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의 조건
진달래 뿌리까지 캐다가 끓여 먹었던 군산의 소작농들. 오늘 뉴스랭킹 32위 하던 기사 제목이야. 일제치하 가난하고 핍박받던 조선민중을 다뤘지. 마치 내가 그 당시 인물 된 거 마냥 가슴이 아팠어. 왜? 조상님과 정신적 DNA 교류라도 해서? ..아니! 군대 트라우마 때문에!
진달래로 술 담아 본 사람? ..하! 난 미치도록 만들었어. 진달래가 뭐야. 주임원사님 왈, 옆에 민들레도 캐라, 뿌리까지 박박! 어이쿠야, 여기 칡이 있네. 노다지다. 다 캐라! 이건 뭐꼬, 야관문 아이가! 이건 내가 먹어야겠다. 단디 캐라! ..요즘처럼 봄바람 불기 시작하면 아주 그냥 부대 뒷산을 다 털었어! 그걸 내가 다 했다! 갓 오브 호미!
캤다고 끝이 아냐. 흙무더기 하나 없도록 박박 씻어야지. 역시나 주임원사님 왈, 충성을 다해 닦아라. 솔질 하나에도 존경심을 담아라! 연대장님 거는 특히 더! 예썰! 북박북박! ..후우. 근데 나 진짜 빡빡 씻었다? 연대장님은 몰라도 대대장님 드실 건 최선을 다했어. 왜? 진짜 존경했으니까. ...진짜야! 주임원사님하고 대대장님은 성심을 다해 따랐어. 내 직분에 맞게, 그래, 이 몸이 바로 전설의 CP병이었다!
...CP가 뭐냐고? 거참, 미필들 위해 설명하자면, 커맨드 포스트! 지휘부에서 근무하는 병사! ...누가 워워 워낭 소리 내! ..알았어. 실제론 대대장님 주임원사님 비서야. 전화 받고, 커피 타고, 심부름 하고. 킁. ...꿀 아녔어! 다른 CP는 몰라도 난 아냐! 안 한 일이 없다!
이렇게 된 이상 군대 얘기 안 털 수가 없네. 너님들이 자초한 거야. 그냥 들어. 에헴. 그렇게들 말하지. CP, 회사로 치자면 전무님 비서는 꿀벌이라고. 하는 일도 없이 탱자탱자, 가끔 성추행 당할 거만 조심하면 이 보다 좋은 보직이 없다고!(찰싹!) ..미안합니다. 선 넘었습니다.
응, 그러나 난 잘못걸렸고요, 정월대보름만한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고요! 이건 뭐 주임원사님 만능병이야. 약초 캐라, 화단에 물 줘라, 개밥 줘라, 어항 청소해라, 식사지원 가라, 사무실 일 도와라, 창고 정리해라, 경계 서라. 불침번 때워라, 꺼흑! 웃긴 건 대대장님도 내 보직을 잊어버리셨어. 내가 자리 비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시더라니까. ..주임원사님, 을지훈련에 CP병 데리고 가세요. 난 괜찮으니까. ..히히히! 전 안 괜찮은데요? 부대에 남아서 대대장님 아이스크림 심부름이나 하고 싶은데요! 말년에 을지 프리덤 가디언이라니! 끼요옷!
아무튼. 이렇게 근면 성실한 병사였건만, 다른 간부들은 묘하게 날 싫어했어. 부사관 분들이야 다 좋아했지. 근데 유독 위관급 있잖아. 대대장님 밑에서 기어야 하는 중대장, 소대장, 아항? 군 시절엔 이유를 몰랐는데 이젠 알 것 같아. 신현서 민정수석이랑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투닥한 것처럼, 나도 그 꼴이었네?
자고로 비서랑 장관은 틀어지기 쉽다! 이걸 유식하게 뭐라더라? 참모조직과 계선조직 간의 갈등? 이런 예 많잖아. 신 수석 대 박 장관뿐만 아니라, 이전 박근혜 때는 최순실과 그 외 떨거지들(찰싹!). 시간을 거슬러 박통이 다스린 시절엔 차지철 경호실장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간 탕탕절, 아항? ..비서 대 장관이면 당연 장관이 위지. 마찬가지로 일개 대대장 모시는 잡병이랑 대위, 중위, 소위를 비교하면, 비교 자체가 불가능 해!
근데, 영향력을 따지면 이게 좀 묘해지거든. ...응? 병사 주제에 무슨 영향력? 워호, 이 분들 모르시네. CP가 생각보다 꽤 빠워 있다? 대대장님이고 주임원사님이고 부대 사정을 다 나한테 물어 봐. ..요즘 부대 어떻노? 부조리 없나? 불만은? 간부들은 잘 하고? 그럼 난 어째, 진솔하고 솔직하게 모조리 보고 올렸지! 슬쩍 내 바람도 얹어서! 캬하하!(찰싹!)
반대로 대대장실에서 나가는 소문은 철저히 막았어. 보직 맡자마자 주임원사님이 철통보안 강조하셨거든. 별걸 다 들어. 훈련계획, 사모님 취향, 중간간부 인사평가, 부사관 전후방 인원 교류까지. 참. 만만한 게 병사라고, 간부들이 그 내용을 나한테 추궁하는 거야. ..대대장님 어떻게 생각하시노? 뭐라 하시던데? ..그럼 입 딱 닫는 거지. 전 아무 것도 모릅니다. 어버버.
이거 정말 중요해. 비서라면 기본이야. 내가 떠들어서 좋을 일 하나 없어. ..그런데 말입니다., 신현수 수석은 몰랐네? 과거 검사까지 하신 분이 함구정신 상실했네! 거기다 유영민 비서실장, 이분까지 방방 떠들었네!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들은 바 없습니다. 해도 모자랄 판에, 대통령께서 그리저리 하라고 들었습니다. 다 까발렸네! ..비서 실격!
여기서 생각해 볼 일, 사실 신현수 민정수석이고 유영민 비서실장이고 다 작년 12월 31일 임명된 초심자들이야. 이제 갓 2개월 채운 이등병, 한참 개념 출타할 시기. 호오. 그럼 그럴 수 있지! 맘껏 어리바리 할 때다. 인정? ...예아. 그러나 아무리 햇병아리라 한들 실수가 반복되면 고의다! 손 올려야 한다!
한 때 CP병으로서 그들을 지켜보갔어. 당당한 비선실세로 성장 하라우!(찰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