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세, 일본식 용어를 사용하고 싶다 데스.
설은 이미 지났지, 하지만 난 아직 할 말이 남았지. 설을 구정이라 부르면 안 된다며? 구정은 일본식 표현이라며? 난 몰랐어. 일제강점기에 우리 명절 풍습을 깔보고자 만들어진 말이었어. 알았으면 안 썼어. 호우!
알게 모르게 많이 쓰게 되는 일본식 표현. 그것은 필연.(찰싹!) ..대학 교수님 전문서적부터 노가다 공구리까지 안 퍼진 곳이 없지. 걔 중엔 워낙 익숙해서 구분할 수 없는 것도 많지. 공란은 빈칸, 두개골은 머리뼈, 명찰은 이름뼈, 잔고는 잔액, 절취선은 자르는 선이지. 요, 그것은 인생의 진리지.(찰싹!)
섬나라 쪽바리 언어습관만 끝내면 다 끝나는가? 아닌가? 영어식 표현은 왜 가만 두는가? 팬데믹이니 코호트 격리니, 드라이브 쓰루니, 이런 표현들은 괜찮은가? 왜 일본만 차별하는가?(찰싹!) 아니, 존슨.(찰싹!) ..알았어! 되도 않는 돌림 어미 그만할게!
외쿡에서 무자비로 들어온 낱말들, 특히나 민족정기 해치는 일제 잔당 놈들의 표현 없애겠다고 정치권이 나섰어. 모처럼 일하는 것 같아 보기 좋네. 핫. 그런데 말입니다.. 쇼를 진행하는 내 입장에선 썩 반가운 소식이 아냐. 왜? 대본 쓰기 더 어려워지니까!
그, 옳게 된 글쓰기 기본 원칙 있잖아? 반복된 표현을 피해라. 똑같은 종결어미 쓰지 마라. 핫. 대본 3일만 써 봐.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본인이 스스로 터득해. 동일 단어 3번 리플레이하면 그때부터 손이 떨려. 너무 딱딱한데! 지루한데! 다른 신박한 표현 없을까!
여기서 타고난 천재거나, 위대한 작가는 기어코 그 뽀인뜨를 찾아내지. 상황이 머릿속에 절로 떠오르는 구절, 꼬꼬마조차 단박에 이해할 수 있는 명료함! 문제는, 난 그런 영감넘치는 사람이 아니다! 너님들처럼 어버버 단순 반복 체질이다!(찰싹!)
그러니 어째, 모자란 어휘력 보충하고자 발악할 수밖에. 일단 인터넷으로 유의어부터 찾아 봐. 없다? 그럼 1800년대 고대전설부터 최근까지 유행어 뒤져. 그러다 한 물 간 밈 쓰면, 틀딱이네(찰싹!), 늙은이 새끼(찰싹!) 라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싸가지들에게 욕 들어 먹는 거지.
이 방법조차 안 통한다? 그럼 외래어 갖다 쓰기 시작해. 일본어, 영어, 브라보치아노! 선생님, 스승님, 사부, 센세, 티처, 프로패써! 참, 반복 하지 않으려 별 짓을 다하네! ..끄응. 모르겠어. 나, 국어를 훼손하는 걸까? ..외국물 도움 없인 너무 어렵다고! 일본식 표현 안 쓰고 어떻게 대본을 써! 내가 순 한글 소설 쓸 줄 알았으면 이미 노벨문학상 받았지!(찰싹!)
그런 의미에서, 일본식 표현! 받아들여야 한다!(찰싹!) ..아니! 한자어는 그렇게 많이 쓰면서, 왜 니뽄어는 안 된다는 건데! 교과서에 나오잖아! 풍부한 우리말을 위해 순 한글 고집할 필요 없다. 오히려 한자 사용을 장려해야 한다! 인정?(찰싹!)
참나, 국립국어원 보면 욕부터 하는 놈들이, 이럴 때만 애국자야.(찰싹!) 맞잖아! 닭볶음탕 끝내 거부하고 닭도리탕! 그렇게 도리가 일본식 표현이라 해도 계속 쓰는 놈들!(찰싹!) ..또 뭐야, 그래, 통컵! 국어원 센세들이 고심 끝에 텀블러 대체할 단어 제시했더니, 뭐? 병신? 머저리? 인간비하 가득한 표현 섞어 가며 깠잖아!(찰싹!)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진정들 하시고, 워워!
아무튼. 그래서 요지는 뭐냐? 난 일본식 표현을 계속 쓸 것이다! 내 빈약한 한글실력 때문에 쓸 수밖에 없다! ..물론 노력은 할 거야. 아름다운 우리말 쓰기로.. 안 그럼 부모님 안부까지 듣거든. 세상엔 생각보다 국어 사랑하시는 분들이 많아. ..어떻게 아직도 “구정”이란 단어를 쓴데, 어후, 저 무식한 놈, 교양 없는 놈, 배움이 얕은 놈, 반민족 새퀴. 꺼흑!
아잇! 좀 포용력 있게 삽시다! 모를 수도 있지! 너님은 그럼 논술 100점 맞냐! 어!(찰싹!) ..끄응. 내 비록 일본식 문장 밥 먹듯이 쓴다지만, 아니! 나만큼 우리말 사랑하는 사람 없어!(찰싹!) ..진짜야.. 난 적어도 인간성 말살한, 태생부터가 비루한 낱말은 쓰지 않으려 노력하니까! ..병신, 장애, 틀딱, 거지.. 몸 아프다고 놀리고, 늙었다고 하대하고, 돈 없다고 동물 취급하는, 그딴 말은 입에 담지 않으려 분투하니까.. 여러분도 그렇지?
후우. 어쨌든. 아름다운 우리말 많이 나오면 좋겠어. 쉽고, 발음하기 편하고, 듣기만 해도 귀르가즘에 빠질 표현! ...응? 이미 많아? ...내가 책을 안 읽어서 모른다고? 그래? ..미안하다. 독서마저도 일본어 번역 서적만 주구장창 읽어서 그렇다! 끄응. 난 가망 없나 봐. 주구장창 했던 말 또 하고, 썼던 낱말 또 말해야지 뭐. ..잠깐, 반복은 은율이 되고, 노래와 시가 되잖아?
이거다! 반복의 말하기! 그것은 리듬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