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1차 접종기
오늘 드디어 백신 맞았다! 이 몸은 어떤 백신 맞았게요? (안물안궁) 모더나! 내가 말했지? 난 모더나 맞을 운명이라고! 현재, 가장 항체 형성력 높다는 백신! 캬하하! 부러우면 지는 거! (짝!) ..백신 종류야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아무 거나 맞는 게 알짜배기죠..
아침부터 주사 맞을 준비로 콩닥했어. 오랜만에 몸에 비누칠 하고, 새하얀 흰색 속옷을 입고, 간호사 누나 보기 좋으라고, 앙? (...) 그런데 말입니다.. 정작 가장 중요한 신분증을 안 챙겼네? 하! ..억울해. 신분증 챙기라는 말 없었다니까! (에휴.) 진짜라고! 예방접종 정책 브리핑 페이지 봐봐! ..접종하기 편한 옷을 입으세요, 마스크를 착용하세요, 예약시간 30분 전에 도착하세요. 그리고 신분증이나 “예방접종 안내 문자” 등을 보여주세요. ..자, 신분증이 필수라는 말 없잖아! 내가 황당해서 진짜! (신분증은 기본 아니냐! 뭔 변명을 해!) 끄응..
신원 확인 안 되면 접종할 수 없다는 말에 백신 때려치울까 고민했어. 기껏 자발적으로 병원에 온 사람에게 이따위 대접이 가당키나 하냐! 어! (...) ..는 속으로만 분풀이였고요, 실제는 겨드랑이 땀나게 근처 주민센터로 뛰어갔지. 간이신분증 프린트 하느라. 코호호.
어찌저찌 접종 허가 쟁취하고선 대기하는데, 이거 은근 시간 잡아먹더라? 주사 맞기 전 줄 서는데 15분, 주사 맞는데 5초! 맞고 나서 상태 체크 대기 15분. 참, 내가 백신 투여 받으러 온 건지, 병원 소모임 하러 온 건지 헷갈릴 정도였어.
앉아 있는 동안 할 일도 없으니 예방접종 안내문이나 주구장창 읽었지. 백신 종류는 어떻고, 주의사항은 뭐고, 모더나는 4주 간격으로 접종하고, 내 2차 접종 예약일은 10월 25일이고, ..응? 잠깐만요 선생님. 지금으로부터 4주 뒤는 10월 11일인데요? 10월 25일은 6주인데요! 일을 뭐 이따위로 진행하는 겁니까! 예!
(백신 모자라서 6주로 늘린 거야!) 크흠, 정답! 화이자는 3주, 모더나는 4주 간격으로 2차 접종 할 것을 권고하지만, 알잖아. 어른들의 사정은 권고대로만 놔두지 않는다. 백신 수급 상황에 따라 스리슬쩍 수정하고 그런 거지 뭐, 켈켈켈. ..다행히 최근 정부가 백신을 넉넉히 확보한 관계로, 다시 권고 기준으로 정책을 수정할지 모른대.
아무튼. 주사 맞고 15분이 흐르도록 멀쩡했어. 이제 맘 편히 집에 복귀하면 되나? 하지만! 내가 누구야! 목숨 걸린 일에는 다이아 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는 인간! 경과를 지켜보고자 병원 근처에서 괜히 어슬렁거렸어. 그러다 눈에 들어온 남자커트 7천원 미용실! 추석 앞두고 이왕 머리 쳐야 할 거, 시간 때울 겸, 잘 됐다 들어갔지. ..당연 미용사는 농후한 누님이었어. (짝!) ..농담입니다. 죄송합니다. 머리만 자르고 나왔습니다.
후우.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머리를 깎으면 안 됐어.. (..?) 카락 털이 뒷목과 가슴사이를 찌르는 순간 깨달았지. 이건 온 몸을 물로 씻어내지 않곤 못 배긴다. 근데 난 오늘 백신을 맞았잖아? 쌤이 접종 당일엔 샤워하지 말랐는데! 끼요옷! (생각 없이 놈) 허! 니들은 실수 안 저지를 것 같아? 무지성에는 성별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고! (뭔 개소리야!) 나처럼 패착 저지르지 마시길, 정은경 청장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
끝으로 부작용. 지금까지 너무 평온해. 건강하고 젊을수록 면역반응이 격렬하다는데, 참.. 나 병들고 늙은 걸까? (짝!) 이게 뭐라고 아쉽기까지 하냐.. 아참, 딱 한군데 아픈 곳이 있어. 바로 주사 맞은 왼팔! 완전 근육통 3기야! 왼쪽으로는 침대에 눕히지도 못 하겠어, 홀리 마더 파더. 이러다 자고 일어났더니 오한, 두통, 발열에 시달리는 건 아니겠지? (...) 아프기는 싫고, 아프고도 싶고, 애매하다 야.
여하튼. 이 몸은 백신 맞았습니다! 이제 좀 더 안심하고 칼린쇼를 즐겨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