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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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피타고라스 선생님, 드디어 해냈습니다. (0) 2021/02/03 PM 11:28

 

 

 

 

피타고라스 선생님, 드디어 해냈습니다.

 

 

 

짜잔! 보이십니까! 압도적 듬직함이! 묵직한 다리 3개가! (찰싹!) ..삼각대, 마침내 완성!

 

, 전에 내가 말했잖아. 요즘 삼각대에 미쳐있다고. ...이유? 글쎄, 크고 굵직한 것에 대한 동경이랄까. 그러기엔 내 똘똘이도 한 사이즈 자랑하는데.(찰싹!) 혹은 조립의 재미가 있어서일지도 몰라. 삼각대도 컴퓨터 견적 맞추는 거 마냥 여러 파츠를 갖다 붙여야 하거든.

 

생에 최초로 해 보는 건데 얼마나 실수 했겠어. 호환 안 되는 부품 샀다가 손해 엄청 봤지. 쓰지도 못하고 당근마켓 간 것만 8만원이 넘어. 흑흑. 포장 20초 뜯었다고 40% 세일! 이 때 엄습하는 자괴감이란, 꺼흑.

 

그럼에도 끝내 해내고야 말았다! 캬하하! 40mm 10겹 카본 파이버 다리, CNC 정밀가공 알루미늄 이음새, 12달러에 따로 주문한 하프볼 어댑터, 스테인리스 강철 소재 퀵릴리즈 플레이트, 최대 7KG까지 균형 맞출 수 있는 유체 헤드, 38mm 범용 조임새 클램프, 그리고 군데군데 소소한 수평계 까지! 뿌듯!

 

...은 후우.. 난 정말 기쁠 줄 알았어. 없는 지갑 털어가며, 가성비의 알리발 최저가 찾아가며, 때론 중고장터까지 뒤져가며 완전체 만들었건만.. 공허해. 여긴 어디? 난 누구? 이건 뭐지? 왜 만들었지? 쓸 데도 없는 거! 끼요옷!

 

지금에서야 깨달았어. , 난 삼각대 자체를 원했던 게 아니구나. 부속 하나하나, 나사 규격을 맞추고, 더 좋은 제품을 찾고, 무게 균형을 맞추며, 조금이라도 떨림 없는 방법을 찾고, 그러는 가운데 카메라 전문 사이트 성님들께 자문 구하고, 유튜브 탐독하고, 안 되는 영어 써 가며 중국 가공업체에 문의하고, 이런 과정이 즐거웠던 거야!

 

이제 어쩌지? 아무 의욕도, 영감도 없어. ...? 중고로 팔아? ! 여기 쏟아 부은 돈이 얼만데! 제 아무리 중국산 썼다지만 70은 깨졌단 말야! 장터 내놓는 순간 30 예상한다! 끄응.. 할 수 있나. 내 나름대로 활용가치 찾아봤어.

 

일단 삼각대 본연의 역할, 사진이나 동영상 찍을 때 사용한다! ..는 이 시국에 카메라 쓸 일이 없다는 게 문제야. 어딜 나가겠어? 그렇다고 집안에서 사용하기엔 이 녀석이 원체 커야지. 다 펼치지도 못 해. ...? 거실에서 하면 된다? ! 취직 못해서 빌빌 대는 아들이, 삼각짱 다이스키하다능, 다리 감촉이 좋다능, 하악하악. 이 꼴을 부모님께 드러내라고? 절대 안 돼! 그리고 우리집 거실 없어!

 

크흠. 이리저리 궁리 끝에 딱 한 가지, 적절한 용도 찾았어. 뭘까? ...바로 운동기구! 삼각대 다리만 3.133KG이야. 여기에 상단 체결부가 2.63KG. 도합 5.76KG! 602세트 들면 팔이 떨려서 주체를 못 해. 그래, 이거다! 아령 살 필요가 없다! 이거 들고 산 한 번 타면 죽는다! 1년 하체운동 끝난다!

 

후우.. 흑흑.. 알아. 그 어떤 합리화 붙여봤자 결론은 음머~ 이 흑우 새끼! 돈 쓸 줄 모르는 놈! 불효자 녀석! ..잠깐, 아니! 절망에 빠져 있을 순 없어! 긍정적 사고! 이 삼각대는 운명이다! 분명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 마냥 쓸 날이 올 거다!

 

..그래, 칼린쇼가 우주의 기운 받아 떡상했다 치자. 그 때를 위한 삼각대야. 나랑 존슨을 크고 환하게 비춰줄, 풀프레임 대빵 카메라마저 거뜬히 받칠 삼각대!(찰싹!) 존슨, 너 마저 비관적이면 어떡해! ..아니면 말이지, 그 언젠가 여자사람 만났을 때, 그녀의 드넓은 가슴을 간직하기 위한 삼각대야.(찰싹!) 아니! 이게 무슨 불법 촬영이야! 당연히 상호 존중과 사랑 속에 찍는 거지! ...? 모쏠이 주제를 모른다? ! 인간은 꿈으로 살아! 영겁의 희망고문 속에서!

 

이제 제 꿈은 사랑입니다. 저랑 삼각대 앞에서 사랑 나누실 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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