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노트북이 필요한 이유
헉헉. 공기가 뜨겁다. 한낮의 여름은 한풀 물러났다고 생각했건만, 전혀! 왜 이렇게 덥냐? (태풍 올라와서 그래) 그렇군. 태풍전야의 칙칙함이군. 모두 비바람 피해 없길 기원합니다. 농어촌은 특히! 여기서 먹거리 물가 더 오르면 도시 놈들 다 죽어요! 에이맨! (...)
여하튼. 오늘처럼 열탕인 날에는 공포물이 제격이지. 너님들은 인생 최고의 공포가 뭐였어? (컨저링) 컨저링? 영화야? (그래) 세상에, 고작 스크린 속 가상 귀신에게 겁을 먹었다고? 정말 겁쟁이시네요! (짝!) ..귀 막고, 눈 감으면 끝인데, 그걸 뭘 무서워해. 크흠.
이 몸께선 실전적인 공포와 대면해. 진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공포, 앙? (..뭔데?) 바로, 엄마 몰래 야겜하기. (짝!) 장난 같아? 천만에! 이보다 가슴조리는 스릴러가 없어! ..일단 더워서 방문은 열어 둔 상태. 엄마와 내 방 거리는 단 3미터! 벽 한 칸 넘어 사각지대 사이로 오가는 떨림! 오감을 넘어 육감을 개방하고 조심히 마우스를 누른다! 걸리면 황천행!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이 등골 브레이커야! (그걸 아는 놈이 그딴 짓을 하고 있어!)
크응..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일일 퀘스트는 클리어 해야 할 거 아냐. (...) ..매일이 극한의 사투지. 내게 필요한 시간은 12분. 그때만큼은 제로의 영역에 들어서. 긴장감에 오른쪽 어깻죽지가 내려앉든, 편두통이 찌릿하든 말든, 개의치 않고! (자랑이다) 에이, 너무 그렇게 핀잔만 주지 마시라. 너님들도 다 유경험자잖아. 가족 몰래 컴퓨터, 폰 게임, 치킨주문, 냉장고 속 아껴뒀던 수박 혼자 다 까먹기. 혹은 회사에서 부장님 몰래 월급 빼먹기.(?) 응? ..크흠.
그나저나 요새 꼬꼬마들은 컴퓨터로 몰래 딴 짓하기 노하우를 알까? 참 걱정이다. 숨기기 쉬운 태블릿이나 스마트폰만 두드리니, 대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에잉, 이래서 요즘 것들은 안 돼. (짝!) ..그래서 준비했다! 0.001초 만에 컴퓨터 화면 정리하는 법!
가장 확실한건 전용 프로그램을 까는 거겠지. 이를테면 “고급 더블모니터” 같은 프로그램 말야. 허나 그 정도로 양심 팔아먹기에는 너무 귀찮아.(...) 난 좀 더 쉬운 비법을 사용해. 바로 윈도우 D키! 누르는 즉시, 타다! 모든 창이 작업표시줄 아래로 슈루룩 사라지사. 모니터에 보이는 거라곤 광활한 바탕화면 뿐이더라!
뭐, 동년배 다 아는 기능 설명하려니 쑥스럽네. 이게 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섭니다. (..) 여기서 잠깐, 윈도우 D키만 믿었다간 세상 하직할 수 있어. 야구한 동영상, 전장의 혈투를 결코 종료한 건 아니거든. 그저 작업표시줄 아래로 숨긴 거에 불과하거든. 어버이께서, ..컴퓨터 좀 쓰자.. 마우스를 아래로 내린 순간, 홀리 좋댓구요. 그러니 탁월한 연기력이 필요하다! 마침 지금 막 컴퓨터 켠 것처럼, 아니면 이제 딱 끌 타이밍처럼. 또는 태연자약 강의 사이트를 켜는 것도 괜찮은 꼼수지. 캬하하! (...)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 엄마 아빠는 내 뻔한 수작을 모조리 눈치 챈 것 같단 말이지.. 그저 모른 척, 마치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하는 양 덮어두셨는지도 몰라. (..) 아니면 믿음 때문일까? (..?) 요 녀석이 게임하고, 낄낄대고, 똘똘이랑 피스톤 운동하는 것 같지만, 정황상 99.9%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0.001% 희망에 기대는 믿음! 내 자식은 분명 국영수 한국사를 달달 외고 있을 것이다! 취업공부에 한창일 것이다! 장하다, 내 아들딸! (...) 후우.. 그래, 몰컴은 무슨! 불효자는 반성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더욱 치밀하게 몰컴하겠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가족조차 눈치채지 못 하게!(?) 노트북 사야겠다야. (짝!) 끼요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