야 하는데, 와우, 요건 딱 분리해 놨어. 각각 월 2만 4천원!
그럼 여기서 고민 시작되는 거야. 사진과 함께 영상도 간간히 쓰는데 어쩌지? ..그런 너님을 위해 어도비가 준비한 선물! 모든 프로그램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올 앱!” 플랜! 월 6만 2천원! 한 달에 메이저 치킨이 3마리 파닭! ..을 구독하면 돼. ..어디서 피 빠는 소리가 들리네.
이러니 내가 치사해서라도 포토샵을 안 쓰는 거야. 절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흑흑. 왜 눈물이 나지. ..아니! 어도비는 쓰지 않겠소! 절대! 찾아보면 대체재 많아! 사진엔 캡쳐원, 어피티니 포토, 루미나, 영상은 베가스, 다빈치 리졸브. 이것도 안 되면 윈도우 그림판 쓰지 뭐!
그런데 말입니다.. 내 굳건한 포토샵 거부력에 금이 가니, 바로 포토샵 2021 신기능! 자동으로 사람얼굴을 인식해! 피부 톤, 표정, 나이를 손쉽게 바꿀 수 있어! 거기다 하늘을 자기 맘대로 합성할 수 있고! 이것이 인공지능 매직! ...응? 이미 폰에서 다 하는 거, 뭐가 대단하냐고? 그.. 맞는데, 소위 이미지 “전문” 프로그램에선 이제야 지원한단 말야. 에헴!
아무튼. 가면 갈수록 사진을 “찍는다”가 아니라 “그린다” 느낌이 들어. 지저분한 배경을 지우고, 하늘을 멋들어진 석양구름으로 바꾸고, 사람 골반을 키우고, 다리는 늘리고, 피부는 광이 나도록 밀고 있노라면, 마치 천지창조 하는 심정이라니까. 끝에 외치는 한 마디, 여긴 어디? 넌 누구?
..워워. 그렇다고 이걸 나쁘게 보진 않아. 뽀샵은 뭐랄까, 플라톤이 이데아를 추구한 것처럼, 그 사람의 절정기? 전성기? 말이 왜 이래. ..잠재된 최고의 미를 뽑아내는 일이라 생각하거든. 저 사람이 3대 300을 쳤을 때의 몸매, 트러블 하나 없을 때의 피부를 상상하며 보정하는 거지. 이건 사진 속 대상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단지, 정반대의 상황이 걱정 돼. 상대방에 악의를 갖고 보정 했을 때. 이런 경우 많았잖아? 소련이 베를린 점령 당시, 병사들이 민간인으로부터 빼앗은 손목시계를 지웠다든지, 스탈린 옆에 인물들이 순삭 당했다든지.. 너무 옛날 딴 나라 애기야? 그렇다면, 어.. 현재에 적용해 보자고.
만약 내가 추미애를 깐다 쳐. 기사내용은 물론이니 와 찡그리거나 어설프게 웃고 있는 사진으로 도배를 할 거야. 여기서 보정의 힘! 여태까진 순간 포착한 “악의”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그럴 필요 없어. 빅데이터로 무장한 AI에 맡기면 15초 만에 세상 가장 사악한 표정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뭐? 추빠? 아니! 이걸 이렇게 몰고 가네! 내가 그런 거 아냐! 조선일보가 그랬어! 조선일보 추미애로 이미지 검색해 봐라! 어떤 포토들이 뜨나! (찰싹!)
아무튼. 자기 얼굴을 오드리 햅번으로 만들든, 소중이를 38cm로 늘리든 누가 뭐라 하겠어. 그러나! 진실을 전달해야 할 언론사 사진만큼은 원본 그대로 나와야 하지 않을까? 참고로 조선일보 윤리규범 가이드에 따르면, 보정한 사진은 변경내용을 명시해야 해. 호오.. 대단한 걸! 조선일보가! ...비꼬는 거 아냐! 진짜 칭찬이라고!
점점 잡소리 길어질라,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요! ..사진은 마음의 그림이다. 이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