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것을 학살할 때의 미미
동해안 싱싱한 총알오징어 팔아요! ..끄응. 이런 수박바!
총알오징어라고 알려나? 난 첨에 새로운 변종인 줄 알았어. 동해 3천 미터 아래 사는, 태생이 일반 오징어보다 작은 녀석으로. ..는 개뿔! 그것은 오징어 새끼였고요! 팔리면 그만이고요! 멸종을 하든 절멸을 하든 우리 알바 아니고요! (찰싹!)
분명 해양수산부에서 막는다 했거든? 작년부터 19cm 이하 꼬마 오징어는 못 잡게 했어. 하지만! 네이버에서 총알오징어 검색해 봐. 아주 줄줄이 나와. 올해부터 없어진다면서요! 잘만 팔고 있구만! 손바닥 반 마디도 안 되는 걸 자랑스럽게 들고, 어!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맛! ..내가 신고하고 만다. 사장님, 부디 벌금 2천만 원 물길 간절히 기원합니다.(찰싹!)
아무튼. 총알오징어에 관해서는 전에 한번 했지? ..그런데 왜 또 꺼냈냐.. 하. 총알문어가 나왔네? 총알돌문어, 한입문어, 아주 이름도 총알스럽게 지었어. ..안 봐도 알겠지? ..그래, 오징어랑 똑같은 수법이야. 어린 문어 모조리 잡아다 아이스박스에 넣은 거지.
후.. 중국 쌍끌이 어선 욕했던 내가 부끄러워. 사람은 다 똑같다! 우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어부들, 씨 말리는 데엔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럼! (찰싹!) ..죄송합니다. “일부” 싸갈스 빠갈스 고래 회충들이 그렇다는 겁니다. 크흠. ..수산 자원 관리 차원을 떠나서, 이건 인간적 예의가 아냐. 잡아먹더라도 한번은 싸게 해 주고 먹어야지! 어! 정포에 함축된 DNA 시원하게 뽐은 다음에! ..흑흑. 어물전에서 동병상련 느낄 줄이야.
화가 나. 계속 잡는 “일부” 바다 쓰레기며, 그걸 유통하는 양심팔이, 이 모든 걸 지켜보기만 하는 해수부까지! 저기 해수면으로 뛰어 들어뿌라 마! 영원히 갈아앉아뿌라 마! (찰싹!) ...응? 사먹는 놈? 어.. 모르면 어쩔 수 없지만, 알고도 사먹는 님은 같이 단체 입수 하세요.(찰싹!)
..그런데 말입니다.. 뭔가 쌔한 거야. 마치 자기 도끼에 자기 낙타 발굽을 찍은 거 마냥 뜨끔한 느낌.. 후.. 나도 공범이었네? ..그랬어. 바삭하다며 기름에 튀겨먹던 뱅어포는 사실 어린 흰베도라치였지. 끄응..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건데.. 그렇게 작디작은 물고기 시체더미를 보고도 아무 의심이 없었어. 원래 이런가 보다, 맛있다, 다 잡아먹자, 이 생각 뿐!
물론.. 이젠 안 먹어. 알았으니까! ..그럼 속죄 됐나? 아니! ..또 다른 어딘가에서 상상 이상으로 새끼를 학살하고 있었어. ..바로 명란젓! 젓갈의 왕! 한식 뷔페에서 보일라치면 본전 따져가며 퍼먹었지! 이 귀한 걸 쩝쩝, 명태알 맛있다 쩝쩝. ..한 숟갈 당 500마리 살살 녹는다. 쩝쩝. ..이런 수박바..
참고로 우리나라 영해에선 더 이상 명태가 안 잡혀. ..하긴, 걔들 입장에서 여기 오고 싶겠니? 지구온난화로 증기사우나 된 바다. 한국, 일본 양쪽에서 쌍으로 알까지 작살내는 바다. ..어우,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후우.. 웃긴 건, 이럼에도 명란젓만큼은 쉽게 포기 못하겠다는 거야. 꺼흑. ..이럴 때! 혜성처럼 등장한 기쁜 소식 있으니, 바로 명태 양식화! 이거야! 해수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이 합동으로 2014년부터 프로젝트를 진행하사 2016년에 세계 최초로 완전 양식 기술에 성공했단 말씀! 캬하하, 살아있는 명태를 내 눈으로 직접 봤어! 부산 기장 수산과학원에서! 이제 양심에 가책 없이 어린 명태 학살할 수 있겠군.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 관련 최신 기사를 보니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다? ..2019년 6월 11일자, 제목, 무너진 명태 양식의 꿈. ..웟더.. 국내 마지막으로 남은 명태 양식장 아쿠아시스가 포기 서언을 했다.. 예? 마지막이라고요? 그마저 포기했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내용인 즉, 도저히 수지타산 맞질 않대. 차가운 물에 사는 물고기인 만큼 키울 때 냉방비가 엄청 드는데, 이에 반해 판매처는 어디 하나 없어. 그렇다고 해수부에서 지원을 해주냐? 아니, 너님 알아서 하세요. 하... 할 말을 잃었습니다.
..모르겠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차 모르겠다고! ..에라이! 그래! 안 먹고 만다! 화딱질 나서 못 먹겠다! 어차피 비싸서 못 사먹었어! 잘 됐네! ...워워, 펀쿨섹. ..뭐, 여러분에게 강요하는 건 아냐. 내가 그럴 거라고, 내가! 나만! 미각을 포기한다! 파악!
단지, 그 순박한 어린 생선들 잡아 찢을 때, 한번쯤은 고려해 주면 좋겠어. ...고려할 수 있을 때 고려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