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관종 되기
반성합니다. 어제부로 여름이 끝났다는 소리, 절대 반성합니다! 현재 무대 온도 30도! 아직 8월의 태양은 한 가운데라고! (...) 그리고 또! 반성합니다! (..?) 관심에 눈멀어 가시 돋친 말을 마구잡이로 방사했던 나날들, 결단코 반성합니다! (웬일이래?) ..이번 올림픽에서 MBC가 자행한 행태를 목격했거든.. 대륙을 뛰어넘는 관심법. 크응. (...)
MBC, 대단했지. 개회식부터 신박한 국가 소개를 하는데, 우크라이나는 체르노빌! 아이티는 대통령 암살! 시리아는 10년째 내전 중! 인정사정없이 팩트 “폭행”을 시전 했어. 화합과 사랑 넘치는 올림픽에서.. (...) 결과는 다들 아실거야. 사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 하고, 대대적 내부단속 한다 그러고, 정신머리부터 쇄신 하겠다 약속했지. 코호호.
그래, 뭔가 잘못됐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이게 그렇게 욕먹을 일이냐? (선 넘지 마라.) ..라고 저도 처음엔 생각했습니다. 체르노빌, 내전과 테러 장면, 뜬금없는 드라큘라나 연어 사진, 괜찮다고 생각했어. (...) 그러다 러시아에서 우리나라로 귀화한 “일리야”의 지적 한방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지. ..대한민국 등장 때 세월호 사진 넣지 그랬어요? ..할 말을 잃었습니다.
후우. MBC가 잘못했습니다. 아니, 내가 잘못했습니다. 상대방 입장, 사정, 감정은 깡그리 망각해 버렸다..(..) 끄응.. 마치 미치광이 과학자가 된 기분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거북이 배를 가르며 낄낄대는 모습이랄까.. 죽어가는 거북이 심정은 까맣게 모른 채.. ..다시 한 번 더 잘못했습니다! MBC는 석고대죄 하라! 저도 그랜절 박겠습니다! (...) 후아..
..그런데 말입니다.. 그랜절 도중 생각이 바뀌었다! (..?) MBC, 논란은 될지언정 죄는 없다! (그만해 미친놈아!) 아니! 생각해 봐! 우크라이나에 체르노빌 붙인 게 어때서! 이번 기회 아녔으면 난 체르노빌이 우크라이나에 있는 줄 영영 몰랐을 거야. (야!) 사실 그렇잖아? 여태껏 오직 러시아가, 러시아 국민이, 생명을 버려가며 정화작업에 투입된 줄 알았어. 실상은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목숨 바친 거였는데! (..) 이런 줄도 모르고 그저 우크라이나 금발 미녀! 통일교 믿고 동유럽 처자랑 결혼하자! 이딴 관념만 가졌으니, 끄흑, 내 자신이 밉다. (...)
아이티도 그래. 세계는 지금 애청자 아닌 이상, 그쪽 나라 대통령이 암살됐다, 내전이 터질 지경이다,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겠어? (..) MBC가 올림픽 입장에 딱 붙여주니 그나마 사정을 알게 됐지. 인정? (그래도 올림픽에서는 아니지!) 올림픽이 뭐라고! 진실을 대면해야 화합할 수 있다! (..)
그리고 세월호. (야! 그만해!) ..유가족 분들만 허락한다면, 전 세계 모든 언론사가 대한민국 입장에 세월호 사진을 써줬으면 좋겠어! 세월호는 그럴 가치가 있으니까! 세상 모든 사람이 지각하고, 기억하고, 추모해 줬으면 좋겠어! 4년마다 절절이 반성하고, 좋네! (...)
후.. 후우.. 속마음을 털어놨건만 도리어 무겁기만 해.. 난 세월호 유가족 분들을 짓밟은 걸까? 그저 내 마음대로, 내 추정대로, 행동한 걸까? (...) ..죄송합니다.
아무튼. 풍자극 벌이자는 놈이 엔딩이 이게 뭐람. 뒤숭숭하게.. 역시 사랑받는 관종은 되기 어렵구나! 끼요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