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여성에게 올리는 사죄문
아프가니스탄, 불행이 터진 다음에서야 관심을 갖는 내 자신이 씁쓸하다. 난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 종교가 이슬람인 것도, 세계 강대국 지형에 둘러싸여 고초를 겪은 역사도, 복잡한 주변 사정만큼이나 아프가니스탄 내부에 도사린 부족 간 갈등도, 온 대지가 양귀비 마약으로 뒤덮인 현실도, 심지어 지구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몰랐지. (...)
탈레반. 현지어로 “학생들”. 이 학생들을 길러낸 주체가 파키스탄이란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 이슬람 근본주의에 심취한 청년들, 더 정확히 수니파 이슬람이라 불러줘야 할까? 참... 알라는 한분인데 왜 따르는 인간은 수니니 시아니 둘로 나뉘는지 모르겠어. (..) 워워, 이슬람 파벌 갈등은 다음에 다루기로 하고,
여하튼, 탈레반. 너님들은 이 단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미친놈들!) 그래, 이상한 분들이지. 코란을 글자에 얽매여 해석하고, 관용은커녕 세계문화유산 바미안 석불을 로켓포로 날려 버렸어. 그리고 여성을 대하는 태도는, 어후, 교육금지, 사회활동 금지, 전신을 싸매는 부르카 입지 않았다고 총살, 이게 절대신 모신다고 자칭하는 것들이 벌일 짓이냐? (...)
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쳐들어간 걸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그러나 여성인권에서만큼은 아메리카 민주주의 배달을 응원했던 바야. 후우. 이제 다 틀렸지. 여자는 백 투 더 20년 전으로, 남자가 없으면 장바구니마저 들 수 없는 존재로, 그저 집에서 성노리개나 하는! ..탈레반 이 호루라기 십색깔 죠스바 자식들!
그런데, 그런데! 아프가니스탄을 알면 알수록 탈레반 탓을 못하겠는 거야.. (..?) 탈레반이 있든 없든, 이곳에 뿌리박힌 사상 자체가 남존여비인 것 같단 말이지. 마치 우리네 30년 전 남아선호사상 풍비했던 환경처럼, 쓸모없는 남자새끼들만 바글바글 한 것처럼! 대한민국 20대 남녀 성비 얼마? 여자 100명에 남자 110명! 10명은 여지없이 게이가 될 운명! 이게 나라냐! (...) 워워, 펀쿨섹.. 아프가니스탄 얘기 하는데 자꾸 딴 길로 빠지네. 미안하다.
주제로 돌아와서, 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꿀꺽 한 후로, 그곳 생활과 문화상을 바꿔놓았을 줄 알았어. 특히 여성 인권에서만큼은, 마오쩌뚱 스탈린 저리 가라할 혁명적 반동이 펼쳐졌을 줄 믿었지. ..는 개뿔! 변화가 없다! 점령한지 6년이 지난 2007년, 아프간 여성의 57%가 16살 전에 결혼을 당했어. 본인 의사 관계없이!
뭐, 6년으로는 변혁하기 어려운 시간인가? 그럼 강산이 1.7배 변한 2018년에는 달라야 하잖아? 응, 여전히 여성은 도구고요! .,.“바차포쉬”. 여자임에도 일부러 남자처럼 길러지는 아이를 뜻해. 이유는, 아들 낳게 해 달라고! 딸에게 사내 옷을 입혔으니, 신이시여! 감복하시어 사내자식을 내려주소서! (...) 여기까진 이해한다 치자. 문화는 다양하니까. 문제는 소녀의 삶! 결혼할 나이, 그러니까 15살 즈음해 모든 것을 바꿔버려. 넌 이제 여자다, 어릴 적 기억일랑 모두 부정하여라. 오직 남편에게 복종하여라. ..이건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감수성 충만하기 바쁜 나이에 무슨 폭력입니까! 전통이라기보다 고쳐야 할 폐습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여성 교육. 분명 탈레반 집권기보다 향상됐어. 올망졸망 공부하는 아프간 소녀들 모습이 얼마나 어여쁘게요. 하지만, 부족해. 아쉬워! 미군 지배가 절정에 이르렀을 2019년, 그때조차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이 넘쳤어. 바로 아프가니스탄 소수부족 여성! 이들에겐 주민등록증조차 발급해주지 않는데, 교육은 무슨! 어후! 미국, 대체 뭘 한 거야? 앙? 천조국은 빌어 죽을!
소수부족이라 칭했지만, 아니, 무시할 수 없는 수야. 시아파라는 이유로 탄압받는 하자라족이 10%, 구 소련 시절 자의반 타의반 이주해 온 우즈베크인 또한 10%, 기타 수많은 소수민족이 10%. 합계 30%에 육박하는 이들에게 차별 없는 대우와 교육을 이룩했어야지, 이 정도는 해야 침공의 명분이 서잖아? (...)
아무튼. 답답하고, 안타깝고, 온 몸이 지끈거려. ..이게 다 미국 때문이다! 제대로 한 거 하나 없는 미국! 아프가니스탄에 아 자도 모르는 놈들이 쳐들어가선! (...) 근데, 미국탓 하기엔 우리도 똑같은 놈이잖아... 20년 동안 대체 뭘 했담! 아무것도 모르고! 이제 와서 아프간 여성이 어떻네, 부르카 감옥에 다시 갇혔네! 다시 갇히긴 무슨! 아프간 여성은 계속 갇혀 있었어...
죄송합니다. 사람으로서 미안합니다.
소련이 아프간에 갔을때 아프간정부에서 이미 수십년간 세속화를 하려고 노력을 했고
무신론자들인 소련공산당도 세속화에 많이 공을 들였는데
아프간의 시골지역이랑 정부의 힘이 잘 닿지 않는 보수적인 지역에서는 세습화를 반대했고
반공을 해야 하는 미국입장에서는 소련의 적이 될만한 세력을 다 지지하다보니 마침 알카에다 같은 조직을 지원하게 됐고 게다가 소련의 침략에 맞서 싸운다는 명분으로 자국민의 지지도 받았고
나중에 소련이 물러나고 미국의 지원을 받은 종교쟁이들이 아프간을 장악하게 됐음.
미국이 20년 동안 뭐했냐 하면 진짜 한게 없음.
20년전이나 지금이나 아프간이 자급자족도 못하는데 20년동안 국제사회의 지원만 받고 버틴거임.
그 지원을 받고 국가발전에 제대로 썼으면 모를까 정부가 부패해서 흥청망청 탕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