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향기
윤여정 배우,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박수 한번 주세요!
미나리 본 사람? (...) 나도 아직 못 봤어. 그런데 내용은 다 안다? 왜? 언론에서 다 까발렸으니까!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정민아 교수님! YTN 아침뉴스에 나와서 스포를 하시면 어쩌자는 건데요! 아이! 내가 진짜! 호로로로! 홈런볼 쌍쌍바!(철썩!) ..죄송합니다.
후우. 트레일러를 보는데 인상적인 구절이 나오더라. ..뭐? 그랜마 스멜? ..하, 단 3마디로 추억이 한 아름 떠올라. 여기서부턴 개인사니까 들을 사람만 들어.
난 대가족에서 컸어. 증조할머니부터 나까지 4대가 모여 사는 집안. 지금 돌이켜보면 축복이야. 그때 어른들과 생활한 덕에 기본 인성은 갖췄으니까.
왕할머니, 우린 증조할머니를 이렇게 불렀어, 왕할머니 냄새는.. 짙은 그늘이랄까. 햇빛 들어오지 않는 방에서 하루 종일, 아무 말 없이 굽은 등으로 앉아계셨지. 기저귀에서 나는 배변 냄새, 괴사한 엉덩이에서 살 썩는 냄새.. 하지만 아무도 싫어하지 않았어. 왕할머니는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마치 생명 없는 그 무언가로 대했으니까.. 할아버지는 그럴 수 있어. 삼시 세끼 챙겨야 했던 할머니는 그럴 수 있어. 목욕이라도 시키려면 진을 빼야 했던 아빠, 엄마는 그럴 수 있어. 하지만 난 그럼 안 됐어..
할머니에게 왕할머니와 같은 냄새가 나기 시작 했을 때, 무서웠어. 너무 두려워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그럼 안 됐는데.. ..그때서야 왕할머니를 외면했던 가족들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마음을 거두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것 같아..
흔히 말하는 “할머니 냄새”는 외할머니한테서 느꼈어. 외가 갈 때면 항상 소고기 미역국을 끓여 주셨거든. 오래된 양은쟁반과, 두꺼운 솜이불과, 진한 간장에 해초류가 만들어 내는 앙상블.. 좋다..
따뜻한 내음만 기억하면 좋으련만, 외할머니하면 알코올 향이 떠올라. 컴컴한 병원 복도, 서늘한 녹색등.. 위암으로 돌아가셨거든.. 참, 죽음의 향기는 왜 이리도 선명하게 떠오를까? 두 번 다시 맡고 싶지 않는 냄새..
언젠가 다시 맡을 날이 오겠지? 엄마, 아빠.. 나, 그땐 후회 없이 잘 할 수 있을까? ..그래, 고민은 그때 가서 하자.
아잇, 어쩌다 오늘 이렇게 된 거야! 미안하다. 괜히 심란하게 했네. ..내일은 관종 멍멍이로 돌아올 것을 약속드리면서! 미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