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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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폐수처럼 흘려보낸 질식사고 (4) 2021/02/15 PM 11:31

 

 

 

 

폐수처럼 흘려보낸 질식사고

 

 

 

꺼흑. 우웩! ..미안하다. 토하느라 늦었다.(찰싹!)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머리가 띵해. 속은 울렁울렁. 오른쪽 관자놀이와 눈깔 깊숙이, 대뇌와 소뇌 사이가 찌를 듯이 아파. 이게 말로만 듣던 연휴 종식 증후군인가! 아니! 방광 비우러 화장실 문 연 순간 알아챘어. 또 올라온다! 스멀스멀! 하수구 냄새가!

 

..그래, 며칠 전에도 말했었지? 하수구트랩이다 뭐다 설치해 봤지만 안 돼! 미치겠어! 테프론 사이로 뚫고 들어오는 역병의 향연! 꺼흑! ..차라리 똥 냄새면 참지! 이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야릇한 냄새야. 마치 100년 먹은 샴푸 냄새? 오렌지와 양파를 동시에 썩힌 향기? 도저히 자연에서 발생했다 할 수 없는, 극히도 인공적인 향료! 코에 들어가기만 했을 뿐인데 머리가 아프다. 죽겠다!

 

어쩔 수 있나. 수도요금이고 뭐고 샤워기 틀어놓을 수밖에. 배수구가 갓 뽑은 수돗물로 가득 채워지자 그제야 살 것 같았어. 어후. 이번 달 물값 얼마나 나올지 벌써부터 공포다 야. 어쨌든, 두통의 근원은 해결했으나 아뿔싸, 밤사이 누적된 데미지가 너무 컸어.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겠어. 우웩! (찰싹!)

 

..그런데 말입니다..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쓰레기 버리러 집 앞에 나갔는데, 어라? 그 환장할 냄새가 여기서도 나는 거야. 헤에? 뭐지? 온 동네 하수도가 전부 오염됐나? 이웃 주민들 또한 나랑 같은 상태라고? 아니, 이걸 어떻게 견뎌! ..했는데 킁킁 맡고 보니 정확히 우리 집 앞에서만 나는 거였고요!

 

미친 개 마냥 단서를 찾아 거슬러 갔어. 그리곤 찾아냈지. 401호 주인아저씨 현관 문 앞에 놓여있는 흰색 통을! 모든 악취의 근원, 그거였어! 뭐였을까? ...거름? 에이, 거름 냄새는 맡다보면 정들어. 힌트, 다분히 인공적인 거야. ...페인트? 비슷하니, 정답! 그것은 이름하야 친환경 타일 접착제! 친환경은 개뿔! 사람이 돌아가시게 생겼는데!(찰싹!) 내가 얼마나 빡쳤으면 상표랑 이름까지 다 외워왔어! 오공! 오공본드 할 때 그 오공! 쎄라텍 17KG!

 

주성분이 특수 아크릴 에멀젼. 찾아보니 이거 위험한 물질이더라고. 중독되면 말초신경병증이 발생한대. ..손발이 저리고, 식은땀이 나고, 근육이 떨리고, 무력감과 졸음이 몰려오며, 암까지 일으킨다. 맙소사. 딱 지금 내 상태잖아! 치료법은요! ..신선한 공기! 이 추위에, 미세먼지 가득한 날에, 창문 다 열었다! 공기!

 

후우, 이번만큼은 진짜 주인아저씨랑 한바탕 할까 고민했어. 아니, 건물주면 답니까! 왜 위험물질을 하수구에 콸콸 버리는 건데요! 확 마! (찰싹!) ..물론 상상에 그쳤지. 이 시국에 전세 빼라 하면 어떻게 감당해. 다만, 소심한 복수는 했어. 하루 종일 물 틀어놓기!(찰싹!) 어차피 수도요금은 건물 전체 인구 당 N분의 1로 내거든. 헉 소리 나는 물값 나와 봐야 더 이상 이딴 짓 안 하지. 인정?(찰싹!) ..물을 아낍시다. 크흠.

 

아무튼. 이번 일 겪고 나니 걱정 많이 되더라. 밀폐된 공간에서 타일 붙이고, 방수 도포 하시는 분들.. 각종 중금속과 화학물질로 오염된 하수 시설 관리하시는 분들.. 아니나 다를까 어제, 남들은 설 연휴 보내고 있을 때, 인천에선 폐수 찌꺼기 수거 작업 하던 근로자 한 분이 돌아가셨어.. 쓰러진 동료를 구출하러 나섰던 다른 한 분도 중태고. 이런, 아잇.. 고인을 추모합니다. 무사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원인은 황화수소 중독. 방독면 필히 껴야 할 만큼 강력한 독성물질이야. 부패한 단백질에서 나오는 이 기체는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 존재해. 샤워하고 내린 물, 설거지 한 물, 응가 싸고 처리한 물, 다 잠재적 황화수소 배출원이지. 그만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문제는! 그렇지 않다! 황화수소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냐. 내가 사는 부산에서만, 작년에 맨홀작업 하던 3분이 돌아가셨어. 19년엔 공중화장실에서 유출된 가스를 맡고 여고생이! 꿈만 가득할 여고생이, 아잇! ..폐수작업 하던 노동자 3분이 운명 하셨어. 18년에도 역시나 폐수처리업체 근로자 3분이나.. 끄응.. 이게 나라냐!

 

사람이 죽었는데 책임자도, 대책도 없어. 어디 신문께선 이게 다 부주의한 노동자 탓이라는데, 정말 그럴까? 왜 아닌 거 같지? ..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그놈의 하청! 내 탓 아니오! 그 잘나신 위험의 외주화! 이런 썩을! ..워워. 펀쿨섹.. 보호장구는 제대로 지급했는지, 옆에서 재촉하지는 않았는지, 먼저 살펴볼 일이야.. 왜 직접고용하지 않는지, 떳떳이 책임지지 않는지 말야.

 

아잇! 갑자기 엄근진 됐네. 끄응.. 그래도 그럴 가치가 있는 일이지? ...예아. 분위기 전환 비트! 황화수소, 이거 너님들 대장 속 방귀에도 있어. 그러니 함부로 친구 얼굴에 끼지 마. 중독된다니까! 몸짓 작은 반려견이며 고양이는 그대로 저 세상 갈 수 있어!

 

인간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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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deberg    친구신청

이게 그 정신분열증인가 그건가

풍신의길    친구신청

안녕하세요.

슬픈삐에로    친구신청

하하 내가 다 만지는것들이네 저거 다 만지고도 말짱합니다

풍신의길    친구신청

지금처럼 항상 건강하시고 안전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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