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앨범, 졸업
주인아주머니가 방 빼라 한 지도 어느덧 2주. 차곡차곡 정리중이야. 책은 중고서점에, 고물상에. 하! 폐지 98KG 파니 1만 2천원 주더라. ..소중히 모았던 덕후품도 처분할 있는 건 보내줘야지.. 이 얘긴 조만간 날 잡아서 하고!
오늘의 주제, 바로 졸업앨범! ..짐정리 중에 턱하니 막혔어. 얘는 어떻게 처리하지? 갖고 있자니 짐이고, 버리자니 뒤통수가 얼얼하고, 참. (네가 결정해야지.) 그건 맞는데, 아잇, 그래도 인생 선배들 조언 들을까 싶어서. 왜, 그런 거 있잖아. 할까 말까 할 때는 해라. 갈까 말까 할 땐 가라. 먹을까 말까 할 땐 먹지 마라. 졸업앨범 버릴까 말까 할 땐? (...)
인터넷에 찾아보니 나랑 비슷한 고민에 빠진 분들, 꽤 보이더라? 그 분들은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 99%가 정리! ..하긴, 보지도 않을 거 구석에 쌓아두기나 더 해? 언제 펼쳤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저주받은 남중 남고! 남자만 드글드글한 사진집을 내가 왜 봐! ..잠깐, 아니다. 초등학교 앨범은 몇 번 펼쳐봤지. 크흠. 이유는 묻지 마. (짝!)
이 음란한 것들. 대체 뭘 상상한 거야! 날 뭘로 보고! 내가 상상하면서 한 적은 있어도, 보면서 한 적은 없다! (철썩!) 커헉, 농담입니다. ..첫 사랑 그녀들은, 어디서 나처럼 늙어갈까~ ..후우. 사실 가장 찾고 싶은 분은 졸업앨범에 계시지 않았어. 중학교 1학년 담임 쌤.. 급식 시절, 내 모든 프로이트적 욕망과 존경이 한 데 섞인 분이셨지.. 아직도 바지 사이로 비친 검은 팬티가 잊히지 않아. (그만해 미친놈아!) 죄송합니다.
..버리긴 할 거야. 단! 디지털화 한 다음! ..요즘이야 다 스캔 떠서 모니터로 보는 세상이잖아. ..종이책 좋아하는 나도 대세를 거스를 수 없구나. 그나저나 졸업앨범이 내 생애 첫 전자책이 될 줄이야 상상도 못 했어.
아무튼. 이제 어떻게 스캔 뜨느냐가 남았는데, 폰카로 간편히 찍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책을 완전히 쪼개 전용 북 스캐너로 따는 방식까지, 여러 가지가 있더라고. 아니면 전문매장 찾는 것도 대안이지. 300페이지 책 한권 뜨는데 5천 원 정도 든대.
여기서 내 선택은, 카메라로 찍는다! 폰카가 아니라, 4200만 화소 풀 프레임으로! 마침 덕후의 필수품 접사 렌즈, 플래시, 삼각대까지 구비해 놨걸랑, 캬하하! 장롱 속 먼지만 흡입하던 녀석을 드디어 써보네. (스캐너 보다 좋아?) 그럼! 세팅하기가 번거롭고, OCR 변환작업이 남아서 그렇지, 화질만큼은 스캐너 뺨을 후려치고도 남아. 그러니 카메라, 한번 잡숴 봐. 너님도 장비병의 길로 웰(짝!). 컥!
다는 하지 않을 거야. 아름다운 여성분들, 존경하는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 장만 떠야지. 솔직히, 아픈 추억 떠오를까 겁나. 그때도 지금처럼 한 찐따였걸랑. 나 괴롭히던 놈들 면상 볼 생각하니 맘이 수박바네. 켈켈켈. ..아무렴 어때. 좋은 기억만 챙겨가자. 클릭 한 방이면 누구나 소멸시킬 수 있고, 의정부고 뺨치는 코스프레도 가능하며, 앨범에 없던 인물까지 소환 가능한 것이 E북 졸업앨범!
그렇다! 내 졸업앨범은 내가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