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녹색평론사
헉헉. 덥다. 죽겠다! 진짜 여름이구나!
더운 와 중에도 난 땀을 흘릴 수밖에 없어. (백수가 무슨? 알바 뛰니?) 글쎄, 굳이 따지자면 알바긴 하지. 들어는 보셨나, 가사 처분 노동! 지금까지 모아왔던 덕후품, 게임, 책, 모두 팔아버린다! (...) 미니멀리즘에 맛 들리니 헤어날 수가 없다! 흑흑!
오늘도 어떤 녀석을 정리해버릴까 두리번거리던 끝에, 마침 눈에 들어온 책 1권, 바로 “오래된 미래”. 이 책은 무식한 너님들도 다들 들어봤지?(짝!) ..무식은 죄가 아닙니다.(짝!) ..웃자고 한 소리입(짝!).. 크응.. 물론 다들 아시겠지만, 그래도 소개삼아 요약하자면!
서양에서 선진적으로 자란 여주인공이, 히말라야 “라다크”에서 살아보며, 아! 지금까지 내가 익힌 경쟁, 파괴, 독식은 잘못됐구나! 자연과 함께,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라다크야말로 우리의 미래구나! ..호소하는 책이야. 대충 느낌오지? (끄덕)
그런데 말입니다.. 현실은 어째 글쓴이 의도와 정반대로 흘러가는 것 같다? (..?)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저작권료로 얼마 버셨을까? (야!) 아니, 너님들도 궁금하잖아? (...) 세계적으로 파셨으니, 세계급으로 축적했겠지? 캬하하! 뭐, 좋아! 문제는 “라다크”! 더 이상 조용한 마을이 아니다. 책 읽고 너도 나도 다 간다. 도시 주 수입원이 관광! 1박에 단돈 70달러, 흑우들, 츄라이 츄라이! (...)
내가 너무 삐딱하게 보는 걸까? ..하긴, 라다크는 언제까지나 소박하고 조용하게 존재해야 한다는 거 자체가 내 욕심이지.. 그 분들도 자본주의 편리함 누려야 할 거 아냐.. 차라리 잘 됐네. 공장 들어서는 것보다야 관광업이 낫지. 호텔에, 카지노에, 이상한 조형물에.. (...)
혹시 라다크 가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조언하자면, 지금은 갈 수도 없고, 가서도 안 돼. (코로나 때문에?) 정답! 현재 지구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인도발 비행기를 잡아야 하거든. 게다가 요새 중국이랑 인도가 티격태격 하잖아. 하필 라다크가 딱 그 소용돌이 사이에 끼여 있어. ..전투기랑 장갑차가 돌아다닌대. 으휴.
아무튼 라다크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시 책 얘기로 돌아와서, 내가 갖고 있는 건 2000년 8월 인쇄본이걸랑. 짜잔, 보여? (..)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겟 했지. 보다시피 재생지로 만들었어. 출판사가 무려 “녹색”평론사. 캬하. 이보다 더 친환경적인 책이 있을까!
근데, 이젠 이 수수한 “오래된 미래”는 출간되지 않아. (왜?) 라다크처럼 책도 변했거든. 출판사는 메이저 회사로 바뀌었고, 번역은 더 정갈해 졌으며, 종이는 빳빳한 양장본으로 탈피했지. (좋은 거 아냐?) 물론 소장용이니, 물건의 가치로선 높아진 게 확실해. 그러나 뭐랄까.. 라다크 정신? 아련한 추억을 전하기엔 옛날 책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
그래서, 이 책은 처분 안 하려고! 내 작은 서랍을 차지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춘 녀석이니까. ..잠깐, 오해하실라, 절대 중앙북스에서 나온, 양장 “오래된 미래”가 나쁘다는 뜻은 아냐. 단지, 선택사항으로 고려해 줘. 2007년 이전, 녹색평론사에서 나온 “오래된 미래”도 있다는 사실! 중고로는 쉽게 구할 수 있어. (오케이)
고맙다. 너님들이야말로 진정한 라다크 후계자들이다. 함께 외쳐보자. ..인간이 죽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친환경이!(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