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인 듯 기사 아닌 투기 같은 너
지난 주였지. 부동산이라곤 부자도 모르는 이 몸께서, 드디어 투기판에 뛰어드셨다! 캬하하! (...) 돈도 없는 놈이 무슨 투기판이냐? 하! 돈이 없기 때문에 부동산인거야. 민간임대아파트! 청약 넣는데 땡전 한 푼 안 든다! 폰으로 본인인증만 하면 일사천리다! 그렇게 무자본 로또 굴리기에 당첨되면 일당이 얼마? 2천! 3천! 내 평생 쳐다보지도 못한 돈을 단 하루만에! 입주권 팔아먹기 쏠쏠 하구만! (짝!) 커헉.
첨엔 나도 비판적이었다고! 투기꾼 놈들 때문에 나라가 이 꼴이다, 실거주자가 손해 본다. 하지만, 하루 3천이잖아. 방구석 백수도 참여할 수 있잖아. 자본금 없어서 주식 코인 못 했던 한, 여기서는 풀어야지! 일단 청약 넣고 보자! (...) 혹시 불법 아닐까 주저하시는 분들, 전혀 걱정 마시라. 민간임대 분양권 거래에 관해서는 법 자체가 없어. 국토부도 국회도 수수방관 중이지. 그러니 안심하고 투기하십시오.
그럼 이제 남은 건 정보. 핫한 민간임대아파트 소식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부동산 카페? 꾼들 단톡방? 아니! 굴지의 메이저 신문사! 각종 경제, 파이낸스, 이코노미 붙은 일간지! 무려 “기사”로 전달해 준다니까. 급부상, 주목, 프리미엄, 이런 가슴이 불타오르는 제목까지 써 가며, 호우!
그런데 말입니다.. 이 분들, 부동산 열사들 아니셨나? 부동산이 과열됐다, 이게 다 정부 때문이다, 걷어차인 내 집 마련의 꿈, 이랬잖아? 마치 서민과, 실거주자와, 1주택자들을 대변하는 거처럼, 앙? 그래놓고 뒤에선 장작불에 석유를 들이부어? ..대단한 걸.
하긴, 광고 들을 때부터 이상했어. 가끔 기가 찰 때가 있걸랑. 근엄한 분위기로 한창 부동산 투기 문제 10분 토론 펼치다가, 중간 광고엔 뭐? 세금 피하면서, 역세권이면서, 투자하기 딱 좋은 자리 여깁니다! 차원이 다른 프리미엄! 이러고 있으니, 진심을 모르겠다니까.
혹시 본인들도 헷갈리는 거 아냐? 진실과 공익을 추구하는 언론인. 한편 위대하신 광고주님, 알게 모르게 뒷돈 찔러주시는 큰손님들을 위한 기레기. 이 사이에서 왔다 갔다, 코호호. ..이해해! 그들도 사람이잖아. 평소 발휘하지 않던 정보 수집력과 분석력으로, 땅 주식 비트코인 가즈아! 외치셔야지. (...) 참고로 절대 비꼬는 거 아닙니다. 그럼! 기자님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세요!
단! 기사로는 자제합시다! 차라리 광고로 다루시던가! 요즘 아무리 언론 신뢰도가 바닥이라 하지만, 그럼에도 기자 여러분 필력에 의존할 때가 많다고요! ..기자 여러분 글 철썩 같이 믿고 투자했다가 망하면, 책임지실 겁니까? 응, 안 지죠, 그날부터 소중한 독자 아니죠, 패가망신 거지일 뿐이죠!
아무튼, 투기 권장 언론행태가 사라지길 바라면서! ..그러나 내가 청약한 곳은 기사 좀 많이 써 주세요.(미친놈아!) 어그로 팍팍 제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