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의 여성 이발사를 찾아서
평안한 일요일 저녁 보내고 계신가! 참, 보시다시피 난 오늘 머리를 잘랐어. 어때? ...귀두컷? 야! 팩폭은 하지 말자. 후우.
6년 됐을까? 항상 가는 미용실만 찾았어. 가격이 블루클럽처럼 싼 것도 아니고, 맘에 쏙 들게 다듬는 것도 아냐. 아줌마가 예뻐서도 아닌데(찰싹!). 그저 관성의 법칙대로, 아무 생각 없이 같은 곳을 찾았지. 끄응. 나 늙었네.(철썩!)
팔팔한 급식 땐 이러지 않았다고! 그땐 구 단위를 넘나들며 신세계를 찾아다녔지. 일부러 손님 없고, 외진 곳이며, 누나 혼자 있는 곳!(찰싹!) 팔꿈치를 1센티라도 더 내밀기 위해 버들버들 떨었어. 하아, 근데 이젠, 보수 꼴통이 돼버렸으니.(철썩!) ..왜 이렇게 됐을까? ..어쩜 너무 세상을 알아버려서 그럴지도.
인터넷에 그런 글 있잖아. 미용실 언니들이 고객 관리 차원에서 접촉을 한다. 본 적 있지? ...예아. 후우. 괜히 봤어! 몰랐으면 행복한 거짓말 속에 하악하악 거릴 텐데! 이게 뭐야! 꿈도 희망도 없는 각박한 자본 논리에 휩싸이다니! 다 영업으로 보여! 끄응..
그럼에도 다시 시작해 볼까? 두근대는 마음으로 모험을 떠나 봐? 하! 이왕 하는 거라면 미용실이 아닌 이발소에 가고 싶어. 사실, 난 이발소 출입한 추억이 없걸랑. 맙소사. ...아니! 나랑 비슷한 처지에 놓인 남자 꽤 많을 걸?
그러고 보니 요즘 이발소 자체를 보지 못 했어. 시내 한복판 바버샵이니 뭐니, 입구부터 기본 10만원은 깨질 듯한 곳 말고 말야. ..그 있잖아, 흰색 의사복에, 스테인리스 가위에, 나이 지긋한 이발사님이 사각이는 곳. 영화에서나 보던 하얀 거품뭉치에 일자 면도기가 까쓸이는 곳. 정말 나이 먹은 의자, 드라이기, 세면대가 남아있는 곳. 캬하!
단, 누나가 아닌 점은 너무 아쉽다!(찰싹!) ..생각해 봐. 구도심 한적한 어느 곳, 우연찮게 발견한 낡은 이발소 문을 열었는데, 두둥탁! 박보영 누님이 새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있다면? 밝은 눈웃음으로 시퍼런 면도칼을 들이민다면? 와우! 내 생명을 거기에! 귀 하나쯤 파먹더라도, 몬다이나이!
참고로 미용사랑 이용사가 다르더라고. 미용은 꾸미기가 주라면, 이용은 단정이 목표! 산업인력공단 자격증 딸 때부터 갈라지니, 관심 있는 분은 유의하시라. 농담이 아니라 내가 여자면 미용은 물론 이용사에 도전했다. 얼마나 좋아. 경쟁력 있지, 자부심 넘치지, 하루 종일 남자 머리 만질 수 있지, 그러다 원빈 같은 남정네 오면, 어!(철썩!) ..죄송합니다. 퇴폐영업 컷!
아무튼. 상상 속 이용원을 찾아, 이왕이면 여성 이발사를 찾아, 오늘부터 전집중으로 야한생각이다!(찰싹!) 자라나라 머리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