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필요 소녀
세상에 빛을 본지 고작 16개월, 학대로 죽은 작은 생명.. 이후 뉴스에 “아이”라는 글자만 보여도 겁이 나. 두 번 다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또 일어났나 하고.. 그저께였지. 북극한파가 한반도를 덮쳤을 때, 4살 여자아이가 내복차림으로 길에서 발견됐다는 소식.
기사 제목만 봤을 땐 화부터 낼 뻔 했지. 대체 부모는 뭐해서, 이 추위에 애가 혼자 돌아다니! ..하지만 막상 내용을 쭉 읽어보니 이게 참 복잡해. ..한부모 가정이야. 어머니가 홀로 아이를 돌보면서, 직장까지 나가야 하는 상황. 이번에도 엄마가 퇴근하기 30분 전에 벌어진 일이더라고. 후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해? 일단 경찰은 유기 방임 혐의로 애 엄마를 입건 조사 중이야. ...그치? 어렵지? ..뭐, 언론에선 의심하는 쪽을 택한 것 같아. JTBC는 엄마가 넉 달 전 보호시설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렸고, 채널A에선 아이가 작년 크리스마스 때도 혼자 길에 있었다는 기사를 보도했지. 흐음.
난 모르겠어. 학대인지 아닌지. ..사실, 이 정도에 태클 거는 건 너무하지 않아? 이 기준에 맞추면 우리 엄마도 막장이야. 아들 생각해서 열심히 돈 벌어 온 우리 엄마가! ..난 늘 혼자였어. 초1짜리가 벌써부터 생라면 맛을 터득했다면 믿어져? ...오우야, 몇몇 동지들 있구나.
참, 돌이켜보면 아동복지사님 뚜껑 열릴만한 행동 많이 했어. 덜컥 혼자서 용두산 공원에 가질 않나, 술 취한 아저씨랑 비둘기 모이를 주지 않나, 비 오는 날 일부러 밖에 쏘다니고, 어디서 본 건 있어서 가스레인지에 마른오징어 태워 먹고!
여하튼. 이번 경우를 따지자면 엄마 보다 사회 전체 탓 아닐까? ...예아. 더 강력한 돌봄교실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돌봄선생님 처우는 똥이고, 코로나 때문에 더 고생하고, 작년 말부터 파업을 하니 마니 긴박 속에 끝내 개선 논의 없이 일단 넘기고 보자로 돼버렸어.
특히 저녁 10시까지 애 봐주는 “온종일 돌봄 유치원”, 도통 수가 늘지 않아. 2020년 기준, 부산은 10군데 밖에 안 돼. 그마저 중구, 동구, 서구에는 하나도 없어! 난 동구에 사는데! 어! ...응? 서울? 서울 데이터는 현지인 너님들이 직접 찾아보세요.(찰싹!) ..농담, 크흠. 이 문제에서만큼은 서울도 깡촌 확정! 해가 갈수록 참여 유치원 수가 줄어. 신규로 개장하려던 “남산유치원”마저 사업 부적격!
아니, 맞벌이 부부, 한부모가정에 빛이 되어줄 유치원인데! 이보다 숭고하고 공익적인 장소가 없을 지언데! 부적합을 때리다니! 이게 나라냐! ..후우, 이유야 있어. 뻔하지. 여러분 예상 그대로야. ..예산이 없다! 주변 기업들이 참여를 안 한다! 노예 새끼 기르는데 우리가 왜 분담해야 하나! ..콱 법인세 1818% 맞아 버려라.(찰싹!)
하긴, 갑자기 유치원 운영비 내놓으라면 좋아할 기업 없지. 이거 교육부가 문젠가? ...예아. 왜 주변 기업 투자에 기대? 회사에 안 다니는 부모는 어쩌라고? 차라리 국가 예산을 늘려! 이런데 돈 쓴다고 뭐라 할 사람 아무도 없어! ..아차, 있다. 본인 통장 잔고 보다 국가 건전성에 목숨 거는 분들. 아잇! 이번 건은 그분들도 찬성할 거야!
아무튼. 행복한 아이를 위해선, 학대 방임 없는 세상을 위해선, 결국 돈이 필요하구나. 하아. 어째 매번 결론이 같네. 문제가 있다고요? 돈이 부족한 건 아닌지 확인합시다. ..온종일 유치원에도 돈, 돌봄교실에도 돈, 무상급식에도 돈, 아동복지시설에도 돈, 보호센터에도 돈, 선생님께도 돈, 복지사님께도 돈!
여기서 질문, 아이들을 위해 여러분은 지갑을 열 수 있어? ...난, 끄응, 자신이 없어.. 말은 어디 소파 방정환 선생 저리가라 떠들었지만, 정작 결정적 순간엔 한 없이 약아. ..아까 욕했던 사장님들, 죄송합니다! 저 또한 금욕에 미친 개돼지였습니다! ..후우, 이래서 어렵구나. 근본적 지원은 없이, 그저 사건 터질 때만 반짝.
이 자리에서 맹세하겠어. 로또 1등 되면 5%는 아동복지시설에 기부한다!(찰싹!) ...알았어. 2등만 되도 한다.(찰싹!) ..그래! 5등만 되도 모조리 기부한다! 됐지! 끼요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