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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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생에 최초 억울함 경험담 (0) 2021/06/27 PM 11:33

 

 

 

생에 최초 억울함 경험담

 

 

 

너님들은 언제 생에 처음으로 불공정을 경험했어? (...?) 아니, 요새 하도 공정 공정 거리기에 문득 추억 소환 돼버렸지 뭐야.

 

5살 아니면 6살 때였어. 부산 몬테소리 유치원, 캬하하. 혹시 동문 있나? (...) 다행이다. 있어도 아는 척 하지 마. 아무튼, 선생님 말씀 따라 의사놀이를 했거든. 두 번 다시 입을 수 없었던 흰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쓰고, 몇몇은 환자 역할, 몇 명은 의사 역할. 참고로 이 몸께선 당연 의사 역 맡았지. 에헴.(!)

 

그럼 의사쌤 역할 맡아서 좋았냐? .., 아무 감정이 없었어. 사실 꼬꼬마 시절에 의사고 환자고 구분이 되니? 아직 세상 모든 이를 공평하게 보는 나이인데. 그저 선생님이 시켰으니까 그런가 보다 따랐지. 역할극 규칙은 간단했어. ..환자가 오면 청진기로 병을 진료해요. 약으로 초콜릿사탕을 건네요. ! 주사기 없이!

 

문제는 초콜릿 알약. 환자들은 맘껏 퍼먹어. 근데 의사는 그럴 수가 없잖아.(에이, 놀이인데 다 같이 먹으면 되지.) 글쎄. 그 어린나이에도 고정관념 철저했나 봐. 약은 환자만 먹어야 한다. 의사는 진료에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니 뭐다? 눈앞에 압도적 달달함을 두고도 먹질 못 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너님 말대로, 옆에 피부과 의사도, 반대편 비뇨기과 의사도, 어느새 자리를 비운 채 환자 행세를 하는 거야! 초콜릿 먹으려고! 그때 올라왔던 빡침! 억울함! 아직까지 생생하다. 잊히지가 않는다! 누군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건만! 감히 식욕의 노예가 되어 자기 본분을 잊다니!

 

끄응, , 여기까진 괜찮아. 난 흔들리지 않았다, 저들보다 우월하다, 묘한 자긍심이 힘이 됐거든. 헌데 내 앞에 놓인 알약이 다 떨어지자 진짜 충격이 다가왔어. (..?) ..그 어떤 아해도 내 곁에 오질 않아. 약빨 없는 병원은 찾을 필요 없다 이거지. 심지어 선생님조차! ..유치원 전체가 먹거리 파티를 여는 가운데 나만! 혼자서! 쓸쓸하게! 가라앉았어.. ..! 그때 첫 고독을 배웠구나.. 세상의 차가움도.. (대단한 유치병 나셨네.) ! 난 진지하다고!

 

..만약에 말야, 그때, 선생님이 날 봐주셨다면 어땠을까? (...) 토닥이는 손길 한 뼘, 대견스러운 칭찬 한 마디면, 어후.. 가슴이 뛴다! 인생이 바뀌었을 거야! 세상은 살 만 하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사랑 받는구나, 희망에 넘쳤을 거라고. ..혹시 몰라, 진짜 의사가 됐을지.. (지금 쌤 탓하는 거냐?) 그건 아닌데.. 그거 맞나? ..그냥 서운해서..

 

아무튼.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미래를 보여주지 않는 불공정한 세상에 살고 있는 당신에게, 사랑을 보낸다. 위로가 될지 모르겠네. (전혀.) ! 잠 들 때쯤 다시 떠오를 거야. 벅차게.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그래도 모쏠아다~ (!)

 

 

 

당신은 사랑받기위해 태어난 사람 - 이수영 (가사포함)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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