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과 밀짚모자
야구는 졌지만 기분이 좋습니다. 무대 온도가 어제보다 2도나 떨어졌기 때문이죠! 사람이 버틸 수 있는 한계, 31도! 태풍아 몰아쳐라! 흡하흡하. (짝!) 비바람 피해 없길 바랍니다. 크흠.
요즘같이 더운 때 필요한 기사를 포착했어. 바로 “양산”에 관한 기사! 대구 남자들은 양산이 필수품이다, 이제 남녀노소 다 쓴다, 자외선 차단은 물론, 온열질환을 예방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도움이 된다. 기사 말미에는 닥스 관계자 얘기도 껴주고! 코호호. 정말? (...)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는 분명해. 내 쇼핑욕구에 불을 질렀다! 기자님들 광고 실력은 최고! (짝!)
당장 네이버 쇼핑몰 검색했어. 아니나 다를까, 기사에서 언급한 “닥스”가 곧장 튀어나오더라. 닥스 좋지! LG패션! 고급 브랜드! 허나 우리 같은 한량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가 아냐. 양산 하나에 10만 단위를 부르니 원.(..) 이럴 땐 어떻게 한다? 중국 성님들 도움을 구해야 한다! 가성비! (싸구려잖아!) 워워, 싸다고 기능이 꿀리는 건 아냐. 자외선 차단은 기본, 200그램 이하 가벼운 무게, 접으면 주머니에 쏙 들어갈 크기까지, 호우!
그런데 말입니다. 한 팔, 다섯 손가락, 수많은 근육을 써가며 양산을 들고 있는 게 과연 합리적 행동일까? 헷갈린단 말이지. 양산 받치는 겨드랑이 사이로 땀만 더 날 것 같지 않아? (...) 물론, 이건 내 뇌피셜입니다. 오해는 마시고.
그래서 찾아봤다! 손 안 쓰고 쓸 수 있는 양산! 이름하야 모자 양산!
엄... 실용적이야, 그치? (...) 어색해 보인다면, 그건 우리 눈이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 (...) 왜 대답이 없어.. 그렇다고 말해줘. 제발. (이건 송중기도 소화 못 한다.) ..아니! 송중기가 쓰면 분명 멋질 거다! 모자 양산은 아무 죄가 없습니다! 잘못은 너님들 얼굴! (짝!)
모양새야 독고다이 정신으로 극복한다 쳐. 그럼에도 난 못 쓰겠어. 군필자들은 알 거야. 방탄 안쪽에 감긴 둥근 띠! 땀나면 찍찍하고, 냄새나고, 혈압 오르고, 머리에 피 안통해서 쓰러지고! (..) 그거랑 똑같은 고무 띠가 모자양산에 있네? 어후! 아미 트라우마!
이렇게 된 이상 최후의 수단을 동원하기로 했다! 모자양산에서 양산을 빼버린다! 모자! (...) 끄응, 결국 돌고 돌아 남들 다 쓰는 기성품으로 안착해 버리네.. 그래도 이왕 쓸 거 특색 있는 녀석을 쓰고 싶었어. 이를테면 밀짚모자, 파나마 햇! 난 해적왕을 꿈꾸니까! (...) 중국산 아닌 대한민국산, 남미산으로!
그런데 말입니다.. 후우.. 이것 또한 힘들다! 진퉁 파나마햇은 10만원, 20만원을 호가한다! 서민적인 밀짚모자? 국산은 찾기조차 어렵다! (...) 우리나라는 이미 20년 전에 밀짚 원단 생산을 멈췄대. 장인 대부분이 그만두시고, 딱 1분만 남아 명맥을 이어가는 상황.. ..파나마햇 또한 비슷한 처지였어. 수지 타산은 안 맞고, 코로나는 덮치고, 하루 4달러 부족한 벌이에 에콰도르 장인분들은 하나 둘 그만두니, 끄응.. ..잠깐, 소비자한텐 그렇게 비싸게 팔면서, 산지 생산자는 고작 일당 4천 5백원 받는다고? 이게 무슨 꼬레아의 농축수산물 유통이냐! 공정무역은 어디 갔는가! (...)
아무튼. 어후, 더워서 더 이상 입을 못 털겠다. 양산과 밀짚모자에 대한 채택여부는 각자에게 맡길게. 취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