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첫 개천절
10월 3일, 오늘은 무슨 날? (개천절) 정답! 개천절!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건국하사 하늘이 열린 것처럼 기뻐 기리는 날이지. (...) 내가 이렇게까지 개천절을 꼬치꼬치 설명하는 이유, 몰랐으니까! 개천절하면 그저 국가에서 지정한 단군찬양일 정도로 여겼어. 국민에게 국뽕 코인 주입하고자 만든 날로 생각했지. 으휴. 이 못난 놈!
개천절은 뭐랄까, 심오해. (..?) 미안하다. 내 부족한 능력으로는 이 정도 정의가 한계야. 개천절에 얽힌 역사, 의지, 굴곡을 알면 알수록 그 무게감에 절로 고개가 접히더라고.. ..종교행사로 봐야 할지, 한민족 독립의 역사로 기억해야 할지, 아니면 이 둘을 짬뽕시킨 것인지, 어후, 어려워.. 그래도 명확한 사실 한 가지, 개천절은 대한민국인과 뗄 수 없는 날이다!
아무튼. 하루 벼락치기 공부한 내용을 너님들과 나누겠어. 에헴. (...) 우선 개천절, 단군왕검과 연관된 종교는 뭘까요? (대종교) 그래, 대종교. 한국사 끄트머리에서나 잠깐 마주친 그 종교. 여러분은 대종교 접한 적 있어? (...) 난 딱 한번 있어. 고등학교 친구 녀석 중 1명이 대종교 신자였걸랑. 그 친구 집에 놀러가기라도 하면 얼마나 마음이 싱숭생숭 했다고. 단군 초상화에, 제사상에,.. 속으로, 안타깝다! 왜 사이비에 빠졌니! 가족 전체가, 왜! (...)
그래, 난 대종교가 사이비인 줄 알았어. 오늘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근데 조사해 보니 아니더라? 1909년 “나철”이 개창한 이래, 무려 상해 임시정부가 기리는 종교였어! 그 존경은 광복 후에도 계속되어, 당당히 대한민국 제1호 종단으로 등록되었고, 1949년에는 단군의 날, 개천절이 국경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지. ..이런 줄도 모르고 난 사이비 취급했으니, 끄응,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러나! 그럼에도! 여전히 미심쩍단 말이지.. 단군을 왜 신처럼 모셔? 고작 고대국가 건설한 왕 주제에, 앙? ..한인, 한웅, 한검? 어쩌라고! ..그리고 나철. 대종교를 창시한 장본인이자. 마치 모세처럼, 무함마드처럼, 문선명처럼 (짝!) ..문선명은 취소하겠습니다.. 우러러 존경을 받아. 호오.. 이거 위험한데! 우린 너무 많은 사례를 봤잖아! 예수를 따른다면서 하나님 멱살을 잡는 목사, 순복음스럽게 주객전도를 이룬 목사, 아잇! 왜 자꾸 목사만 나와! (...) 조계종 파벌싸움 땡중, 지 이름 붙여가며 종파 행세하는 싸이코들까지!(..) 인간이 신이 되어버린 사태! ..“나철”이 여기에 포함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해!
그래서 파헤쳐 봤다. 나철, 이 인간은 누구인가! ..1863년 출생, 스물아홉에 문과 장원급제. 고종을 옆에서 보필. 헤에? 스, 스펙은 인정!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이에 분노해 “자신회”를 결성, 이완용을 비롯한 을사오적을 암살하고자 했으나 실패. 아, 이게 그 유명한 을사오적단이구나. ..1909년 단군교, 지금의 대종교를 창설. 민족 종교 운동을 펼치며 독립운동을 주도했다. 상해 임시정부 의정원 35인 중 28인이 대종교인이었으며, 청산리대첩과 봉오동전투를 이끈 이들도 같은 맥락이다. 홀리. 민족을 향한 뜨거운 정의를 지닌 분이셨잖아! ..일제는 날로 대종교를 사이비, 이단으로 취급하며 탄압했다. 이에 나철은 1916년 8월 15일, 하늘을 위하고, 대종교를 위하고, 인류를 위해 자결했다... 아니, 그, 크흠..
..다르다. 전혀 다르다. 자기평안 탐욕만 일삼는 사이비 종교 행새 나부랭이들이랑은 결단코! 다르다! ..난 몰랐어.. 이런 분인 줄 정말 몰랐어.. 역사 시험 문제에 스치듯 지나가는 아무개로만 기억했어.. 반성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제 제대로 기억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나철 선생님이 살아온 길, 위태로운 한민족을 위해 구심점을 찾고자 한 노력, 단군, 항일독립투쟁사. 이러한 전후맥락을 깨닫고 나서 다가온 개천절은, 어후. ..단순히 빨간 날, 대체공휴일 만만세가 아녔어! ..뜨거운 피가 흐르는 날, 우리 스스로가 올곧게 서고자 부단히 몸부림친 날, 홍익인간 정신을 지구 만방에 펼치고자 한 날! 이것이 개천절!
이제 자랑스럽게 부를 수 있어! 남녀노소 종교불문, 우린 대한사람이니까! 이게 진짜 국뽕이지!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 이 나라 한아바님은 단군이시니~