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님 원망합니다. 고맙습니다.
815 연휴는 잘 보내고 있어? (그래.) 즐거운 분위기에 미안한데, 좀 진중한 얘기 해야겠다. (..) 바로, 홍범도 장군님. 오늘 대한민국에 돌아오셨어. 뭉클한 사열.. 정말 기쁘셨을 거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네.. 의장대 여러분 고맙습니다.
혹시, 홍범도 장군님, 모르는 사람? (...) 나처럼 수능 문제풀이 수준에 머문 분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홍범도! 대한독립군단 사령관. 김좌진 장군과 함께 봉오동, 청산리에서 일본군을 격퇴하셨어. 우리 독립사에 길이 남을 승전보! 박수 한번 주세요! (!)
승리를 이끈 장군.. 그러나 역사는 가혹했어. 이후 일본군에 쫓기고, 같은 독립군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독립군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어. 그때부터 장군님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삶을 사신 것 같아. 소련의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저 멀리 카자흐스탄서 말년을 보내셨지. 극장 관리인으로 말야.. 다행인지, 본인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을 극장에서 직접 보셨대. 봉오동전투의 영웅! 홍범도! ..어떤 심정이셨을까? (...) ..광복을 2년 앞둔 1943년, 76세 나이로 돌아가셨어.
아무튼. 지금이라도 고국에 돌아오셔서 정말 감격이야. 사실, 더 빨리 모셔올 수 있었대. (..?) 그게, 북한이랑 합이 안 맞았거든. (뭔 소리야?) 북한 왈, 홍범도 장군님 유해는 당연 북한이 모셔 와야 한다. 그 분이 분명 말씀하셨다. 고향에 묻히고 싶다고. ..홍범도 장군님 고향이 평양이걸랑. (그럼 지들이 바리바리 준비하던가!) 그러게 말이다..
아까 장군님이 기쁘실 거라 그랬지? 아니, 조금은 씁쓸하실 것 같아. 광복을 맞았건만 여전히 남북으로, 공산주의니 시장자유니 나뉜 모습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100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
분명히 말하지만, 난 우리 독립투사, 열사, 의사, 모든 조선의 민중이 자랑스러워. 가시밭길을 내딛으며 저항한 역사가 어디 자랑스럽지 않을까! ..그러나, 안타까운 장면이 많아.. 많아도 너무 많아! 민족의 지도자라며 나섰던 배신자들! 그 놈의 이념! 100년을 대물림한 내분! 김구 선생이 죽고, 여운형 선생이 죽고, 김원봉 선생이 빨갱이로 몰리고! ..
이 모든 치욕을 대표하는 자유시 참변! ..급식 때는 몰랐어. 그저 우리 위대한 독립군이, 소련의 꼬임에 넘어가 자유시에서 학살당한 사건인 줄 알았지. ..헌데 기록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그게 아닌 거야. ..우리 끼리 죽였어! 봉오동, 청산리에서 같이 싸웠던 독립군끼리 죽였어! 별별 부르기도 힘든 파벌에, 사회주의가 어떻고, 민족주의가 저떻고, 그럴싸한 포장에 감춰진 이면은 결국 권력욕. 자기가 다스리겠다! 자기가 지휘하겠다! 내가 왕이다! 이 사슬은 김씨 3대 세습이 되고, 이승만이 되고, 군사정권이 되고! ..
..미안하다. 좋은 날에 이게 뭐람.. 내심 홍범도 장군님을 원망했나 봐.. 좀 더 잘해주시지.. 진정 우리나라가 독립할 수 있게, 일제에 의해 찢기고 분열된 한반도가 아닌, “진짜 광복”을 맞이한 대한민국을 위해.. 좀 더 노력해 주시지.. ,.죄송합니다.
후우. 여하튼. 장군님의 귀환을 축하합니다. 남은 골칫거리야 저희가 해결할게요! 평양에 가실 수 있도록! 하나 된 당당한 독립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