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부유 도시, 부산
모더나 2일차. 주사 맞은 팔이 어제보다 더 아파. 이젠 건드리지 않아도 욱신거려. 근처 피부는 뜨끈뜨끈. (그건 니 사정) ..갑자기 기침이 나오네. 에이취! 비말 받아라! (짝!)
워밍업은 그만. 더 아프기 전에 오늘 주제 빨리 털어놓자고. ..지난달이었지. 부산사람으로서 어처구니없는 소식을 접했어. 이름하야, 부산 해상도시 건설! 현대판 노아의 방주 기대! ..맙소사, 이건 뭔 박형준 시장 엘시티 뽑는 소리야! (...)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어. 해운대, 송도, 광안리, 영도, 다대포, 바다 보이는 곳이란 곳엔 죄다 고층 아파트 올렸으면서! 북항에는 생활형 숙박이란 이름으로 63빌딩 저리 가라 할 작대기를 세우는 와중에, 뭐? 해상도시? 대체 얼마나 더 개발 해 먹으려고! (...)
해수면 상승에 대비한다느니, 기후 난민을 위한 피난처를 건설하겠다느니, 장대한 이유를 들지만, 응 안 속아! 여기가 베니스도 아니고! 산 많기로 유명한 부산이 무슨 바다에 잠긴다는 거야! 서울 촌놈들 인정? (...)
뭐 좋아. 기후위기 끝에 물바다 펼쳐진다 치자. 그런데 현재 부산 개발은 어디만 하고 있다? 오로지 해변! 오션뷰! 엎어지면 수장 될 곳! (짝!) 이 모순은 대체 뭐람! 미래에 물에 빠지는 거야 빠지는 거고, 현재는 일단 짓고 보자? 내일 세상이 멸망한들, 오늘은 야동 한편을 보겠다, 이 정신? 앙! (...)
..라고 비관적 상상에 빠지려는 순간, 헤에? (...?) 사업 주체가 유엔 해비타트네? 유나이티드 내이션즈 휴먼 세틀먼츠 프로그래미, 번역하자면 “인류 정주 계획”. 호오.. 이럼 얘기가 다르지! 부산 박형준 시장은 못 믿어도, UN은 신뢰할 수 있다! (...) 당장 다음 달 위원회 자문단이 부산을 방문할거래. 두근두근! 낙점만 받으면 자갈치 앞바다에 2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해상 부유 플랜트 건설! 호우!
..그런데 말입니다.. 왠지 떨어질 것 같아.. (왜?) 부산 해변 가장 한복판 8부두! 북항대교와 광안대교 딱 중간! 그곳에 엄청나지만 대단한 시설이 존재하거든. 가히 UN 평가단이 고개를 180도 돌리기에 충분한 시설이! (뭔데?) ..미군 세균 실험실.. (...)
2009년부터 2015년까지 15차례에 걸쳐서 “탄저균”이 이곳에 들어왔어. 그 후로도 끊임없이 생체실험 증거가 나왔지. 실험에 필요한 리신, 포도상구균, 보툴리눔 등이 계속 반입됐거든. 여기서 단연 기억할 건 보톨리눔. 20억분의 1그램만 주입돼도 인간 성인을 하늘나라로 보내버리는 독이야. 단 1그램으로 100만 명까지 살상가능하다는 물질.. 맙소사.
부산 시민 모두가 여러 차례 항의하고, 철폐를 주장하지만, 미국은 꿈쩍도 하지 않아. 하긴, 우리나라 정치권부터 이 문제를 모르쇠 눈감아 버리는데, 남의 나라 정부가 따를까.. 미군 변명이 가관이야. 우린 순전히 북한의 생화학 무기를 탐지, 분석, 방어하기 위해 실험을 할 뿐이다. 이름하야 “주피터 프로그램”!
이러니 탈락할 것 같다는 거야. (...) ..잠깐, 아니다. 이왕 세균전 실험체 도시인 거, 다른 실험 안 하라는 보장 있나! 오히려 잘 됐네! 육지와 고립된 해상 플랜트에 탄저균이 퍼지면 어떻게 될까요! 부산에서 테스트 해 봅시다! 끼요옷! (짝!) ..끄응.
인류 정주 계획이니, 주피터 프로그램이니, 마치 세기말 쉽덕 애니에 나올 법한 용어들이 나올 때부터 알아차려야 했어. 현실은 소설을 뛰어넘는다! 그렇다면 기꺼이 받아들여 주지! 부산사람으로서! 까짓것 한 번 살아보죠!
진루이 세이존 케이카쿠, 카이시! (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