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초월한 매매혼을 꿈꾸다
부산 초량 “상해거리”라고 들어봤어? 부산역 내려서 바로 맞은편에 있는데, 앙? (들어 본 것 같다) 여기가 급식 때 내 주 무대였걸랑. 화교 친구랑 농구하고, 중국식 국수에 공갈빵 찍어 먹고, 영업 준비하는 러시아 누님들 해벌레 구경하고. (...)내가 그래서 금발을 좋아하나? (짝!)
국제결혼하기 딱 좋은 환경이었건만, 알잖아. 이 소심이는 말 한마디 붙이지 못 했어. ...딱 한번 제외하고.. (...?) 그, 상해거리, 아니, 텍사스거리에는 러시아 연방 누나들만 있는 게 아니거든. 동남아에서 돈 벌로 온 분들도 많아.. 내가 잠시나만 인연을 맺었던 그녀는 필리핀 출신이었어. (너 설마?) 워워! 오해 마시라! 낮에만 만났어! 그것도 롯데리아에서! ...잊지 마, 나 모쏠 동정이야. 에헴. (...)
만남이라 해봤자 별거 없었어. 우체국에서 소포 보내는 거 도와준 걸 시작으로 겸사겸사 번호만 교환한 사이랄까.. 업소 앞 지날 때 마주치면 아이스커피 한잔 나누는 정도였지.. (예뻤냐?) 아잇! ..예뻤다. 27살 미혼 여교수님 상이었어.. 사근사근한 말투, 붙임성 있는 성격, 호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거야. 그러나 알잖아.. 미 해군이 부산항에 정박할 때면 그녀는.. ..여기까지 합시다. 지금은 어디서 뭘 하는지도 몰라! 고향 가서 잘 살겠지! 그랬으면 좋겠네..
어이훨! 개인사는 그만! ..썸씽도 아닌 짝사랑 얘기를 왜 꺼냈냐? 하, 국제결혼 관련 기사를 봤거든! 오늘자 프레시안, 제목,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이 아직도! 매매혼이 차별을 생산한다! ..호오, 지난 봄 문경시에서 벌였던 베트남 유학생 만남 주선 사업을 비판했어. 아울러 동남아 여성을 얕잡아 보는 시선, 결혼이주여성들이 겪는 가정폭력, 턱없이 열악한 노동권, 소외된 양육 문제 등을 제기했지.
분명 고쳐야 할 사항들이야. 하지만! 농촌총각 베트남 유학생 오작교 사업만큼은 옹호하고 싶어! 시청에서 사랑 주선해 주겠다는데, 이게 뭐가 문제냐! (니가 한남충이라서 모르지! 짝!) 진짜 모르겠어. “베트남” 유학생만 지칭한 게 걸리는 거야? 그런 거라면 인정! 할 거면 세계 모든 여성분들 모셔왔어야지! 북반구 남반구 가릴 것 없이! (...)
이 신성한 사업을 “매매혼”이라 치부하다니, 너무하잖아. 대체 누가 누굴 산다는 거야? 여기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도 아니고! 이곳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다! 사랑으로 맺어지는 나라! 응? (...) 방금 전 말은 취소하겠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사랑에 돈 많이 드는 국가가 없죠. 대기업 정규직 아니면 결혼조차 못하는 나라. 사랑에 눈멀어 100년 가약 맺었다 한들 정자와 난자가 만날 일은 없는 장소! 그러니 그나마 덜 “매매”적인 국제결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
아무튼. 난 국제결혼 주선, 찬성일세! 지방정부는 물론 중앙정부차원에서 추진해야 해! 마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 세계 커플을 탄생시키는 것처럼! (미친놈) 농담 아냐. 내 똘똘이는, 아니, 내 고동치는 심장은! 출신 국가 따위 따지지 않는다고! 그저 예쁘고, 돈 많고, 상냥한 여성이면 오케이! (...) 까짓것 부유한 남성분도 괜찮습니다! 공수 원하시는 대로 맞춰 드릴게! (짝!)
잠깐, 이거야말로 매매혼이잖아!
더군다나 해외에 이민을 고려했던 사람들은 경제적 피해까지 더해지고... 한국으로 시집온 여성들은 고국의 가족들이 경제난에 허덕이니
어디 손벌릴데도 없고.. 결국 남편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데. 남편이라고 한국에서 벌이가 괜찮으면 모르겠지만... 어렵긴 마찬가지고.
여러모로 힘든 시기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