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이니까 CCTV다
태풍이 온다. 오마이스가 온다! 부디 대지에 빗물 적당히 오기를, 지쟈스 알라 아테네. (...) 날은 어둑하지만 오늘은 기쁜 날이야. (..?) 수술실 CCTV 의무화 법, 드디어 보건복지위원회 통과! 박수 한번 주세요! (...) 방금 박수 안 친 분은 의사님이냐? ..친하게 지내요. (짝!)
겨우 상임위 하나 통과했다고 이렇게 두근대야 하다니, 참.. 정말 기나긴 시간끌기였어. 수술장면 카메라 찍는다는데, 이 간단하면서 당연한 문제를, 무려 6년 간 치고 박고 싸웠으니까.. 국민 80%, 아니, 어떤 설문조사에선 98%가 수술실 CCTV를 원했건만, 번번이 입법에 실패했어. 이유야 여러분 짐작대로! 의사쌤들이 반대하신다. 어디 신성한 집도장면을 촬영하려 해!
후.. 이 특권과 밀실에 빠져있는 분들! 환자 알권리는 내팽긴 채, 자기 편한 데로 와가마마 하는 님들! 백색의 사탄발림! ..라고 속에서 무지성이 튀어나왔지만, 아니, 이래선 안 되지. 천하의 의사쌤들이 행하시는 일에는 분명 합당한 근거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어야만 한다! 그치? (...)
그래서 찾아봤어. 왜 “일부” 의사들은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하는가! ..첫째, 환자의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이를테면 거시기 굵기, 내장지방 함유량, 가슴에 실리콘 유무 같은 거 말이지. (...) 글쎄. 내가 보기엔 전혀 민감한 정보가 아닌데? 수술 받는 모습이 어때서? 어! 건강을 위해 투쟁하는 이에게 그 누가 히덕히덕 거린단 말이오! ..실제로, 내 사랑 아사미 유마 짱이 난소암으로 투병한다는 소식에, 어후, 한동안 그녀 작품 근처에도 가지 못 했어.. (..) 뭐, 지금은 완치! 전설 네버 다이! 꼭 보십시오! (짝!)
설사 영상이 풀린다 한들, 오히려 좋지 않나? (..?) 만약, 그럴 일은 없지만, 내가 음경거대술을 받는다 치자. 우연찮게 능구렁이가 세상에 풀렸다 그러자. 그럼, 난 오히려 기뻐할 거야. (..) 정보 관리는 병원 소관이고, 난 아무 잘못 안 했고, 100:0 일방적 과실 판단에, 두둑한 보상금을 상상하며 꿀잠에 들겠지, 켈켈켈. (...)
다음. 두 번째 이유. 카메라 압박 때문에 제대로 실력발휘 할 수 없다! ..호오. 이거 믿기 힘든 걸. 초고도 집중력 자랑하시는 쌤들께서, 수능 만점 위용 자랑하는 분들께서, 고작 렌즈 구슬림에 정신을 놓친다고? 에이, 그럴 리가.. 국민 생명을 걸고 배팅하던 배짱은 어디 두신 겁니까! 쌤들, 그 정도로 안하유인이지 않잖아요! (짝!) ..크흠, 돌려까기 맞습니다.
마지막으로, CCTV는 환자와 의사 간 불신을 초래한다. 감시와 통제! ..이 이유만큼은 수긍하는 바야. 난 이왕이면 감시카메라 없는 장소에서 쌤을 뵙고 싶거든. (응?) 넉 달마다 뵙는 내분비내과 “여자” 쌤. 무뚝뚝한 듯 항상 사근사근한 간호사 누나, 아무 포장 없이 그대로 뵙고 싶어. (...) 그리고, 치과! 1년에 한번 스케일링 받으러 갈 때면 정겹게 내 구강을 어루만져 주시는 천사님은! CCTV 없는 곳에서! 어! (그만해!) 모쏠이 이럴 때라도 이성의 손길을 느껴야지! 합법적 타액 쏟기! (쩍!) 커헉! ..농담입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수술 받을 때만큼은 CCTV 힘을 빌리고 싶어. 마취에 뻗은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당사자인 우리가 제일 잘 알아야 한다! 그럼! ..말했었나? 내 최애 미쿡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의료물을 가장한 멜로극. 거기 의사들은 수술할 때조차 지난 밤 붕가 얘기를 떠든다니까, 홀리 코로나! ..그래서 난, 메러디스 그레이, 이 극의 주인공! 내 이상형 그녀에게! 가히 노벨의학상 쌈 싸먹는 실력자에게! 내 수술집도를 맡길 자신이 없어. (...) 흑흑.. 아이 러브 유, 앨런 폼페오! 누나 사랑해요! (..미친놈)
아무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 아직 갈 길이 멀어. 야당은 반대하지, 법사위랑 본회의 뚫어야지, 그렇게 올라간 끝에 2년 유예기간 또 거쳐야지, 맙소사.
아무렴 어때. 시작이 반이니까! 너와 내가 원한다! 압도적인 다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