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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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질렀는데 왜 눈물을 흘리니 (2) 2021/01/20 PM 11:51

 

 

 

 

질렀는데 왜 눈물을 흘리니

 

 

 

오늘은 하소연이야. 듣기 싫은 사람은 내일 보자!

 

아침부터 대뇌와 소뇌가 비비 꼬였어. 내 자신에게 화가 나서! 후우. 인간이 언제 가장 멘탈이 무너진다 생각해? ..최종면접에서 떨어졌을 때? 가족에게 패드립 들었을 때? 믿었던 여자사람이 쌩 깔 때?.. 아니, 쇼핑에서 실패했을 때야!

 

한 정신력 한다고 자부했건만, 버틸 수가 없어. 온라인 게임에서 그렇게 욕먹고, 부모 안부 주고받았음에도 굳건했던 나였어. 그런데, 고작! 물건 구입 하는 와 중에 미쳐버릴 줄이야! 꺼흑! 존슨! 한 대 쳐 줘! (찰싹!)

 

난 손톱깎이 하날 사더라도 3일은 조사한 다음에 구입하는 스타일이야. 방구석에서 뒹구는 놈이 이런 거라도 안 하면 뭘 하겠어. 1만 원 이하 소도구도 이럴지 언데, 10만 단위가 넘어가면 학술논문 훑듯 자료조사에 매진하지. 장점, 단점, 경쟁품, 정말 필요한가, 질러야만 하는가, 더 나은 대안은 없는가, 고심 끝에 구매 확정!

 

웬만하면 실패하지 않았어. 누구처럼 AMD 라이젠 CPU를 놔두고 인텔을 산다든지, 3천 번 대 그래픽카드가 나오기 하루 전에 2천 번 대를 지른다든지, 원가 절감한 갤럭시 S21에 눈을 돌린다든지 하는 실수 말야. 아항? 난 흑우가 아니다!

 

..는 개뿔! 흑우를 넘어 세상 가장 검은 밴타블랙에 이르렀다! 꺼흑! ..내가 요즘 카메라 삼각대에 미쳐있걸랑. 사진은 찍지도 않는 주제에, 어디 쓸 데도 없는데, 그저 삼각대만 보면 정신을 못 차려. 이유를 모르겠어. 그냥 좋아. 알루미늄과 카본 파이버로 이루어진 묵직한 다리가. ..잠깐, 이거 페티시인가? 크고 굵고 거대한 것에 대한 동경? (찰싹!)

 

아무튼. 첨엔 가볍게 봤다? 삼각대 해봤자 별 거 없잖아. 첨단 기술 1도 안 들어간, 그야말로 고대부터 내려온 단순 지지대, ? 하지만! 그건 착각였지. 스마트폰 저리가라 할 만큼 복잡해! 소재가 뭐니, 락이 레버니 트위스트니, 지지하중이 어떻니, 볼헤드니 기어드니 플루이드니 , 아주 망망대해!

 

더 큰 문제는 파츠 별로 따로 판다는 것! 제조사들이 얼마나 소비자를 위하는지, 토 나올 정도로 골라먹는 재미를 선사해. 물론 상식을 뛰어넘는 가격으로! ..후우, 전문가급 비디오용 삼각대의 경우 다리는 물론, 그 위에 하프볼, 헤드, 클램프, 이러쿵 저러쿵 잡다한 부속을 추가해야 비로소 완전체가 되더라고.

 

똑똑하신 분들은 여기서 이미 호구 탈출 하셨겠지만, 난 더 깊은 수령에 빠져 버렸어. 다리 샀는데 몸통 안 살 수가 없잖아. 안 그럼 다 매몰비용처리 되는데. 크흑. ..없는 살림에 꾸역꾸역 샀어. 중국성님들 덕 톡톡히 봤지. 삼각대도 중국산이 가성비 짱이야. 핑핑이님 충성충성. (찰싹!)

 

그렇게 알리에서 주문한 판때기가, 쇳덩이가, 고무발이 모여, 오늘 드디어! 마침내! 타노스 인피니티 건틀렛 마냥 완성될 찰나! ..안 맞아.. 나사가 들어가질 않아.. 볼트가 안 풀려. 제발, 이러지마 제발! 대체 뭐가 문젠데! 역시 중국산이라 그런가! 그럼 그렇지! 싸구려!

 

..는 내 실수였고요, 규격 모르고 막 주문한 내 잘못이었고요! ..미쳐버리겠어. 32달러 주고 산 어댑터가 맞질 않아. 72.39달러 주고 산 막대기가 들어가질 않아. 14달러 클램프는 공중에 떠다녀. 무게 3.4킬로그램에 달하는 아이언볼이 체결이 안 돼. 꺼흑! 하느님!

 

, 어쩌면 좋니? ...반품? 오는 데 2주 걸린 해외구매야. 게다가 봤자 마자 신나게 상자 다 까버렸어. 이 조심성 없는 자식! ...당근마켓에 중고로 팔아? 글쎄, 이거 사는 사람 있을까? 삼각대 부품은 되팔렘조차 없을 텐데. 후우. ..판다고 해도 앞이 캄캄해. 제품사진 찍어야지, 가격 선정 해야지은둔형 외톨이가 사람 대면 해야지, 택배 붙여야지, 어후.

 

대충 60%에 판다 치면 손해가 얼마야. 정말 한숨 밖에 안 나온다. 내가 정말 밉다! 내 자신을 한파에 던지고 싶다! 자기한테 사기 친 자식! 쿠후..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어! 지금까지 들인 돈이 얼만데! 흑흑! 영혼을 갈아 넣었단 말야!

 

이 세상 모두 흑우들을 위하여, 여러분 실수고, 인생의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해야지, 방법이 없습니다. (찰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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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이    친구신청

일단 위로를 ^^ 힘내세요
근데 그것보다 글 재미나게 잘 쓰시네요
온 김에 마이피 둘러보니 근처분 같기도 하고 히익~!!!

풍신의길    친구신청

고맙습니다!
억! 부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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