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학산에 갔다가 학 될 뻔 한 사연
꺼흑. 그저께는 손가락 베어 먹더니 이젠 다리마저 맛이 갔어. 오른쪽 어깨도 가동불능! 후우.. 뭔 생각에서인지 등산을 했걸랑. 10월의 마지막 금요일, 부산 승학산 억새밭이 보고 싶어서 무작정 출발했어. 평소 운동 하나 안하는 녀석이 산을 탔으니 어떻게 됐겠어? 고 추 헬! .. 짐은 어찌나 실었던지, 사진 찍을 욕심에 카메라 2대에 삼각대까지 짊어졌네?
거기다 차비 아낀다고 집에서 걸어갔거든. 구봉산 봉수대, 고원견산, 꽃마을을 거쳐, 구덕산과 시악산 정상을 코앞에서 놓친 후에, 겨우 해 떨어지기 직전, 4시 30분에 승학산 정상에 도착했어. 해발 497미터! ..내려오는데 피똥 쌌다. 다리근육은 비명을 지르는데 주위는 어두워지고, 사람 하나 없고!
그래도 불굴의 의지로 살아서 돌아왔어! 박수 한번 주세요! ...만약 출발 전에 해피타임 보냈다면 못 해냈을 거야. 119 헬기 불렀어. 아항? 그.. 난 샤워하기 전에 꼭 피스톤운동을 하거든? 근데 오늘같이 야외활동 잡혀있는 경우엔 일부러 안 해. 왜? ..혹시 모르잖아. 길 가다 개방적 마인드 여성 만날지.(찰싹!) ..농축 빠워! (찰싹!)
..워워, 그런 일 단 한 번도 없었으니 안심하시라. 여기서 질문, 나처럼 만반의 준비를 하는 남자, 손? ...없어? 이 기만, 배신자들! (찰싹!) ..인터넷 보면 널렸더만! 3일 참은 초대남 대기 중(찰싹!) ..죄송합니다.
그래서 문뜩 생각난 거야. 모든 남자가 외출 전에 고환을 비운다면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 질 거라고. ...아니, 농담이 아니라. 생각해 봐. 김학의가 별장 갈 때 미리 뽑고 갔다면 과연 그런 행동 할 수 있었을까? ...뭐? 여러 번 할 수 있다고? 에이! 남자를 모르시네. 제 아무리 왕성해도 하루 두 번은 힘들다. 물론 14세 이상 18세 미만 미친 시기는 제외.
아무튼. 이번 일로 어떤 부류에 속한 분들을 존경하게 됐어. 산악회, 싸이클, 사진 동호회 “일부” 아저씨들! 얼마나 세기에, 그 힘든 운동 후에도 격렬한 불륜행각 벌일 수 있는 걸까? 거시기 세울 힘은 따로 보관해 두는 거야? 정말 미스테리. ..여자도 굉장한 건 마찬가지. 허벅지 안 아파요?
...워워. 난 불륜만 까는 거야. 자유로운 영혼끼리 이어지는 건 대찬성이라고. 사실 이것 때문에 사진동호회에 가입할까 고민했다? 거기라면 모쏠 아다인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관대한 누님 만나서. 커헉! ..응, 그런 일 없어. 태생부터 아싸 독고다이라 혼자만 다녀. 일부러 사람 없는 평일에 산에 가는 거 봐. 아참, 누가 레깅스 처자 많다 그래! 아저씨만 6명 만났다! 아무도 없죠~
뭔 얘기하다 멍멍이 소리를 하고 있지... 피곤하니 정신줄 놓고 말하네. 그나저나 오늘 찍은 사진은.. 망했어! 흑흑. 승학산 절경은 서쪽에 위치하더라고. 그러니 태양이 지는 서쪽하늘 시각엔 가면 역광밖에 없다! 찍어봤자 태양빛에 가려버려. 이 말은 곧, 제대로 찍으려면 꼭두 아침에 와야 한다! 난 불가능!
억새밭도 ..망했어! 작년 억새 축제가 딱 오늘이었거든. 당연 올해도 이맘때가 절정이라 생각했지. 그런데 아뿔싸, 직접 보니 억새가 조마조만 하네? 어떤 녀석은 아직 녹색 빛 생생함을 자랑하네? ..그래, 지구온난화를 놓친 거야! 맙소사! 더 황당한 사실 말해줄까? 산 타면서 매미 울음소리도 들었다? 그것도 2번이나! 이게 무슨 10월의 마지막 주냐!
...응? 다시 가? 야! 다리 아작 났어! 그리고 산에 카메라 들고 가는 거 아냐. 그럼! 삼각대까지 추가한다? 미친 짓! (찰싹!) ..흑흑. 다 쓸모없어! 억새가 뭐시 중한데! 괜히 고생만 하지! 그저 카페에서 사랑하는 사람 찍는 게 최고야. ..나? 몰라서 묻니! 난 여친이 없잖아!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이런 용자만 무생물을 찍는 거야! ..나 울고 있니? 꺼흑.
여하튼. 잡담만 하다 끝났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뭐. 주말 잘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