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잡다 엉덩이골 태운다
그렇게들 말하지.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갖는 법이라고. ..과연 그럴까? 준비성보다 운빨구삼 같은데! (...) 하지만 오늘, 이 나태한 생각 뿌리 뽑았다. 옛 성현 말씀이 옳았어. 모기는 준비된 사람만이 잡을 수 있다니까.(뭔 개소리야!)
오늘 아침 급하게 변기에 앉았걸랑. 어제 먹은 짜장면을 짜장 색으로 쏟아냈지.(짝!) 식사 중이었다면 미안합니다, 크흠. ..세상 가장 황홀한 상태에서 천장을 보는데 모기 한 마리가 보이는 거야. 오동통통 피를 잔뜩 머금은 녀석이! 저 자식을 내 당장!
그런데 아뿔싸. 잡을 수가 없어. 왜? 난 준비가 안 됐으니까! 똥물 내리라 치면 진동을 느끼고 도망 갈 것 같아. 그렇다고 그냥 일어서기엔 항문 사이에 분비물이 햄버거 패티 마냥 눌러 붙을 테지. (..조용히 닦고 일어서면 되잖아.) 허!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난 비데 물줄기 아니면 똥 하나 닦지 못하는 몸이 돼버렸다고!
후우. 딴엔 엉덩이 두 짝 벌린 채, 대변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네 발 짐승 모드로 안방까지 기어 나왔어. 거기에 전자모기채가 있으니까! (미친놈아!) 워워, 전자모기채는 중대 사항이다. 비데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맨손으로 모기 잡는 법을 까먹었거든. 벽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손바닥 다치지 않으면서, 모기 낚아챌 속도를 망각했다고!
아무튼. 무기 챙겨서 잡긴 잡았어. 그러는 동안 엉덩골 사이는 캐러멜 땅콩 범벅이 됐지만 말야.(짝!) 이번 일로 많은 걸 배웠어. 첫째, 여름철엔 전자모기채를 손에서 놓으면 안 된다. ..둘째, 비데는 소중하다. 전국 화장실에 모두 설치돼야 한다. ..셋째, 아무리 엉덩이를 좌우로 개방하더라도 묻을 건 묻는다. 촉촉하다.(짝!) ..끝으로, 처음부터 엉덩이 청소 제대로 한 다음 모기 잡았으면 이런 사단이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다. 난 무지성이다. (...)
비웃지는 마. 너님들도 가끔 상식 밖 행동하잖아. 모기 한 마리 잡겠다고 모니터 날려 먹는 짓 같은 거 말이지.(그딴 짓을 누가 해?) ..내가 했다, 내가! 모니터 모서리 향해 여래신장! 가동 중인 게임기 향해 벽력장! 결말은 대참사였고요! 피보다 소중한 돈 날렸고요! ..그때부터였어. 손으로는 더 이상 모기를 건드리지 못 해. 흑흑.(...)
아무튼. 모기의 계절. 너흰 이제 준비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