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저는 백신을 양보했습니다
참, 이브에 여전히 무대에 서다니, 이게 무슨 꼴이람. 나도 그렇지만 너님들도 대단하다. 씁쓸하구만.(찰싹) ..오늘 같은 날, 무슨 얘기를 꺼낼지 막막했어. 대본 쓸 때부터 턱턱 막혀. 후우.. 어쩔 수 있나. 이럴 때일수록 딴 데 눈을 돌려야 해. 평소 보지 않던 뉴스채널을 틀고, 클래식을 듣고, 철학서적을 펴고, 그러다 뜨거운 혁명가가 되는 거지. 예수님 생일날 붕가하는 자식들, 모두 숙청!(찰싹!) ..농담입니다.
어릴 땐 크리스마스보다 이브가 더 좋았어. 우리 부모님은 이브에 선물을 줬거든. 핫. 선물의 원천이 산타가 아니라 아빠 지갑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제대로 가르쳐 주셨지. 레고며 변신합체로봇, 플레이스테이숀, 크흑. 이젠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아. 아쉽다 아쉬워. 그땐 미처 덕후감성 발현하지 못 했어. 현재의 나라면 박스포장까지 애지중지 다뤘지. 쉽덕혼!
선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 최고로 핫한 아이템 누굽니꽈~? ..케이크 말고.. 금 말고.. 에르메스 가방 말고. 바로 백신! 이 시국에 최강 캐시템, 암. 전 세계가 눈에 불을 켜고 사들여. 여기에 대한민국도 빠질 수 없지. 특히 “일부” 언론사에서 연일 탄복하잖아. 우리는 언제 준비되나, 일본은 빠르면 2월에 맞는다는데, 우린 일러야 2월에 맞는다니, 이게 나라냐! 그 옆에선 야당이 이게 다 문재인 때문이다, 박수치고, 크흑.
...응? 백신에 정치 묻히지 말라고? 야! 나도 그러고 싶어! 전문가 의사쌤 말만 따라 하면 좋겠어! 그러나 이미 당쟁의 한복판에 오염된 걸 어떡해. 백신 안전성 대 긴급성 여론조사를 했는데, 와우, 정당지지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국민의힘 지지자 84.4%는 빨리 맞고 보자, 민주당 지지자 82.5%는 기다리고 보자. 이쯤 되면 백신이 먼저인지, 정치색이 먼저인지 구분이 안 돼.
여러분은 어때? 긴급파야, 아니면 안전빵이야? ...호오, 팽팽하다. ...워워! 치고 박으려면 밖에서 해. 에헴. ...나? 난 그야, 그, 안전이 먼저지! ...야! 뭐가 그럴 줄 알았다야! 나 민주당 안 좋아해! 국민의힘 보다야 좋아하긴 하지만.(찰싹) ..내 건강에, 정치 따위 입힐 마음 조금도 없어. 냉혹한 이성적 판단 하에 내린 결론이야.
사실, 난 딱히 백신 필요치 않아. ..진짜야! 우린 아직 젊기에~ 방구석 미래만 있기에~(찰싹) ..걸려봤자 무증상전파자만 되겠지.(찰싹!) 취직 못해, 애인 없어, 돈 없어, 갈 수 있는 데라곤 셋방 화장실밖에 없는데, 괜찮겠지!(찰싹!) ..내가 진실로 말한다. 이건 모두 사실이다. .,웃지 마! 너 이야기야!(찰싹!) ...뭐? 한전에 취직했다고? ..여친이랑 왔어? 이런 빌어먹을 세상! ..부러우면 지는 거. 크흑. 그래 너 잘났다.
아무튼. 누가 준대도 안 맞아. 내가 왜 맞아. 미국 성님들이, 중국 인민들이, 러시아 불곰들이(찰싹), 싱가포르 뉴질랜드 관광국가 주민들이, 친히 먼저 테스트 해주겠다는데. ..알러지 반응은 없는지, 쓰러지진 않는지, 정력에 도움이 되는지, 탈모와는 상관관계 없는지, 찬찬히 지켜보고 주입하는 게 낫지. 그럼!
게다가, 어쩌면 말이지, 내 몸엔 이미 항체가 떠돌아다닐지 몰라. 코로나 시작한 때부터 현 시점까지 여러 번 아팠걸랑. 2번은 기침에, 오한에, 머리를 짓이기고 싶을 정도로 골골댔어. 이것이 코로나? 글쎄.. 당시엔 아닐 거라 굳게 믿었는데, 지금은 섬뜩해. 부산 인창요양병원에서 확진자 100명 넘게 무더기로 나온 거 봐서, 걸렸었을 지도?(찰싹!)
그래서 결론은 안 맞는다! 맞더라도 안전성 검증된 다음 맞는다! ...부모님? 에이, 엄마 아빠는 빨리 맞아야지. 잠깐, 이거 어감이 살짝 이상하다. 마치 부모님을 베타테스터로 내세우는 기분이잖아! 아잇! ..아니다. 내가 감히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부분이야. 접종 여부는 순전히 아빠 엄마 본인이 결정하는 것!
여하튼. 난 몰라도 여러분은 백신 꼭 맞았으면 좋겠어. 왜, 구성원 60% 이상이 집단면역 생겨야 옮기지 않는다며? 그러니까 너님들은 꼭.(찰싹!) ..어쩌라고! 나만 아니면 돼!(찰싹!) 내 팔에 주사기 꼽을 작정일랑 돈부터 내놔! 미쿡 펜실베니아 노샘프턴 카운티처럼! 최저 82만부터 스타트!(찰싹!) ..꺼흑. ..알았어. 커피 한 사발 같이 마셔줄, 맘 예쁜 간호사 누나가 놔 준다면 생각해 볼게.
지쟈스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에이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