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편돌이
2주 전, 그러니까 8월 15일, 이 몸께서 “더위”가 저문다고 선포했지. 맙소사.. 경솔했던 발언, 반성합니다! 더위가 가긴 무슨! 현재 무대 온도 31도! 습도 90%! 웰컴 투 사우나 월드! 후아! (..서울은 선선한데?) ..여긴 부산이다. 칼린쇼에 온 이상 부산법을 따라라! (...)
아무튼. 여러분은 편의점 택배 써? GS25 반값택배, 앙? (...) 난 최근에야 써봤거든. 내가 워낙 보수적이어야 말이지. 우체국 말고 다른 택배사로 보낸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않았어. 하지만! 반값! 낱말 그대로 2천 원 선에서 비용을 충당할 수 있으니, 와우! 싼 게 장땡! 중고거래 할 때 구매자님이 매우 선호하십니다. 아무렴요.
특히 덕후품 붙일 때 반값택배가 유용해. 왜? 반값택배는 다른 택배처럼 현관문 앞까지 배송해 주지 않거든. 근처 편의점에 물건을 찾으러 가야 돼. (에이, 귀찮게 그게 뭐야.) 워워, 이게 꽤 장점이라니까. 차마 가족에게 들켜선 안 되는 품목, 이를테면 아야짱 화보집이라든지, 일본 직수 R18 동인지라든지, 혹은 신사적인 게임이나 피겨라든지, 덕력이 높은 물건일수록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다! 원할 때 찾아가는 택배! 츄라이! ..GS25 뒷광고 아닙니다, 크흠.
뜬금 편의점 택배 얘기를 꺼낸 이유, 나도 편의점 운영하고 싶어서야. (..?) 정확히는, 부산 산복도로 한적한 공원 앞 GS25 편의점! ..그제였지. 택배 붙일 게 있어서 집 근처 편의점에 들렀걸랑. 평소라면 머나먼 저쪽 아래 번화가 편의점을 이용했지만, 웬걸, 알고 보니 집근처 산중턱에도 GS25가 있었네?
당장 쫄래쫄래 찾아갔더니, 홀리 마더 갓! 거긴 천국이었어! 매장 앞 술 먹고 뒹구는 아저씨도 없고, 안에 손님도 없고! 응? ..그저 새하얀 LED 조명에, 시원한 에어컨에, 가지런한 음료수에, 그리고 고양이! 공원 근처 아니랄까봐 귀염둥이들이 어슬렁거리는데, 캬하! 인간보다 동물을 더 좋아하는 나로선 너무 부럽더라.. 꿈의 직장 아니냐? 한적한 편의점 야간 알바, 앙? 엊그제까진 외딴 등대지기가 장래희망이었는데, 그제부터 바뀌었어. 내 꿈은 해발 200미터 위 공원 앞 GS25 야간 편돌이!(...)
뭐, 첫인상과 달리 은근 손님이 많을지도 몰라. 거기 운영한지 10년이 넘었던 걸로 기억하거든. 꾸역꾸역 잘 버틴단 말야.. 하긴, 생각해 보니 그러네. 슈퍼마켓 구멍가게마저 사라진 이곳에, 마트 한번 다녀오려면 등반을 각오해야 하는 차마고도 마을에, 딱 하나 빛나는 편의점은 그야말로 생필품 보급소구나!
게다가 택배까지 처리하니 얼마나 소중해. 사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근처에 우편취급국이 있었어. 하지만 냉혹한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소멸해 버렸지.. 국가마저 내팽개친 서비스 사각지대.. 그런데! 일개 사기업 편의점이 구원투수가 되어 주었다! 최고다 GS25짱!
갑자기 소박한 바람이 생겼어. 하늘과 가까운 동네에 와라! 편의점! 개설하기! 진짜로! ..술, 담배는 안 팔 거야. 진상은 사전에 차단해야 편한 법. (현실성 없다.) 내가 점주라고! 손님 주제에 어딜! 에헴. ..대신 어르신 목욕시설을 갖추고 싶어. 이 동네엔 목욕탕조차 소멸했거든.. 작은 아이들을 위한 무료 도시락 또한 좋지.. 그리고 냥이 녀석들! 잡히는 족족 거시기 잘라버리겠다! (언젠 동물 거세 반대하던 놈이!) 어허, 길냥이는 예외다. 저 흉악한 포식자를 자연에 풀어둘 수 없지. 공원 사료 잘 먹는 대신 후손은 포기해야 하는 법! (...)
이제 창업자금만 마련하면 되네.. ..히히히! 낄낄낄! 안 되잖아? 마련할 수가 없어! ..(영혼을 끌어 모아 빌려 봐.) 글쎄.. 은행에서 매긴 내 영혼의 가치는 0야. ..에잇! 즐거운 상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