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 더 큰 지름을 얻기 위한 추진력이다
2월 14일. 오늘은 무슨 날? .,.그래, 설 연휴 마지막 날, 맞는데, 다른 데이도 있잖아? ..미안하다. 너님들 또한 모쏠인 걸 깜빡했다. 바로 발렌타인 데이! 캬하하! 너, 나,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경축일!
모쏠 주제에 이딴 날을 어떻게 아냐? 핫. 그야 모바일 게임에서 하루 종일 광고하니까 알지! 꺼흑. 성우까지 기용해서 달달한 음성을 쳐. 쿄와 발렌타인 데이네. 당신을 위한 러브러브 가챠 쥰비 시따요. 질러라 어서! 받쳐라 세뱃돈!
후우. 인간은 소비해야만 희열을 느끼는 걸까? 나 같이 없이 사는 놈도 어떻게든 돈 쓰고 싶어서 안달이 났거든. 사진 찍지도 않는 놈이 카메라 장비엔 눈이 뒤집혀서 해벌레. 차지도 않는 스마트워치는 왜 그리도 눈팅하는지, 참.
합리적 소비니, 기회비용이니, 경제적 이론 들이대 봤자 먹히질 않아. 그냥 지르고 싶어.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원죄적 소유욕? 다들 경험하지? ...예아. 지르고 나서야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삶. 문제는 지름엔 끝이 없다! 현자타임 돌입하자마자 다른 종목들이 스멀스멀 올라 와. 카메라 질렀니? 그럼 이젠 삼각대 사자. 렌즈 사자. 차 사자. 집 사자. 텐가 사자. 코호호.
지금 내 상태가 그래. 한동안 무욕의 삶 즐겼지. 그러다 설 용돈 좀 받았다고 벌써부터 불알이 벌렁벌렁 해.(찰싹!) ..몰랐어. 내 속에 덕력은 5년 전에 끝났다고 생각했건만, 아니! 잔불은 꺼지지 않고 다시 타오른다! 내 몸도 마음도 쏙 빼놓는, 6분의 1비율 실리콘 인형이 나올 줄이야!
..이것 봐. 이걸 보고 안 지를 수 있어? 내가 본 유우나 피규어 중에서 제일 사람답게 나왔어! 하악하악 유우나 짱, 사고 말거라능, 부비부비 할 거라능!(찰싹!)
...왜! 이게 어때서! 개인 취향은 존엄한 것! 누구처럼 디지털 집행검에 100억 때려 박는 인간보다야 낫잖아!(찰싹!) ..적어도 이건 실오라기, 고무구멍은 남는다고! 자, 치마를 들어 올리면, 짜잔! 그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묘사해 놨다. 끼요옷!(찰싹!) ..커헉, 죄송합니다.
끄응. 나도 알아. 아무 쓸모도 없는 거. 사봤자 박스에 고이고이 모셔두기만 할 거. 가족한테 묵직한 팩트폭력만 당할 거! 끄흑..그런데 사고 싶은 걸 어떡해. 이게 뭐라고.. 하루 종일 이거만 떠올리고 있어. 이런 젠장!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는데! 한번 눈에 들어온 이상 떨칠 수가 없다! ..나, 어떻게 하면 좋니?
그런데 말입니다.. 걱정이 사라졌네? 하루 저녁에 지름신이 퇴거했네? 왜? 다른 지름 종목이 내 가슴을 가득 채웠으니까! 내 사랑 유우나짱 마저 잊게 만든, 컴퓨터! 핫, 나도 내 맘을 모르겠어. 어제는 피겨피겨 하던 녀석이 오늘은 RTX, 라이젠 떠들고 있으니.
대충 견적 냈더니 300이나 나오더라고. 지금 내 수중에 있는 돈은 23만원. 앞으로 엄마 아빠한테 뜯어야 할 돈 277만원. 호우!(찰싹!) ..새컴 맞출 때까진 저축뿐이야! 오늘부터 삼양라면 대신 스낵면, 쇠고기면만 먹는다! ..어처구니가 없어. 물같이 돈 쓰던 놈이 자린고비 정신 발휘하다니, 그 원인이 더 큰 지름을 위해서라면 믿어져? 맙소사.
그래, 우리가 죽을 듯 말 듯 돈 모으는 이유, 더 지르고 싶어서! 서울에 땅 사고, 삼전 주식 사고, BMW 사려고! 인정? (찰싹!) ..막상 사면 아무것도 아닌데, 때론 허무하기 까지 한데, 참. 사실 나도 컴퓨터 바꿀 필요 없어. 지금 컴으로도 야동 보기엔 아무 지장 없거든. 최신형으로 맞춰 봤자 결국 하는 건 똑같으니까.. 이런.. 삶의 목표가 사라졌네. 저축 안 해! 막 살 거야!(찰싹!)
인간처럼 살려면, 억지로라도 지를 것을 찾아야 할까? 뭐가 좋지? 기왕이면 부모님 보기에 좋아하시고, 보람찬 지름을 하고 싶은데. ...뭐? 여자 친구를 소유하라고? 야! 사람이 물건이냐! ...아! 러브돌 말씀이구나. 그럼 얘기가 다르지. 어디보자, 알리발 붕가 인형이,. 헤에? 1722달러? 배송비가 501달러! 아니! 무슨 실리콘 덩어리가 3천만 원이나 해! ..안 돼. 못 해! 내 평생 용돈 다 모아도 살까 말까야! 꺼흑!
이렇게 된 이상 발렌타인 가챠나 지른다!(찰싹!) 수퍼 수퍼 레어여 오라! 연휴 끝! 월요일 좋아!(찰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