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복도로에서, 사람 사는 세상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 노 대통령 좋아해? (...) 하, 난 좋아해. 정치를 떠나서, 그저 사람 그 자체로 좋아. 왜? 같은 부산 동구 아닌교! 자고로 “지연”이 짱이지! 노 대통령 첫 국회의원 당선지가 부산 동구란 말씀!
12주기 기념으로 이쪽 지역을 영상으로 찍었더라고. 보다시피 경사로를 따라 빼곡이 주택가가 펼쳐져 있어. 좋게 말하면 그리스 풍 현대판 아크로폴리스, 나쁘게 말하면 달동.. 아니! 달은 좋은 것이다! (...)
아무튼. 남이 찍은 우리 동네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해. 솔직히 너무 과장됐어! 아름다운 쪽으로! 드론으로 시원하게 촬영하다보니 정작 실상을 비추지 못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가져왔다! 실거주자가 전달하는 부산 동구 산복도로!
일단 계단. 해발 200미터 지역 아니랄까봐 장난 아냐. 고양이마저 헥헥 대. 살기 불편할진 몰라도 투기꾼들 막아줘서 정말 고마워. 캬하하! (짝!) 근데 계단을 산복도로의 특색이라 내세우기엔 거시기해. 부산엔 이런 곳이 널렸걸랑. 감천문화마을, 보수동 책방골목, 하다못해 길 따라 산 따라가기만 해도 만날 수 있어.. 부산은 그런 곳이니까. 한국전쟁 당시 전 국민을 품은 도시니까. 산턱까지 내어주며, 크흑! 방금 멋졌다, 인정? (...)
산복도로의 진짜 명물은 경치였어. 부산 북항을 한 번에 내다보는 풍경! 바다와, 항구와, 섬과, 적절한 고층빌딩과, 오순도순 주택들이 펼치는 하모니! ..후우. 그랬었지.. 이젠 아냐.
짜잔. 까꼬막 “전망대”. 히히히! 여기가 전망대? 아파트 도촬하라는 건가! ..주상복합이 들어선 후 경관을 상실했어.
여긴 북항대교 쪽. 작년 6월 찍은 사진이야. 왼쪽, 흉악하게 높은 건물이 바로 협성 마리나 G7. 지금은 다 올라갔어. 그 옆이 너님들 익숙한 부산역, 그 앞이 북항 재개발 지역. (답답하긴 하지만 괜찮네!) 그래? 최근 사진 보여줄게.
쨔자잔! 1년 사이 뚝딱뚝딱 올라간다! ..정말 경이로워. 이집트 대 피라미드, 한국인이 지었으면 3개월 안에 순삭했을 거야. ..더 이상 바다며 북항대교는 볼 수 없어. 지금도 이런데, 저 앞에 200미터짜리 쌍둥이 생활형 숙박시설이 들어서면, 어후.
웃긴 게 뭔지 알아? 북항 재개발 강력히 주장한 사람이 바로 노무현이었어! 부산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장소 만듭시다! 쓰레빠만 신고 타박타박 뛰어 놀 수 있는 공간 마련합시다! 그렇게 출발한 장소가! 그들만의 프리미엄! 그들만의 바다! 수평선! ..대통령님 살아 계셨으면 백 소리 더 하셨을 거야. 부산시장 불러서 죽빵 날리셨을 거라고! 부동산 그렇게 잡는다 소리만 치는 국회의원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그럼에도 딱 하나 살아남은 경치가 있어. ..바로 여기! 부산 구시가지와 영도섬. (바다가 안 보이는데?) 아잇, 살짝 살짝 보이잖아. 서민에게 허락된 오션뷰는 이 정도인 것이에요. 하와이! ..참, 아이러니지 않니? 푸르른 바다가 있는 곳은 막히고, 없는 곳은 트이다니.
아무튼. 산복도로는 점점 눈먼 동네가 돼 가. 가장 안타까운 점, 소박하게 살던 주민들조차 세상의 격류에 휩싸여 버렸어. 더 이상 조용한 산마을이 아냐. 재건축이 어떻니, 호반건설이 저떻니, 아파트를 지어라, 고도제한 철폐하라, 우리도 주상복합 지어라. 시뻘건 글씨로 팜플렛이 나부껴.. 끄응. 내가 뭐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냥, 좀, 그래.. 노무현. 사람 사는 세상. 그 분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난 모르겠어.
아잇! 마무리가 이렇게 싱숭생숭해서야 쓰겠나! 미안하다! 그런 의미에서, 외쳐보자! 아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