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근처에, 중고나라
크아앙! 광복절 연휴 시작! 부산은 내리듯 말 듯 후덥지근 장마! 신이시여 감사하나이다! 신성한 이 도시에 서울 잡것들이 오지 않게 해 주소서! (짝!) .응, .그러나 이미 부산 내부에서 폭발 직전이고요! 오늘만 184명이고요! 두둥실 다 퍼졌어! (...) 모두, 오겡끼니. (짝!)
아무튼. 즐거운 주말을 맞았건만 난 기분이 좋지 않아. 후회로 몸이 녹아내릴 지경이야. (또 뭔 사고 쳤는데?) 사고? 아니! 2만원에 팔 수 있는 물건을 무료 나눔 해 버렸다! (..?) 후우. 아침에 교보문고에서 웬 문자를 보냈더라고. ..구매자가 나타났습니다. 상품을 배송해 주세요. ..응? 이게 뭔 소리야? ..어리둥거리던 차에, 아차! 교보문고 중고장터에 책 올려놨었지! 김홍신 삼국지! 전 10권! 2만원에! (...)
한 달 전에 등록해 놓고 까먹어 버렸어. 구매자가 나와야 말이지. (비싸게 올려서 그런 거 아냐?) 전혀! 남들 파는 거에 반값으로 내놨다고. 그런데도 연락이 없었어. 종이책 시장이 이렇게 어렵습니다.. 여하튼! 이 모지리는 판매글 삭제도 하지 않은 채 물건을 무료나눔 해 버렸네? 이번 주 월요일에, 앙! (...) 그런데 오늘! 산다는 분이 나오실 줄이야! 꺼흑! 구매자님, 죄송합니다! 그 책은 더 이상 제 손에 없어요! 그리고, 원망합니다! 일주일만 더 빨리 나타나주시지! 2만원이면 마트표 치킨이 2마리인데! 흑흑.. (...)
이번 일을 계기로 전두엽 깊이 체득한 교훈이 있어. 첫째, 무료나눔 함부로 하는 거 아니다. 나 같은 소인배는 만성 속앓이에 걸릴 수 있다. 둘째, 이게 중요해,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아무리 정리하고픈 마음이 크더라도, 한 달은 지켜보라! 2만 원짜리를 공짜로 처분하는 대참사는 항상 급처에서 일어난다! (...)
참, 알면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단 말이지. 팔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조바심이 쓰나미처럼 밀려와. 판매글 올렸는데 1시간 안에 연락 하나 없다? 그때부터 심장이 떨려. ..사진을 잘못 올렸나? 맞춤법이 이상한가? 가격은 이 정도면 괜찮은데, 왜 찔러보기조차 없는 거야! 별별 허상과 망상에 빠진 사이, 결국 10% 할인! 20% 세일! 에라이 50%에 가져가세요! ..후우, 여러분은 어때? 나만 이런 거야? (..너만 그런 거야. 참을성 없는 녀석.) ...
에잇! 나도 넉넉한 공간에, 온전한 내 집 가졌으면 여유 넘쳤어! 그러나 현실은 언제 집 비워야 할지 모를 셋방살이 인생, 크흑.. 전에 말했었지? 주인아줌마가 방 빼라 그랬다고.. (..) 뭐, 들어올 사람이 없어서 유야무야 됐지만. 그러나! 그날 이후 불안이 사라지지 않아. 전시준비태세 마냥 항상 이사를 염두에 둬야 한다! 소지품은 가볍게! 추억 가득한 책, 덕후품, 그녀들의 팸플릿, 가릴 것 없이 처분! 하루라도 빨리! ..그래서 나는 속사의 조루가 된 겁니다.(짝!)
그나저나, 너님들은 중고거래 어디서 해? (당근.) 역시, 대세는 당근나라구만! 헌데 난 당근을 이용하지 않아. (왜?) 글쎄. 덕력 충만한 물품은 당근에 올려봤자 안 팔리더라고. (...) 그럼 일반 공산품은 어떠하냐? 역시나 난 당근 안 써. (또 왜?) 총 3번의 거래 중 2번이 업자였다! 노트북 사러 온 아저씨! 헌 책 수거하러 온 아저씨! 왜 우리 동네엔 가임기 아름다운 여성 구매자가 없단 말인가! (짝!) ..농담이 아니라, 당근만큼 동네 차별하는 시스템이 있을까. 높다란 달동네, 한적한 시골은 주변에 아무도 없어. 반면 압구정, 청담, 삼성, 한남, 성북동 같은 곳은 억 단위로 거래하는 거 아냐? 나가봤더니 연예인 와 있고? 앙? (..) 배알 꼴려서 당근 아웃! (..좀팽이 자식)
여하튼. 중고판매에 관한 의식의 흐름대로 말하기는 여기까지! 마지막으로, 강요된 무소유와 급처에 시달리는 인생들 앞에 “흑우” 가득하여라. 적선 차 덤터기 써 주십시오. 부탁하(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